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해마다 심해지는 미세먼지 덕에 ‘안티더스트(anti-dust)’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안티더스트의 대표 제품으로 꼽히는 공기청정기 시장 규모는 2015년 56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1조 5000억원으로 무려 세 배 규모로  성장했다. 사람들의 미세먼지 민감도가 높아진 봄철과 겨울철만이 아니라 사계절 안티더스트 제품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관련 업계는 올해도 시장규모가 30% 이상 커져 2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공기청정기 시장규모. 출처= 업계추정

미세먼지로 덕을 보는 곳은 가전업계 외에 의약업계, 뷰티업계, 식품업계도 있다. 연일 매진되는 공기청정기, 1주일정도 배송을 기다려야하는 미세먼지 마스크, 유해물질로부터 피부 보호 효과가 있는 ‘안티폴루션(Anti-pollution) 화장품’ 등 소비자들이 건강을 위해 안티더스트 제품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업체들은 특수로 활짝 웃고 있다.  

미세먼지, 가전시장 지형도 바꿔

온라인마켓 옥션은 29일 미세먼지 관련 제품인 공기청정기, 의류건조기, 청소 제품 매출이 2015년과 비교해 지난해 390%가량 급증했다고 밝혔다. 로봇청소기 매출이 108% 늘어난 것을 비롯, 스팀·침구청소기 46%, 의류건조기 1070%, 공기청정기 96%, 스타일가전 632% 등 폭발하듯 매출이 늘어났다.

옥션 관계자는 이코노믹리뷰에 “이는 같은 기간 대형가전이 20%, 계절가전 143% 증가한 것과 비교해 크게 웃도는 수치”라면서 “한 철 가전으로 분류된 제품들이 필수가전으로 급부상하면서 든든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 온라인마켓 옥션에서 2015년~2017년 3년 간 미세머지 관련 가전제품 판매 신장률을 조사했다. 출처= 옥션

전자·가전제품을 판매하는 롯데하이마트도 올해 3월 들어 26일까지 판매한 공기청정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1% 증가했다.  또 이마트는 세탁가전 상품군의 매출에서 스타일러와 건조기 비중이 2016년 4.7%에서 지난해 31.4%,  올해 1월과 2월에는 46%까지 육박했다고 밝혔다. 필수가전으로 꼽히며 세탁가전 매출의 54%를 차지하고 있는 세탁기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만큼 부쩍 성장한 것이다. 

LG전자도 미세먼지 관련 제품인 공기청정기, 의류 살균 구김방지 기능의 트롬 스타일러 등의 매출로 벌어진 입을 닫지 못하고 있다. 이들 제품의 올해 3월 현재까지 매출은 지난해 대비 같은 기간에 비해 200%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해마다 미세먼지 관련 제품들의 신장률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봄철 황사로 구매를 많이 했지만, 최근 미세먼지는 여름만 살짝 잠잠하고 철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고 있어 봄철에 많이 팔리는 제품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원룸형 집은 공기청정기 한 대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방이 3개 이상인 곳은 방에 소형 공기청정기를 두는 게 좀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피부에서 미세먼지 떼어내자

뷰티업계도 ‘안티더스트 라인’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봄이 찾아온 반가움도 잠시, 모공보자 작은 미세먼지와 황사까지 겹치면서 피부고민을 안고 있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샤의 안티더스트 라인인 ‘니어스킨 더스트리스 버블 팩투폼’은 3월 셋째 주 판매량이 지난달 같은기간 보다 2.18배 증가했다. 이 제품은 미세먼지와 피부 노폐물을 한 번에 깨끗하게 세정해준다. 미샤 관계자는 “이 제품은 피부 표면의 먼지를 흡착하고 양이온 미세 거품이 모공의 유해 물질을 제거해줘 들어오기 무섭게 팔린다”고 전했다.   

‘오일폼 클렌져’로 유명한 맥스클리닉은 최근 홈쇼핑 방송에서 미세먼지 세정 효과를 인증 받은 신제품 ‘맥스체인지 로즈 비타민 오일폼 클렌져’를 선보였다. 미세먼지 때문에 이번 제품은 출시 첫 방송 80분 만에 5만7000병이 팔리면서 매진을 기록했다. 초당 12병이 팔리면서 출시 역대 최대 판매 실적을 달성했다.

▲ 미세먼지까지 닦아내는 맥스클리닉 로즈 비타민 오일폼. 출처= 맥스클리닉

맥스클리닉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자 청결제 수요가 높아졌다”면서 “얼굴 세안제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코 세정제, 안구 세정제와 같이 세안제에 대한 세분화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 예상 된다”고 말했다. 

