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오후 중국 SNS에서 나돈 김정은 위원장과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악수하는 사진.

[이코노믹리뷰=박희준 산업국장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4~5월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것이 사실로 보인다. 일본의 우파 신문인 산케이신문은 27일 베이징을 방문한 북한 주요인사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베이징 SNS에는 이날 오후  김정은 위원장이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악수하는 사진이 나돌고 있다.  앞서 중국판 트위터는 북한 특별열차로 추정되는 열차가 26일 중국 베이징 역에 도착해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올려 김정은 위원장이나 북한의 특별사절단의 방문 가능성에 무게를 더했다.

산케이뉴스는 이날 김정은 위원장이 26일 베이징을 방문, 27일까지 복수의 중국 공산당 지도자와 회담을 한 것으로 중국 공당산 당국자가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에 따르면 중국과 북한은 연초부터 김 위원장의 방중 시기를 교섭해왔다. 중국 측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방중 조건으로 삼았고 이번에 방중이 실현된 것은 북한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얻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산케이는 전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 일본 니혼TV 등 주요  외신들은 앞서 이날 오전 북한의 특별열차가 전날 오후 3시쯤 베이징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이 열차는 과거 김 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탄 열차와 비슷해 보이는데다 높은 경비 수준을 감안할 때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탔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 '고위급 인사'가 누구야에 관심의 초점이 모인다.  블룸버그통신은 3명의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방중했다고 사실인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단둥 기차역에서 북한 고위 인사가 목격됐다는 질문에 "전혀 아는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백악관은 김정은의 방중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라즈 샤 백악관 부대변인은 26일(미국 현지시각)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김정은 방중설에 대한 질문에 “관련보도를 확인할 수 없으며 사실여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아무 것도 확인해주지 않고 있어 추측만 무성하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최고위급의 방중을 유력하게 보면서도 김 위원장의 방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외교안보 전문 민간 싱크탱크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27일 ‘김정은 방중가능성과 북한 비핵화 문제 전망’이라는 논평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해를 밝혔다. 정성장 실장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나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또는 최룡해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이 방중한다면 굳이 특별열차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정성장 실장은 "과거 최룡해가 김 위원장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에는 비행기를 이용했고, 최룡해나 장성택이 방중했을 때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미리 공개했다"면서 "반면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이를 미리 보도하지 않고 북중정상회담이 끝나고 북한에 귀국한 후에 방중 사실을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또 "2000년 북한은 남한과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하고서 중국을 먼저 방문해 장쩌민 주석과 북중정상회담을 개최했다"고도 밝혔다.

정 실장은 "북한이 오는 4월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한 북한의 경제상황 악화를 고려할 때 북한에게 관계개선이 가장 시급한 국가는 경제의존도가 큰 중국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현재 김정은이 베이징을 방문한 것이 맞는다면 2000년과 비슷하게 북한은 중국, 한국과 정상회담을 먼저 갖고 이후 미국과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하는 셈이다. 그런데 2000년에는 북미정상회담 개최 일정에 합의하지 못했지만 현재에는 정상회담 개최 일정에 개략적으로 합의한 상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 시진핑 총서기는 북중정상회담 개최의 조건으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명확한 입장 천명을 요구해왔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결단을 내렸다면 북중정상회담 개최의 장애물이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개최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에 대해 시진핑 총서기에게 직접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미리 전달했다면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의 입장을 가지고 있는 중국공산당 지도부로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을 적극적으로 환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만약 북중정상회담이 개최되면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총서기에게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밝히고, 북미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국제사회와 중국의 대북 제재 완화 관련 중국의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그는 밝혔다.

중국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 전환을 환영하면서 6자회담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정 실장은 예상했다.

정 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총서기에게 북한 비핵화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공식으로 천명한다면 북한에게 비핵화는 돌이키기 어려운 선택이 될 것인 만큼 이는 한국과 미국, 일본이 매우 환영할 일”이라면서 “이제는 한국과 국제사회가 북한핵의 완전하고도 검증가능하고 비가역적인 폐기를 이끌어내고 북한에게 완전하고도 신뢰할 수 있으며 비가역적인 안전보장을 제공하는 방안을 더욱 깊게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할 시점”이리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