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내부고발자. 영국에선 휘슬 블로어(Whistle Blower)라고 부른다. 경찰이 호루라기를 불어 동료의 비리나 부정부패를 알린다는 의미다. 우리식 표현은 영국에 비해 직관적이다.

내부고발은 외부에서 알 수 없는 은밀한 조직 안의 이야기를 밖으로 퍼뜨리는 것이다. 내부고발은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으로 많은 이에게 칭송받곤 한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내부고발자라고 해서 항상 의인은 아니라는 얘기다.

내부고발자 본인이 엄청난 용기를 낸 행동일지라도 절대 다수가 동의하지 못할 때가 있다.

비리는 소리 없이 은밀하게 벌어진다. 분업화된 사회에서 조직 내부에 있다는 것만으로 모든 비리를 속속들이 다 알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내부 가담자가 고발자라면

내부고발자는 크게 두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영국 경찰처럼 비리를 보자마자 호루라기를 부르는 경우다. 1990년대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민간인 불법사찰 폭로 윤석양 이병이나 군 부대에서 부재자 부정투표를 폭로했던 육군 백마부대 이지문 중위 같은 경우다.

또 다른 내부고발자 부류는 정권교체까지 이어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폭로자인 노승일이나 최근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포스코 출신 정민우 전 팀장 같은 경우다. 2000년대 초반 삼성그룹에서 근무했던 김용철 변호사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렇게 두 부류로 구분해보면 양자 간 차이는 드러난다. 양자 모두 부정부패를 목격했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고발 내용인 비리에 내부고발자가 얼마나 관여했는지 정도의 차이는 존재한다.

예컨대 내부고발자가 한때나마 조직 내부에서 부정부패와 비리를 눈감아 줬거나 부정한 행동의 주체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은 부정한 행위를 눈감아 줬고 직접 나서서 이런 행위를 하다가 더 이상은 할 수가 없어 폭로에 이르게 되는 경우다. 이럴 때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당신도 당시에 함께 나쁜 짓을 하지 않았는가’라고 몰아세운다. 더 나아가 내부에서 비리를 알고 있던 당신이 그때 이렇게 폭로했어도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진 않았을 것이라고 하기도 한다.

때로는 내부고발자가 범죄혐의가 있는 경우도 있다. 비리의 공범으로서 처벌을 피하기 위해 내부고발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내부고발이라는 단어가 내포하듯 본인이 몸담았던 조직을 고발하는 것이다. 그가 다시 조직으로 돌아가 예전처럼 생활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용기가 필요한 행위다. 그러나 처벌을 피하기 위해 내부고발을 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과연 내부고발자를 처벌해야 하는 것인가. 면죄부를 줘야 하는 것인가,

우리보다 내부고발 사례가 빈번한 미국에선 지난 2010년 첼시 매닝 전 일병이 군사기밀 사항을 폭로했다. 미국이 벌인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보고서였다. 다시는 광적인 전쟁을 일으켜선 안 된다는 의미 있는 폭로였지만 미 연방법·군법상 매닝 전 일병은 군사기밀 누설죄를 저질렀다. 그는 35년형을 선고받았고, 지난해 1월 퇴임 직전이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그에게 30년 감형을 내용으로 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사회적 경종을 울린 내부고발자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조치였으나 미국 사회에선 큰 파장을 일으켰다. 내부고발자는 법을 위반해도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냐는 문제제기였다.

 

내부고발자 평가 ‘사회적 합의’ 선행해야

지난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전말이 드러나는 데 고영태와 노승일이라는 두 인물의 내부고발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들은 최순실이 받고 있는 범죄 혐의에 부역했던 인물들이다. 고영태와 노승일은 과연 무죄인가.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명박 정권 시절 자원외교 관련 포스코발 의혹은 이 회사에서 대외협력팀장으로 재직했던 정민우 전 팀장의 폭로로 촉발됐다. 정 전 팀장의 직함을 보면 알 수 있듯, 지하자원이라곤 물이 98%인 유전 아닌 우물에 투자하는 과정을 그가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의 시원한 폭로를 통해 속시원해 하고 포스코의 쇄신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때 당신은 무엇을 했습니까’라고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도 공존하는 사회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내부고발자들은 각 분야에서 넘쳐나고 있다. 미투 운동도 그중 하나다.

내부고발자들을 보호해야 하는 당위성은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을 어디까지 보호해야 하는지, 내부고발자라도 범법행위가 있다면 어느 선까지 처벌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나 사회적 합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그동안 세상을 바꾼 ‘내부고발자’들이 많이 나타났지만 소리 없이 사라진 자들도 헤아릴 수 없다. 우리 사회는 그들에 대해 어떤 편견을 갖고 있고, 해외에선 내부고발자 보호를 위해 어떤 정책과 법적 조치가 만들어져 있는지 살펴봐야 할 때다.

<이코노믹리뷰>는 우리 사회의 ‘신문고’ 역할을 하는 내부고발자들에 대해 우리의 관심이 왜 필요하고 그들을 왜 보호해야 하는 것인지 문제제기를 하고자 한다. 또 해외 사례를 살펴 우리 사회가 받아들여야 할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보고자 ‘세상을 바꾼 내부고발자’를 기획했다. 내부고발자를 권력을 쥔 강자의 입장에서만 바라본다면 우리 사회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