화장 단계의 제품에도 이러한 기능이 추가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풀무원로하스, 코리아나화장품 등에서 미세먼지 흡착을 방지하는 기능이 추가된 팩트, 선크림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미세먼지 입자는 모공의 5분의 1 크기로 매우 작아 피부에 달라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아 피부 깊숙한 곳에 침투하기 때문에 피부 장벽 손상, 과다 피지, 염증 반응 등을 일으켜 피부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뷰티업계의 신제품 출시 방향도 미세먼지 흡착을 방지하거나 제거하는 효과가 있는 쪽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약업계도 특수

동아제약의 안구 세정제 ‘아이봉’은 먼지, 땀, 화장품 사용, 콘택트렌즈 착용 등으로 생긴 눈 속 이물질을 씻어주는 눈 전용 세정제다. 최근 미세먼지에 따끔거리는 눈을 씻어내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누적 판매량이 100만개를 돌파 했다고 동아제약 측은 밝혔다.

CJ올리브영은 지난 주말(24일~25일)에 코 세척제인 ‘노즈 스위퍼’와 눈 세척제인 ‘아이컵’이 전주 보다 각각 20%, 63% 판매가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황사 마스크 판매량 역시 30배로 껑충 뛰었다.

홈쇼핑채널 GS샵에서는 ‘네퓨어 황사방역용 마스크(KF94)’를 지난 토요일부터 월요일 오전까지 모바일에서 1만 2000세트가 판매됐다. 이 상품은 방송시간이 1시간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주말부터 이어진 온라인 미리주문으로 황급히 준비 물량을 늘렸음에도 방송 물량이 부족해 방송시간을 30분으로 줄여야 했다. GS샵은 3월 한달 간 네퓨어 황사방역용 마스크 판매 방송 4회로 2만 8000세트를 판매했고 총 12억 2000만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GS샵 웰빙라이프팀 이지영MD는 “올 봄은 예년에 비해 미세먼지 특수가 늦게 시작됐다”면서 “4월까지 미세먼지가 심할 것으로 예상돼 미세먼지 마스크종류와 편성을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편의점 GS25에서도 지난 24일~26일까지 미세먼지 관련 상품과 온라인 쇼핑몰 ‘GS Fresh’의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마스크 914.5%, 렌즈세정액 29.1% 매출이 늘었다.   답답한 목을 시원하게 해주는 목캔디나 호올스 등 민트캔디 제품이 26.4%, 물티슈 24.8% 등 미세먼지 관련 상품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몰 GS Fresh 역시 미세먼지로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주문금액은 전주와 비교해 74.8% 늘었다. 유독 눈에 띄게 증가한 제품은 마스크다. 마스크는 해당 기간 온라인 주문이 1376.4%나 늘어났다.

GS25 관계자는 “미세먼지로 외출을 자제하다보니 근거리인 편의점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필요한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크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면역력을 높여주는 기능성 식품도 인기

면역력을 높여주는 기능성 식품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홍삼시장의 60%를 차지하는 정관장 브랜드를 운영하는 KGC인삼공사는 해마다 실적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덕분이다.  2013년 7848억 원에서 2014년 8128억 원, 2015년 9178억 원, 2016년 1조1076억 원로 증가했으며, 2017년에는 1조 2000억 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KGC 관계자는 “홍삼은 대표 면역력 증진식품으로 미세먼지로 각종 유발될 수 있는 질병 예방에 효과가 좋다”고 설명했다.

▲ (왼쪽부터)KCG인삼공사에서 운영하는 홍삼브랜드 정관장에서 판매하는 홍삼제품과 스타벅스에서 판매하고 있는 허브티다. 출처= 각사

카페 드롭탑 관계자는 “최근 연이은 미세먼지 주의보로 건강에 신경 쓰는 소비자들이 늘어나 건강하게 마실 수 있는 차 음료가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드롭탑은 소비자들의 건강을 생각해 고품질의 원재료만을 엄선해 사용하는 만큼 매장을 찾은 고객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도 캐모마일과 라벤더, 스피아민트가 블렌딩 된 ‘캐모마일 블렌드 티’를 판매하고 있다. 각종 유해물질로 발생할 수 있는 알레르기와 피부질환 개선에 좋은 캐모마일을 바탕으로 만든 허브티로 항염 작용과 몸 속 노폐물 배출에 효과적이다.

허국영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연구관은 “일반적으로 봄철과 겨울철에 고농도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미세먼지 예보 기준이 최근 변경됐다”면서 “그동안 51㎍/㎥(㎥당 100만분의 1g) 이상일 때 ‘나쁨’으로 예보했는데  36㎍/㎥이상만 돼도 ‘나쁨’ 예보를 하게돼 예보기준변경으로 ‘나쁨’ 예보가 많이 늘어나 국민들이 체감하는 미세먼지 농도는 더 높을 것”이라며 안티더스트 호황이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