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 CNN 등 주요외신은 지난 27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순회법원이 구글과 오라클의 자바 전쟁에서 오라클의 손을 들어줬다고 보도했다. 2009년 오라클이 구글을 겨냥, 자바 프로그래밍 언어의 지적재산권 소송을 건 후 8년만에 두 회사의 법적공방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셈이다.

오라클은 "법원이 특허권법의 근본 원칙을 제대로 살렸다"고 평가한 반면 구글은 "실망스러운 결과"라면서 "글로벌 소프트웨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 구글이 자바전쟁에서 패색이 짙어지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90억달러 '플러스 알파'의 승부
두 회사의 대결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글은 2007년 애플 아이폰이 출시된 직후 안드로이드 개발에 착수해 2008년 이를 처음 공개했다. 모바일 세계를 양분하는 안드로이드와 iOS의 등장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설계하며 '선'의 프로그래밍 언어인 자바를 커스터마이징한 '달빅'을 소스로 활용하며 시작됐다.

선은 자바를 오픈소스로 공개했으나 모바일은 오픈소스로 공개하지 않은 상태였고, 당연히 자바는 모바일에서 엄연히 저작권을 보호받는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구축하며 모바일 자바를 커스터마이징하는 방법으로 저작권 논쟁을 피하려는 꼼수를 부렸다.

사태의 변곡점은 오라클이 선을 인수한 것이다. 오라클이 중저가 DBMS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인 MySQL을 2008년 인수했기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오라클이 DBMS 시장에서 MySQL을 공중분해하기 위해 그 주인인 선을 인수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결과로는  일은 비슷하게 돌아갔으나, ‘메인디시’는 MySQL가 아니라 선이 보유한 자바였다.

오라클은 선이 보유한 자바의 모바일 버전, 즉 달빅을 커스터마이징한 안드로이드가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고 보고 즉각 90억달러 규모의 소송을 걸었기 때문이다. 구글은 선에서 부사장을 지냈던 에릭 슈미트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하는 한편 자바의 아버지인 선의 창업자 제임스 고슬링을 막 끌어들인 참이었다. 구글이 오라클의 주장에 반기를 들며 두 기업의 자바 전쟁 서막이 올랐다.

2010년 8월 최초의 법적공방이 벌어졌다. 달빅에 자바 API의 이름, 문서, 헤더라인을 복사해 넣었는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고 전초전에서는 구글이 승기를 잡았다. 2012년 5월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이 구글의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4년 5월 오라클은 항소심을 걸며 반격에 나섰다. 자바의 구조와 시퀀스 등이 엄연히 보호를 받아야 하며, 안드로이드는 지적재산권을 위반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연방항소법원은 1심 판결을 뒤엎고 오라클의 손을 들어줬다.

오라클이 승리하면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의 패러다임이 180도 변하게 된다. 지적재산권 강화 기조가 강해지며 오픈소스와 API에 대한 제한된 접근만 승인될 가능성이 높고, 이런 방식으로는 소프트웨어 기술 발전과 생태계 구축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당장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미국 사법부에 의견서까지 제출하며 반발했다. API의 범위와 그 알고리즘을 정보처리 상호 운용의 가능성(interoperability)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 핵심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점점 오라클에 유리하게 돌아갔다. 2015년 9월18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은 2016년 3월부터 시작되는 구글과 오라클의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고의 침해 부분을 현안으로 삼지 말아 달라는 구글의 주장을 묵살했다. 미국 법무부가 2015년 5월26일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구글과 오라클의 자바 전쟁에서 ‘API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대상’이라는 의견을 연방최고재판소(the Supreme Court)에 전달한 후 벌어진 일이다.

구글의 달빅 활용이 공정이용에 해당되는지 먼저 평결하고, 만약 이를 인정받지 못하면 고의 침해 여부를 다룬다는 법원의 방침이 알려지며 한 숨 돌리기는 했으나, 구글의 입지는 점점 좁아져 갔다. 안드로이드에 구현된 자바API를 오픈JDK로 바꾸는 수준에만 머물렀다.

폭로전도 시작됐다. 2016년 1월30일 오라클의 손에 의해 안드로이드 매출이 공개됐다. 재판이 가열되며 서로의 약점을 노리는 시도가 벌어졌다. 주로 오라클의 폭로가 이어지면 구글이 난처해하는 장면이 반복됐다. 당시 오라클에 따르면 구글은 2016년까지 안드로이드로 매출만 무려 310억달러, 이익은 220억달러를 거뒀다. 달빅의 커스터마이징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다는 점과, 각 국의 세금을 피하기 위해 명확한 매출을 공개하지 않았던 안드로이드의 속살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더 곤혹스러운 것은 구글과 애플의 밀월이었다. 오라클이 법정에 등장한 증인의 발언을  인용해 "구글이 iOS에 자사 검색 엔진을 iOS 기본값으로 설정하기 위해 10억달러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구글과 애플은 이와 관련된 공식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구글의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2016년 5월2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북부 연장지방법원의 배심원들도 오라클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배심원단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구글이 저작권을 도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공정이용(fairuse)에 해당되기에 오라클은 구글로부터 라이선스 비용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기적의 역전승을 거둔 구글은 의기양양하게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키우는 한편, 하드웨어 수직계열화 전략과 인공지능 기술력을 키우며 생태계 확장에 박차를 가했다. 모바일 패권을 가진 안드로이드를 중심으로 모바일과 초연결 인공지능 플랫폼의 강력한 연결고리를 구축하는 것에 집중했다.

구글의 행운은 2016년 판결이 끝이다. 최근 다시 오라클이 법정에서 승리를 거두며 구글은 궁지에 몰리기 시작했다.

구글만의 문제인가

글로벌 ICT 업계는 자바 전쟁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1998년 벌어진'State Street Bank-Signature Financial' 사건과 2010년 'Bilski', 2014년 'Alice vs CLS 은행' 사건에 주목하고 있다.  'State Street Bank-Signature Financial' 사건은 뮤추얼 펀드를 운용하는 방식, 즉 이해하기에 따라 단순한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구축한 비즈니스 모델을 하나의 특허로 인정하는 판결이며  'Bilski', 'Alice vs CLS 은행' 사건은 모호한 수학적 체계, 즉 정형화된 시스템은 특허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판결이다.

전자는 오라클에 유리하고 후자는 구글에 유리하다. 특허사냥꾼의 무차별 특허사냥을 겪었던 미국은 주로 후자를 택하며 오픈소스의 광범위한 활용을 허용하는 추세다.

구글과 오라클의 자바 전쟁이 두 회사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다. 구글을 비롯해 많은 ICT 기업들이 자바와 같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의존하며 플랫폼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만약 오라클이 최종 승리를 거둔다면 글로벌 소프트웨어 시장의 판이 바뀌게 된다. 오픈소스와 공정활용의 정의가 변하면서 '돈 계산'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한다.

당장 별 생각없이 오픈소스를 활용해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축했다면 지식재산권 침해 소지가 커지고, 이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발전의 저해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