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과 전통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문화기획과 놀이를 만들어 나가면서 만나게 되는 것은 역시 ‘한복’이다. 최근에야 생활한복, 기성한복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 꽤 늘었지만 5년 전만 해도 ‘스타일’이 있는 한복을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당시에 한복 마니아들은 직접 디자인을 하거나 공임을 맡겨 옷을 만들어 입었다. 전통 한복을 어느 정도 입으면 어떤 형태가 자기 몸에 맞는지 알게 된다.

길은 어느 정도 길이로 해야 자기와 어울리는지, 자기와 어울리는 깃 모양은 어떤 것인지, 동정 두께는 어느 정도 해야 할지, 치마끈 길이나 너비 등 자기가 좋아하는 취향대로 ‘주문해’ 입었다. 완벽한 맞춤 옷 특성을 그대로 받아들인 한복 마니아들의 방식은, 막 한복에 관심을 가지고 입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허들이 너무 높았다. 한복 부분별 명칭도 생소하고 모든 것이 낯선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배색을 하는 것도, 옷감을 고르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한복업체 직원이 쉽게 골라주는(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해도 크게 무리 없을) 배색을 입었고, 결국 다른 사람과 비슷한 한복을 입게 됐다.

그러나 시간은 흘러 전통 한복의 ‘맞춤 과정’을 어려워하던 사람들은 자연스레 기성 제품을 찾았다. 양옷을 입을 때, 자기 몸에 딱 맞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감안하고 입는 것처럼, 새롭게 출시된 생활한복(기성한복)도 그렇게 받아들여졌다. 더 많은 업체들이 생활한복을 만들었다. 그 시작에는 오랜 기간 고급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 C사의 철릭 원피스가 모티브가 됐다. 2018년 현재 인기 있는 생활한복 대부분이 철릭원피스 혹은 저고리에 허리치마 형태다. 그간 다양한 형태의 전통한복과 생활한복을 경험해 왔던 사람들도 그런 상품을 많이 파니 크게 고민하지 않고 구입한다. 그런데 문제는 디자인이 5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값싼 생활한복을 구입했다가 사이즈, 뒤틀림 등의 문제를 겪는 경우를 많이 본다. 한복가격이 너무 비싸서 사람들이 안 입기 때문에, 저렴하게 생산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의 수요에 맞추어 생산한 제품들이다. “싼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라며 체념한 듯 말하는 SNS 글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프다. 그렇다. 싼 데에는 다 이유가 있으며, 싸고 좋은 상품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오랫동안 디자인에 대한 고민 없이, 잘 팔리는 디자인에 원단만 바꾸어 출시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났다. 이 경우라도 착용했을 때 편안하게 잘 맞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너도나도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며 낮은 가격을 추구했기에 저품질 생활한복의 등장은 불 보듯 뻔히 예상된 일이었다. 호기심에 구입해 입었던 사람들도 금세 실망해 버린다. 이 십여 년 전 개량한복이 걸어왔던 길을 그대로 걷고 있는 상황이다.

저렴하고 좋은 품질의 상품을, 누구나 원하겠지만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다. 저렴한 소비자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선 정석 VS 양산 중간에서 적당한 합의점이 필요하다. 저렴한 한복을 구입하는 데 손 염색이나 손 수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당연히 자기 몸에 착 붙는 옷이 나올 리 없다. 한복의 구성요소를 갖추기는 했겠지만 핏이 엉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려한 핏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부분에 신경을 써야 하고 손이 더 많이 간다. 이것은 바로 단가와 직결된다.

비슷비슷한 형태의 생활한복들이 범람하고 있다. 판매자의 인식도 바뀌어야 하지만 소비자의 눈높이도 달라져야 할 시기다. 소비자는 보다 엄격하게 ‘입을 가치’를 따져야 하며 그에 합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판매자는 고민하고 생각하고 성찰하여 자신만의 스타일을 연구하고, 독창적인 디자인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 현재와 같이 똑같은 형태 디자인은 이미지 소비이며 언젠가는 바닥나고 말 것이다. 현 업계에서 필요한 것은 잘 팔리는 디자인을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업체와 구별되는 개성과 의복의 완성도다. 계속 변하는 Needs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한 발 앞서야 한다. 적어도 사람들이 먼저 지치는 일은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