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호텔 로비에서 만난 그녀는 최근 여러 방송 매체에 출연하고 언론취재에 응하느라 피곤해 보였다. 그러나 정장과 어우러진 그녀의 자세는 꼿꼿했고 애써 당당했다.

정민우. 포스코 간부 출신의 그는 MB정권과 포스코 수뇌부의 부정한 거래 의혹이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내부고발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그는 1993년 공채 3기로 입사해 23년 동안 포스코에서 홍보 등 대외협력업무를 담당했다. 지난 2016년 1월 정 팀장이 회사 임원진에 대한 음해성 정보를 외부에 누설했다는 이유로 면직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그의 면직에 대해 내부고발에 대한 보복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그의 제보로 지난 2월 말 한 방송사는 2009년 정준양 회장이 취임해 2011년 에콰도르에 있는 허름한 공장 설비 업체를 800억원을 주고 인수했다가 다시 헐값으로 판 것을 보도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정 전 팀장의 면직과 관련해  "정 전 팀장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포스코 측은 정 전  팀장이 고위 간부에게 청와대의 지시라며 회장이 관둬야 한다는 말을  하고 정보지를 만들었으며 최근에는 차기 포스코 회장으로 언론에 거론되는 인사는 출마하지 말아야 하며 포스코를 바로 세울 적임자가 국민연금 등에 의해서 제안되면 국민적 지지에 의해 정해져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에서 한 정씨의 주장이다. 그는 “국민 기업 포스코가 무너지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었다”며 내부고발하게 된 심경을 털어놨다.

▲ 정민우 전 포스코 대외협력팀장.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 내부고발자로 나서기로 마음 먹은 계기는

▲ 처음엔 포스코를 바로 세우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일반 오너 중심의 기업과 달리 포스코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이 있다. 그 위상과 역할은 포스코의 설립부터 현재까지 현대사의 맥락 위에 존재한다. 그런데 그것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나는 그런 포스코를 내부에 있는 도둑들이 좀먹고 있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빨리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포스코 신입사원 교육 때 나는 분명히 들었다. 우리 회사는 공동체를 위해서 일하는 곳이고, 그런 곳에서 일하는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나의 내부고발은 회사를 위한 것이다.

- 포스코는 변했나

▲이명박(MB) 정부 시절에는 포스코가 부자였다. 돈이 많으니까 기업도 사들이고 자원외교도 지원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매우 안 좋아져서 알짜배기 재산을 팔고 있다. 포스코는 곧 서울중앙지검 수사도 받을 것이다. 가시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싶고 그것이 긍정적인 변화이길 원한다.

- 가장 힘들었던 일은.

▲ 경제문제와 인간관계다. 그나마 나는 경제적인 문제가 괜찮았던 편이다. 그러나 인간관계에서 고립되는 일은 정말 힘들었다. 특히 포스코라는 조직이 돈과 권력을 앞세워 언론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완전히 고립돼 고통스러웠다. 사실 이건 내부고발자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일이다.

- 회유와 협박이 있을 것 같은데.

▲회사가 회유책을 썼다. 나도 포스코 안에 있을 때는 유능한 인재였고 회사에서 유학도 보내줬기 때문에 미국으로 가서 살라는 말도 들었다. 계열사 임원 자리 만들어 줄 테니까 가만히 있으라는 말도 들었다. 관계자(국정원의 포스코 담당 직원)가 ‘가만히 있으면 승진하고 잘 살텐데 왜 저런 행동을 한 건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한 것을 들은 적도 있다.

▲ 정민우 전 팀장은 내부고발로 인해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그 고립감을 견디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 내부고발제도의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우리사회에 제도로서 내부고발 시스템 자체가 미흡하다. 사회 시스템이 대기업 위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없으니 개인이 거의 대부분을 해결해야 한다. 시민단체 등의 도움을 받는데, 단체 숫자가 부족하고 내부고발자가 시민단체도 직접 찾아서 연락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시민단체도 국회의원 등 유력인사를 끼고 들어가야 이야기를 더 잘 들어주는 실정이다.

- 어떤 시스템이 필요할까

▲ 경제적으로 보상해줘야 한다. 인생을 걸고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내부고발을 한 사람들을 보면 제일 힘들어 하는 것 중 하나가 경제적인 문제다. 여기에 대해서는 미국이 좋은 롤모델이 될 것이다. 미국에서는 회사가 내는 벌금의 10~30%를 내부고발자에게 준다. 최근 메릴린치 은행의 부정을 고발한 사람들은 총 900억을 받았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보상금이 커야 한다. 국세청의 내부고발 보상제도는 금액이 너무 적다. 그 금액을 받고 자기 인생을 걸 사람들은 많이 없을 것이다.

- 보상금액이 크면 비리에 가담하지 않을까.

▲ 예를 들어 기업이 1000억원 벌금을 낸다면 미국 기준으로 100억~300억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면 사람들이 비리에 가담하기보다는 오히려 비리를 고발하게 될 것이다. 포상금이 비리 가담 이익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 보상액이 크면 내부고발자도 더 많이 나올까

▲ 내부고발자는 더 많이 나와야 한다. 화이트칼라 범죄가 점점 더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에 외부 기관에서 다 알 수 없다. 대표적인 예가 국정원 적폐청산이다. 내부에서 정리해서 검찰로 넘기니까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 일을 바깥에서 조사했다면 수년이 걸렸을 것이다. 내부고발은 내부고발이기 때문에 더 날카롭다. 내부고발이 있어야 더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정 전 팀장은 내부고발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전략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 내부고발자가 사회를 더 건강하게 한다는 믿음의 근거는

▲ 내부고발자는 회사 내부의 잘못된 곳을 드러내는 사람들이다. 즉, 회사에 균열을 내는 사람들이다. 내부에 균열이 나면 시스템이 깨지고 새로운 시스템이 들어선다. 그러면 재벌 중심 사회 시스템에도 균열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이 각 분야에서 나오면 공동체가 바뀔 수 있을 것이라 본다.

- 내부고발을 결심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 일단 큰 각오가 필요하다. 나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많이 힘들었다. 포스코라는 거대 기업의 돈과 조직을 혼자 상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인이 꼭 해야 한다는 확신이 있다면 해야 한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 문제와 인간관계 문제는 정말 힘들다. 솔직히 장려하지는 못할 것 같다.

- 국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 미국처럼 하면 된다. 일단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특히 더 많은 보상금을 주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 국회 산하의 상설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거기서 내부고발 관련 제도나 법률을 집중적으로 만들어 줘야 한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