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만우절(4월1일)이 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어떤 유쾌한 거짓말과 이벤트가 펼쳐질까 벌써부터 궁금해지고 있다. 올해도 BBC가 역대급을 넘어서는 깜짝 거짓말을 선사할까.

만우절 유래와 관련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그 중 중세시대 유럽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유명하다. 16세기 무렵 유럽은 부활절을 한해의 시작으로 여겼다. 그런데 그 날짜가 3월25~4월20일까지 해마다 들쑥날쑥했다.

프랑스의 샤를 9세는 1564년 1월1일을 새해로 선포하게 된다. 그러나 당시 주민들에게 이를 알리는 통신망이 좋지 못해 그 후에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이때 날짜가 바뀐 걸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들을 비웃으며 놀린 일이 있었는데 이게 만우절의 기원이라는 설이다.

국내에서는 통신사들의 만우절 이벤트가 눈길을 끌었다.  

 “올레!”하면 떠오르는 통신사는? KT다. 과거 KT와 SK텔레콤은 각자의 개성있는 광고 문구를 이용해 고객들을 웃음을 짓게 했다. 2011년 4월1일 SKT는 트위터에서 “만우절에도 올레하게! 열심히! 발로 뛰겠습니다~”라고 KT의 광고 문구를 띄웠고, KT는 리트윗으로 “콸콸콸!”이라고 당시 SKT의 광고 대사를 적었다.  

트위터를 통한 만우절 거짓말은 또 있다. 그해에 안철수연구소 트위터에는 “만우절인 오늘을 틈타 많은 악성코드들이 침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들 나름의 노고를 생각해 오늘 하루 그런 악성코드에 대응하지 않겠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영화관은 만우절 날 유쾌함과 동시에 알뜰함까지 챙길 수 있는 장소다.

지난해 메가박스에서는 고객이 거짓말을 하게 만드는 행사를 열었다. 성인이 메가박스에 가서 `청소년`이라고 거짓말을 하면 청소년 요금으로 영화 티켓을 결제해주는 내용의 이벤트였다. 대신 청소년이라고 거짓말을 했으니 19세이상 영화는 볼 수 없다. 이 이벤트는 올해도 이어질 예정이다. 

▲ 만우절에 메가박스에서 청소년이라고 거짓말을 하면 청소년 요금으로 티켓을 결제할 수 있다. 대신 19금 영화를 못본다. 출처=메가박스

과거에 CGV는 만우절에 교복이나 군복을 입고 오면 청소년 할인, 군인 할인을 해주는 이벤트를 열었다.

올해는 외국인인 척을 하면 2D영화를 8000원에 볼 수 있는 혜택을 준다. 외국인인 척을 어떻게 하냐면, 매표소 점원에게 외국어로 말을 하면 된다. 그게 힘든 사람은 국적 불명의 언어로 대화를 시도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CGV는 한복을 포함한 전 세계 각국 전통 의상을 입고 온 관객에게는 일반 2D 영화를 50% 할인해준다. 

▲ CGV에서는 만우절에 외국인인 척을 하면 영화 티켓을 할인 받을 수 있다. 출처=CGV

만우절을 유쾌하게 보내는 건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보다 규모는 좀더 크다. 

그중에서도 만우절계의 역대급으로 평가받는 방송사가 있다. 바로 BBC다. 영국의 방송국 BBC는 2008년 만우절 전날 탐사 촬영을 통해 하늘을 나는 펭귄을 발견했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BBC 자연 다큐멘터리 팀은 날아다니는 펭귄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며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는데 이 영상이 장난이라기엔 너무 고퀄리티라 시청자들은 매우 흥미로워했다. 

▲ 영국 방송사 BBC는 2008년 만우절 전날,  하늘을 나는 펭귄을 보도했다. 출처=유튜브 BBC채널 동영상 캡처

BBC가 이런 고퀄리티의 거짓말을 친 건 그보다 더 오래전 일이었다. BBC는 1976년 영국의 천문학자 패트릭 무어를 동원해 거짓말을 하는 사기극(?)을 보였다.

이 방송은 천문학자를 인용해 “4월1일 오전 9시47분 명왕성이 목성 뒤로 지나가며 행성이 일렬로 정렬되면 지구의 중력이 순간적으로 감소한다”고 발표했다. 요즘이야 믿지 않겠지만 이 당시 보도를 믿은 많은 사람들이 그 시간에 맞춰 점프를 해댔다한다. 몇몇은 실제로 몸이 붕 떴다는 증언하기도 했다. 

네덜란드의 한 방송사는 1960년에 이탈리아의 유명 관광지 피사의 사탑이 무너졌다고 보도하는 바람이 난리가 났다. 충격을 받은 일부 시청자들은 방송국에 전화해 울먹거리며 사실 확인을 했다고 한다. 

스웨덴 방송사에선 1962년 한 방송국 기술담당자가 방송에 출현해 흑백TV에 스타킹을 씌우면 컬러 TV가 된다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이 속고 따라했다. 

외신들의 장난에 국내 언론사들이 민망했던 상황도 있었다.

러시아 영자지 모스크바 타임스는 지난 2009년 만우절 때 ‘러시아와 미국의 대통령 전용차 대결’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내용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전용차가 방탄 능력이나 시설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전용차보다 월등하다는 것이었다.

국내 일부 언론들이 이를 기사화했다. 그러나 모스크바 타임스의 보도는 만우절을 기념한 거짓말 기사였다. 내용을 받아 적은 언론사 중 일부는 기사를 내렸지만 눈치를 채지 못한 곳은 기사를 계속 게재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지도 2008년 고든 브라운 당시 총리가 패션모델 출신 프랑스 대통령 영부인 카를라 브루니를 "정부 주도 운동의 리더로 임명했다"는 보도를 했다. 리더 임명의 이유는 “영국인의 삶에 멋과 매력을 불어넣기 위해”였다.

국내 언론은 이를 받아 보도했다. 한 매체는 종이신문 국제면 톱뉴스로 내세우며 사진을 크게 붙여놓기도 했다. 이 역시 만우절을 기념해 의도적으로 낸 오보였다.

흥미롭게도 만우절 기사에는 오보의 단서가 있었다.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이름이 프랑스어로 ‘만우절 장난, 만우절 바보(Poisson d'avril)라는 뜻의 단어 순서를 바꾸어 놓은 ’Avril de Poisson으로 표기한 것이다. 오보를 받아 적은 한국의 매체는 지면을 통해 실수를 사과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