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저비용항공사(LCC, Low-Cost Carrie)는 이름 그대로 비행기표가 저렴한 항공사다. 기존 항공사인 FSC(Full Service Carrier)보다 고정 지출비용을 낮추고,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보유한 항공사라고 할 수 있다. 덕분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시하고 있고, 소비자 역시 이를 애용한다.

LCC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1990년대 본격적으로 생겨났다. 땅은 넓지만 교통편이 매우 발달한 나라다. 미국의 경우 국토가 크다 보니 국내선이 발달했다. 그러나 항공권이 매우 비싸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는 일이 드물 정도다. 예컨대 LA에서 뉴욕까지 가는 항공편은 약 800달러다. 어지간한 형편 아니면 비행기를 타기 어려웠다.

이러한 연유로 LCC는 땅이 넓은 나라에서 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소비자도 기존 항공사들에 비해 싼 가격으로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하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이 때문에 LCC는 ‘시외버스’, FSC는 ‘고속버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어떻게?’ 가격을 낮췄을까… 저가항공사 ‘오해와 진실’

한국 항공시장에서 LCC는 중·단거리 노선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중·장거리 시장이 8% 성장할 동안 저비용항공사는 2배인 15% 성장했다. 이러한 중·단거리 노선 점유는 역시 가격 경쟁력이 한몫했다. LCC의 항공권은 FSC보다 최대 70% 저렴하다.

LCC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항공기를 단일 기종만 도입하고 있다. 여러 기종의 항공기를 운영하면 LCC 입장에선 큰 부담이다. 새 항공기 기종을 도입하면 해당 기종을 담당하는 정비사나 관리자가 필요하다. 필요에 따라서 새로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안전 관리 규칙이 기종마다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에 비용도 만만찮다. 장기 운용에 따른 유지비까지 포함하면 여러 모로 큰 부담이다. 이에 LCC는 기종 단일화를 택했다.

무려 45년간 흑자를 낸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보잉 737비행기만 2017년 말 기준 706대를 보유하고 있다. 오로지 737기만 운행한다. 국내에선 2017년 말 기준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세부기종까지 B737-800만 각각 32대, 19대 운행한다. 이스타항공 역시 보잉 B737만 19대를 보유하고 있다. 에어서울은 A321-200(6대), 에어부산은 A321-200과 A321-200 등 두 세부기종만 합해 23대를 운용한다. 대한항공 자회사 계열인 진에어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보잉 B737 21대 외에도 대형 여객기 보잉 B777을 4대나 운용하고 있다. 장·단거리 노선을 탄력적으로 운행하기 위해서다. 에어부산도 장거리 항공기인 A330 도입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LCC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항공권 인터넷 예약과 동시에 결제가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공석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여행사를 통해 예약하지 않고 항공사가 직접 표를 파는 구조를 갖추다 보니, 여행사 수수료가 대폭 줄었고 콜센터 인력 비중을 줄이면서 인건비가 줄었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선 직접 예약과 결제까지 해결해야 하는 불편함이 생겼다. 특히 티켓 취소나 일정 변경 등의 관련 비용이 비싸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LCC는 비행기 한 편을 바꾸는 데 운임 절반씩 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기내 서비스를 최소화하는 방법도 LCC가 가격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거론된다. 이는 양날의 칼로 불린다. LCC는 기내 대부분 서비스가 유료다. 대부분 예약 단계에서 돈을 주고 기내식을 구매해야 한다. 비행 중 추가로 구매하는 물과 같은 음료들은 공항 음식점보다 더 비싸다. 유럽의 대표적인 LCC인 라이언에어는 기내 화장실 사용에도 요금을 부과하겠다는 전략도 추진한 바 있다.

기내 서비스가 유료인 것은 인건비 절약을 위한 회사의 경영 전략이다. 단순히 음료나 식사를 판매해 얻는 이익을 노린 것만은 아니다. 항공기 규범의 기준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연방항공국(FAA) 항공 운행 제도에 따르면, 민간 항공기는 좌석 50석당 1명의 기내 안전요원(객실 승무원)이 탑승해야 한다. 대부분의 항공사는 기내 서비스를 위해 승무원을 더 태우고 있다. 음료나 스낵 등을 유료화하면 승무원의 업무가 줄어들면서 인건비가 절약된다. 미국 LCC 제트블루의 경우 항공기 정원을 150석으로 맞추고 승무원을 최대 3명을 태우는 경영 방침을 통해 인건비를 절약하고 있다.

국내 LCC의 경우 해외 LCC보다 서비스가 후한 편이다. 국내 LCC에 근무하는 한 객실승무원은 “국내 LCC들은 외국 LCC에 비하면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좋다”면서 “한국은 비행기가 고급 교통수단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면적이 좁다 보니 철도나 교통 등으로 대부분의 교통수단이 대체 가능하다”면서 “국내 LCC들은 이러한 점을 감안해 고급화 전략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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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LCC에 밀려 문 닫은 국적 항공사도 등장

단거리 노선 치중 전략은 LCC의 가격 절감 방법으로 이용된다. 대부분 LCC는 단거리 직항 수요에 치중한다. 환승 고객을 줄이기 위해서다. FSC는 한 거점에서 다른 운항 베이스를 키우는 허브앤스포크 전략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장거리 항공사로 확장을 도모한다. FSC 항공편을 이용하면 같은 비용에 같은 항공사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다.

반면 LCC는 소비자를 같은 값으로 비행기를 여러 번 탑승시키는 방법을 배제하고 단거리 직항 수요에 치중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 저가 항공사가 경유편 예약 자체를 제공하지 않는다. 허브공항 대신 운항 베이스를 넓히는 방식이다. 극단적으로 라이언에어는 65개, 이지젯은 25개의 운항 베이스를 공식적으로 취항하면서 거미줄 같은 노선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FSC의 입김이 적은 지역을 LCC가 차지하면서 국적 항공사들이 나가떨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동유럽 국가가 대표적인 예다.

헝가리와 그리스 등에서는 국적항공사가 LCC에 밀리면서 폐업하거나 파산했다. 그 결과 헝가리와 그리스에선 장거리 노선을 국적항공사로 이용할 수 없게 됐다. 동유럽 지역 대부분은 대륙 간 외항사들의 취항이 적은 지역이다. 해당 국가를 대표하는 국적항공사가 장거리 노선을 전담해왔다. 체코 프라하의 바츨라프 하벨 국제공항을 허브로 사용하는 체코항공이나, 폴란드 바르샤바 쇼팽 국제공항을 허브로 사용하는 LOT 폴란드 항공 등이 있다. 바르샤바 공항의 경우 장거리 노선 대부분을 폴란드항공이 맡고 있다. 다른 취항항공사들은 대부분 유럽 내 항공사들이다.

그런데 이들 국적항공사가 무너지면서 장거리 노선 대부분이 사라졌다. 허브공항으로 여기던 대륙 간 장거리 국제공항은 지역공항으로 전락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인천공항이 김포공항처럼 변모한 셈이다. LCC에 기세는 유럽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국적 항공사인 영국항공과 에어프랑스 등 유럽 항공사들은 밑으로 LCC에, 위로는 에미레이트 항공 등 중동계에 치이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항공 학계 관계자는 “LCC 성장으로 인해 FSC가 축소되고 있는 사실은 최근 유럽 지역 항공사 도산 사례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면서 “항공 산업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국내 LCC도 이러한 기류를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