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가 최근 임지훈 단독대표 체제를 마무리하고 조수용· 여민수 공동대표 체제로 돌입했다. 두 대표는 27일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카카오의 미래전략을 공개했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그 시대의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끊임없이 시도해나가겠다는 각오다.

카카오톡을 통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개척한 것이 카카오 1.0이라면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은 카카오 2.0이다. 임지훈 대표 체제를 넘어 카카오의 새로운 서비스를 ICT로 묶어내는 것이 바로 카카오 3.0이라는 설명이다. 특별한 전략을 가동하는  게 아니라 기존 서비스와 플랫폼 운용을 새로운 사용자 경험에 녹여내는 것이 핵심이다. 기본기에 충실한 평범함이 카카오 3.0의 시작이라는 것.

카카오는 27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조수용·여민수 대표가 자리한 가운데  열린 ‘헤이 카카오 3.0 기자회견’을 열었다. 무대에 오른 조 대표는 “카카오 3.0을 맞아 어떤 변화를 보여주어야 하는지 고민을 했다”면서 “카카오 3기를 통한 진화가 우리의 고민이 시작된 대목”이라고 말했다.

▲ 조수용 여민수 대표가 카카오 미래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시너지라는 큰 그림에서 카카오톡 플랫폼의 기능 강화에 집중했다. 조 대표는 “인공지능 스피커와 카카오M의 시너지가 중요하다”면서 “음악을 통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연결하고, 카카오 공동체를 더욱 강하게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멜론 인수를 통해 카카오M을 꾸린 카카오가 음악을 매개로 인공지능, 초연결 생태계를 강하게 조이겠다는 뜻이다. 그 연장선에서 오픈채팅의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 대표는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으로 음악과 오픈채팅 등 카카오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서랍 프로젝트도 공개됐다. 개개인의 삶을 기록하는 카카오톡 플랫폼 강화 전략이다. 카카오톡을 통해 공유되는 사진이나 동영상, 일정 등을 디지털 자산으로 관리할 수 있으며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각에서 2014년 카카오톡 감청사건 당시 수사기관이 특정 개인의 자료를 요청할 경우 서랍 프로젝트가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조 대표는 “최초 목표와는 다른 의도로 사용되게 만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스피커 카카오미니는 더욱 강력한 기능을 자랑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지난해 11월 정식 출시된 카카오미니는 멜론과 ‘강’결합해 이용자들의 음악 듣는 행태를 변화시키고 있으며, 카카오톡 보내기, 카카오택시 호출, 음식 주문, 교통 안내 등 주요 서비스를 추가하며 이용자 편의성을 높여 나가고 있다”면서 “앞으로 카카오톡 보이스톡(전화걸기), 번역, 홈IoT제어도 가능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I도 강화된다. 카카오 I 개발플랫폼인 ‘카카오 I 오픈빌더’를 하반기에 정식 오픈하고, 지난해 제휴를 체결한 현대기아자동차, GS건설, 포스코건설 등과 협업한 결과물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지식재산권(IP)과 연결해 생태계를 키우고, 블록체인 플랫폼을 활용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나왔다. 조 대표는 “카카오프렌즈, 카카오페이지, 멜론 등을 통해 좋은 IP가 시장과 플랫폼을 함께 성장시킨다는 교훈을 얻었다”면서 “IP의 가치를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투자 및 협력 체계를 구축, 이를 통해 하나의 우수한 IP를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제작해 멀티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제공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IP 파워를 통해 일본과 중국 등 글로벌 사업 전략을 구사하는 한편 인수합병 전략도 검토한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는 연내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해 건강한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글로벌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최근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 X(Ground X)’를 일본에 설립했으며, 전 퓨처플레이 최고기술경영자(CTO)인 한재선 박사를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조 대표는 “지난 16일 설립된 그라운드 X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의 강점을 보여줄 것”이라면서 “많은 사람들이 카카오 공동체의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라운드 X는 카카오만의 플랫폼이 아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아시아 대표 플랫폼을 개발하고, 전 세계 IT기업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리더십을 가져갈 계획이다. 블록체인 기술 개발 및 투자를 통해 다양한 성장방안을 모색하고, 기존 카카오 서비스에 관련 기술을 접목함은 물론 신규 서비스도 출시할 예정이다. 블록체인 기술 활성화를 위해 개발자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고, 교육, 해커톤, 컨퍼런스 등의 지원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조 대표는 “자금조달을 위한 별도의 ICO는 없으며, 가칭 카카오코인 발행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일정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로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조 대표가 운영한 '부동산, 브랜딩 업체 JOH가 최근 카카오에 인수된 것이 부적절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조 대표는 “카카오와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일이 많다”면서 “앞으로 성과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택시 유료화에 대한 논란을 두고는 ‘자신있다’는 입장이다. 여민수 대표는 “서울시와 국토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하는 중”이라면서 “카카오 모빌리티를 통해 성과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정보유출 논란에 대한 반사이익에 대해서 여 대표는 “경쟁사의 사정을 함부로 말하기 어렵다”면서 “국내에서 소셜 로그인 등에 대한 걱정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국내 소셜 로그인은 제한적인 정보만 제공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방대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페이스북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뜻이다.

카카오 3.0은 기존 카카오의 사업을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등으로 묶어 새롭게 펼치는 전략으로 보인다. 새로운 기술이나 방식은 나오지 않았고, 기존 글로벌 ICT 플랫폼 기업들과 비슷한 전략을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현장의 지적도 있었다.

조 대표는 “기존 ICT 플랫폼 기업 전략으로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안다”면서 “떨리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대표직 출사표를 던졌다. 여 대표는 “IT 산업 패러다임은 급변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금까지 인터넷과 모바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틀에 얽매이지 않고 그 시대의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끊임없이 시도해나가겠다”면서  “카카오가 만들어갈 서비스, 기술 혁신이 이용자들의 생활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