[이코노믹리뷰=정경진기자 전현수 기자]

우리나라에서 내부고발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는 크게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공공부문에서는 부패방지법으로, 민간부문에서는 공익신고자보호법으로 구별하고 있다. 부패방지법 공공부문에서의 공직자 및 공공부문에 해당하는 행위만을 규제한다. 이에 민간분야에서의 부패 및 공공부문과 민간분야의 결탁으로 인한 부패에 대해서는 규율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그 결과 국회는 지난 2011년 3월 민간부문에서의 공익침해행위를 규율하는 일반법인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지난해 10월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해 한 번 더 개정됐다. 공익신고 대상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 환경, 소비자의 이익, 공정한 경쟁 총 5개 분야다.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 위한 기구이지만 수사 권한 없어

이처럼 부패방지법이 새롭게 태어나면서 함께 출범한 것이 바로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익신고 조사기관으로 공익침해행위와 관련한 행정기관이자 감독기관이다. 부패방지를 위해 내부고발을 활성화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이곳에서는 공익신고 접수부터 불이익조치 신청접수와 조사, 구조금·포상금·보상금 지급, 과태료 부과·징수 등을 총괄 담당한다.

그러나 이런 권익위에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조사 권한’이다. 권익위는 조사 권한이 없기 때문에, 설령 공익신고가 들어와도 공익신고와 관련한 필요사항만을 확인하고 조사기관 및 수사기관에 넘겨주는 역할만을 할 뿐이다. 이로 인해 권익위의 수사권 취득 여부는 오랜 기간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독립적인 수사권 없이 다른 기관에 신고 건을 넘기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공익침해행위자가 담당 행정기관과 결탁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져 조사의 객관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특별조사국과 캐나다의 공익위원회처럼 공익신고를 전담하는 조직이나 사람을 설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권익위·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 포상금 제도 운영

물론 이외에도 각 기관별로 내부고발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가 있다. 앞서 언급된 국민권익위원회도 내부고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포상금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부당한 공동행위 등 부패신고에 대한 신고포상금은 과징금 총액의 일부를 포상금으로 지급한다. 예컨대 과징금 총액 1억원 이하일 경우에는 해당 금액의 30%를 최대한으로 지급한다. 40억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4억8000만원에 40억원 초과금액의 4%를 지급한다. 권익위는 지난 한 해 부패공익신고자 415명에서 총 41억8700만원의 보상금과 포상금을 지급했다. 단 권익위가 아닌 지자체에 신고를 하면 포상금을 받을 수가 없다. 권익위가 보상금 제도의 운영 주체이기 때문이다.

 

공익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해 ▲공익신고자 신분 공개 ▲신고자 파면·해임, 보호조치결정 불이행 ▲신고자 징계 등 신고 방해 및 취소강요 등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규정상 각각 최대 징역 3년·벌금 3000만원, 징역 2년·벌금 2000만원, 징역 1년·벌금 1000만원까지 물을 수 있다. 향후에는 공익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해 공익신고를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조치를 한 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3배를 배상하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될 전망이다.

국세청에서는 탈세혐의자의 탈세혐의를 제보한 사람에 대해 포상금을 제공하고 있다. 포상금 지급 대상 유형으로는 ▲조세포탈 및 탈루를 입증할 수 있는 거래처나 품목, 수량, 금액 등이 기재된 자료나 소재 관련 정보 ▲회계부정 등 비밀자료, 부동산 투기거래, 상속·증여세 포탈 등 관련 정보 ▲기타 포탈 등 수법, 규모, 정황 등으로 보아 중요한 자료로 인정되는 자료 등이다. 해당 대상들에 대해 제보를 했을 때 탈루세액 등이 5000만원 이상~5억원 이하면 탈루세액의 15%를 포상으로 받는다. 5억원을 초과하고 20억원 이하일 경우 7500만원에 더해 5억원을 초과한 금액의 10%를 더해 받게 된다. 20억원을 초과할 때는 2억2500만원에 20억원을 넘어선 금액의 5%를 받을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부당한 공동행위와 부당지원행위 등에 대해 신고보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부당한 공동행위에는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 카르텔 혹은 담합이라 불린다. 시장경제에서는 이 같은 행위를 제1의 공적이라고 부를 만큼 시장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부당지원행위는 기업의 성쇠를 기업 자체 역량이 아닌 지원행위에 의해 좌우되게 해 한계기업의 퇴출을 지연시키고, 경쟁력 있는 독립기업을 배제해 시장의 효율적인 자원배분 기능을 왜곡한다.

부동산 공동행위 신고에 따른 포상금 지급 기준은 보상대상가액이 50억원 이하일 경우에는 보상대상가액의 10%를 지급받는다. 50억원 초과~200억원 이하는 5억원에 초과한 금액의 5%를 받게 된다. 200억원을 초과한 경우에는 14억7500만원에 초과한 금액의 2%가 더해진다.

