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세의료원 윤도흠 원장(가운데)과 일본 도시바 하타자와 마모루 이사상무(좌측), DK메디칼 이창규 회장(우측)이 29일 연세의료원에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출처=연세의료원

[이코노믹리뷰=김윤선 기자]꿈의 암치료라는 중입자 치료를 2022년부터 세브란스병원에서 받을 수 있다. 중입자는 암 조직에 닿는 순간 방사선 에너지를 방출해 암세포의 DNA를 파괴하고 암 조직만을 죽인다. 중입자 치료는 방사선과 같은 기존 암 치료에 비해 암 환자의 치료 기간을 3분의 1로 크게 줄일 수 있다.

연세의료원과 일본 도시바, DK메디칼솔루션은 29일 연세대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중입자 치료기 계약 체결식을 가졌다.

2022년부터 치료 가능, 총 3000억원 투입

연세의료원은 지난 2017년 7월 중입자치료기 도입을 추진하면서 일본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NIRS)와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중입자치료기 도입을 위한 임상과 연구, 교육 등을 준비해왔다.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하는 데는 약 3000억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입자 치료기는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뒤편 주차장에 지하 5층, 지상 7층의 연면적 약 3만5000㎡(약 1만평) 규모로 건축된다.

세브란스는 오는 2022년 국내 최초로 중입자 치료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병원은 중입자 치료기가 완성되면 연간 1500명의 암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암 조직만 사멸, 치료 기간 대폭 줄여

중입자 치료기는 중입자(탄소 원자)를 빛의 70% 속도로 가속한 뒤 환자의 암 조직에 투사한다. 중입자는 암 조직에 닿는 순간 방사선 에너지를 방출해 암세포의 DNA를 파괴하고 암 조직만을 사멸한다. 양성자보다 질량이 12배 정도 무거워 암세포 사멸률은 양성자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 기간도 짧다. 기존 방사선이나 양성자 치료는 평균 30회의 치료를 받지만, 중입자 치료는 12회에 불과하다. 치료기간도 5~7주인 기존의 방사선 치료에 비해 중입자 치료의 경우 초기 폐암은 1회, 간암 2회, 가장 치료 기간이 긴 전립선암이나 두경부암은 3주 이내에 치료가 끝난다.

중입자 치료기는 현존하는 가장 우수한 암 치료 장비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과학학술지 네이처는 중입자 치료기를 ‘날카로운 명사수(Sharp Shooters)’라고 평가했다.

세계적으로 독일(2대)과 이탈리아(1대), 일본(5대), 중국(2대)에 총 10대가 운영되고 있으며, 1994년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2만명 이상이 치료를 받았다. 오스트리아도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하기 위해 준비 중이며, 중국과 일본은 추가 설치를 진행 중이다.

생존율 낮은 폐암, 간암, 췌장암 환자와 난치암 환자가 치료 대상

중입자 치료 대상은 우리나라 전체 암 환자의 약 20%다. 5년 생존율이 다른 암에 비해 낮은 폐암과 간암, 췌장암은 물론 치료가 어려운 재발성 직장암, 골육종 등 난치암 환자와 수술적 치료가 어려운 고령의 암 환자 등 연간 1만명 이상이 치료 대상이다.

일본 NIRS가 주요 의학학술지에 한 발표에 따르면 수술이 가능한 췌장암 환자에게 수술 전 중입자 치료를 시행한 결과 5년 생존율이 20% 이하에서 53%까지 향상됐다. 또 수술이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의 경우 항암제와 중입자치료를 병행하면 2년 생존율이 10% 미만에서 66%까지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NIRS는 1994년부터 1만명이 넘는 환자를 치료하며 전 세계 중입자 치료를 선도하고 있다.

세브란스 도입 치료기, 환자 불편 줄인 '회전 갠트리 방식'

연세의료원에 도입될 중입자 치료기는 입자를 가속시키는 장비인 싱크로트론과 치료 장비인 회전 갠트리로 구성된다. 싱크로트론은 가로 20m에 높이가 1m다. 회전 갠트리는 무게 200t에 길이가 9m로 기술력이 좋을수록 크기가 작아진다. 두 장비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공간이 필요하며, 두께가 약 2m에 이르는 차폐벽을 설치해야 한다. 

연세의료원은 중입자 치료기 반입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기 위해 토목공사를 하는 동안 설계를 완성해 건축공사를 하는 패스트 트랙(Fast Track) 방식으로 공사를 할 예정이다.

▲ 연세의료원에 도입될 중입자 치료시설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 중입자 치료시설은 좌측 가속기실(싱크로트론)과 3개의 치료실로 구성됐다.출처=연세의료원

이번에 도입되는 중입자 치료기는 회전 갠트리 방식이 적용된다. 기존 중입자 치료기는 환자가 누워있는 테이블을 중입자 치료기에 맞춰 움직여 치료했다. 회전 갠트리 시설은  360도 회전을 통한 모든 각도에서 중입자 조사가 이뤄져 환자 불편을 크게 줄이고 치료시간도 단축한다. 정교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어 정상 장기에 조사되는 방사선량을 최소화한다. 치료 후 부작용도 대폭 줄어든다.

연세의료원이 도입하는 중입자 치료기는 세계 최초로 두 개의 회전 갠트리 치료실과 한 개의 고정식 치료실로 조성된다. 두 개의 회전 갠트리로는 고정식에서 치료하기 힘든 위치의 암도 중입자 조사가 가능해 더 많은 암 환자들에게 효율적이고 우수한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연세의료원 측은 기대하고 있다.

도시바는 중입자 치료기분야에서 회전 갠트리와 초전도 기술을 접목해 갠트리의 소형화와 경량화를 실현해 세계 최고의 기술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연세의료원이 도입하는 중입자 치료기에는 이러한 초전도 소형 갠트리외에도 도시바의 실시간 영상유도 중입자치료와 초고속 고정밀 에너지 조절시스템, 초고속 3D 리스캐닝 치료기술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된다.

윤도흠 연세의료원장은 “난치암과 초고령화 시대의 암환자 치료법으로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암 치료인 중입자 치료기로써  환자 중심의 치료를 실현할 것”이라면서 “대한민국 최초로 암센터를 개설해 암 치료의 새 장을 연 연세의료원이 중입자 치료기를 통해 또 다시 암 치료 혁신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