지난 2016년 담합행위 등 공정거래 위반행위를 신고한 사람은 총 54명으로, 이들에게는 총 8억3500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됐다. 신고 유형별로는 부당 공동 행위 신고자 15명, 부당 지원 행위 신고자 1명, 사업자 단체 금지 행위 신고자 20명, 부당 고객 유인 행위 신고자 3명, 신문지국의 불법 경품·무가지 제공 행위 신고자 15명 등이다. 특히 부당한 공동 행위 포상금 지급은 전체 신고 건수 대비 27.7% 수준이며 금액 기준은 87.4%에 달한다. 신고 포상금 제도 인식 제고로 내부고발자들에 의한 담합 신고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지자체도 합세… 서울시, 내부비리 고발 보상금 한도 폐지

이례적으로 지자체 중에서는 서울시가 공익을 위해 기업 등의 거대 내부비리를 제보할 경우 지급되는 보상금의 최대 지급액 한도를 폐지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월 ‘서울특별시 공익제보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공익제보로 인한 재정 수입 중 30%를 정률로 지급한다. 즉, 기존에는 공익제보 보상금을 최대 20억~30억원까지만 주도록 제한했지만 공익제보로 재정이 회복·증가될 경우 해당 금액의 30%를 한도 없이 보상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내부고발 제도는 걸음마 수준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포상금 수준이 타 국가들보다 낮은 데다 신고자의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걸음마 수준 한국 내부고발제도… 국회도 개정안 발의 움직임

이에 일부 국희의원들을 중심으로 내부고발 제도에 대해 법률 개정안 추진 움직임도 일어났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국회의원은 공익침해행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공익침해행위 대상을 포괄식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존에는 공익침해행위 대상을 열거식으로 규정해, 법에서 정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서는 규율이 어렵다는 맹점이 있었다. 이에 포괄식 규정으로 바꿔서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해 파면, 행정처분, 징계 등의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더는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다.

이보다 앞서 자유한국당 김선동 국회의원은 지난 2016년 분식회계 발생을 기업 내부에서부터 차단하기 위해, 최고 1억원 한도로 지급하는 신고포상금을 ‘연간 급여액×20년’으로 대폭 늘리는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내부신고를 한 임직원이 해당 회사에 다시 근무하기가 어렵고, 내부 신고자라는 평판으로 동종업계 취직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큰 것에 비해, 포상금 최대 5억원으로는 내부고발을 촉진하기가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내부고발이 해고의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특수성을 감안해 연봉의 20년 정도를 보장해줘야 제대로 된 내부고발제도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우리나라에서 내부고발 활성화 하려면?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지는 4년 동안 왜 그 누구도 앞장서서 부패를 고발하지 못했을까. 우리나라엔 부패방지법이 있지만 쉽사리 부정부패를 신고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이지문 내부제보실천운동 상임대표는 내부고발이 성공했다고 보는 두 가지 기준으로 ▲내부고발 내용이 철저하게 조사되고 진실이 규명될 수 있는지 ▲내부고발자가 보복을 당하지 않고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를 꼽았다.

이 대표는 “지난 30년간 언론을 통해 나타난 100여명의 내부고발자를 전수조사 해본 결과 그 기준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익신고자 지원재단기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부정부패를 신고하는 자에게 경제적으로 충분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고발자가 받은 보상금의 최대 액수는 2015년 환수액 250억원 중 11억원이었다. 평균적으로 부패방지법 보상금은 4000만원 수준이다. 내부제보실천운동협회의 따르면 “2014년도에 국가인권위 지원을 받아 전수조사를 하면서 내부고발자들에게 ‘선택에 후회는 없느냐’고 물었을 때,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어진 사람일수록 후회한다는 응답이 많았다”고 밝혔다.

부패고백위원회 출범을 제안하는 의견도 있었다. 일정 기간 동안 부패행위에 대해 고백하면 책임과 벌금을 감해주는 제도다. 이로 인한 수익을 공익제보자를 지원하는 기금으로 만들자는 취지다.

이런 내부고발자 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가 필요하다. 부패방지를 위한 독립적인 법이 필요하다. 권익위의 독립성도 필요하다. 내부고발자를 빨리 구제하기 위한 특별 법원이 필요하다. 오래 걸리면 그 과정에서 내부고발자의 삶은 이미 피폐해진다. 공공기관이 아닌 언론이나 시민단체 등을 통해 고발을 했을 때도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한다. 실명을 밝히고 제보하는 것이 힘든 제보자를 위해 변호사나 시민단체를 통한 대리신고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

이지문 대표는 “불이익처분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내부고발자에 대해서는 승진 같은 배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