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코리아 원재준 대표는 국내에 본격 서비스되고 있는 LTE 장비 공급을 가속화하면서 한국시장에 뿌리를 내렸다.[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코리아 대표 원재준)는 국내에 본격 서비스 되고 있는 LTE장비 공급을 가속화하면서 한국시장에 뿌리를 박고 있다. 글로벌 장비업체로서 한국시장에 안착한 만큼 한국IT 에코시스템에서 ‘없으면 아쉬운 존재’가 되고 싶다는 것이 NSN의 바람이다.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이하 NSN)는 지난 2007년 6월 노키아와 지멘스의 네트워크 장비 사업부가 결합돼 출범했다. 120년 노키아와 150년 지멘스의 역사가 합쳐진 만큼, 앞으로 300년 가까운 이력을 지닌 경험치가 장비 부문에 녹아들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고 있다.

양사 합작 설립 때부터 국내에도 NSN코리아가 법인으로 설립돼 운영돼 왔다. 물론, 이전에도 노키아와 지멘스는 별개로 국내 사업을 지속해왔다. 합병 이전과 직후, NSN 매출은 지멘스 시절 인수한 다산네트웍스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다산네트웍스는 지난 2008년 NSN에서 남민우 사장이 다시 인수하는 형태로 스핀오프 됐다. NSN코리아 원재준 대표가 회사에 합류한 것은 그 직후였다.

LTE장비 이어 플랫폼 솔루션 도전
원 대표가 NSN코리아에 합류한 때는 지난 2008년 9월. 당시에는 합병 회사의 매출 99% 이상을 차지하던 다산네트웍스가 분사해 매출이 전무한 상태였고, 직원도 거의 없었다. “다시 시작해보자”는 결의가 가득했던 시절이었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른 지금, NSN코리아는 지난 7월 국내 LTE 서비스 개시와 함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NSN은 글로벌시장에서 160개 국가 600개 이상 사업자에 통신 장비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3G LTE 분야에서도 최다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국내 LTE 장비공급은 예상된 일이기도 했다.

국내 LTE 사업의 성공적 진출과 함께 전송장비 분야에서도 NSN코리아는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현재 매출 대부분은 LTE 등 이동통신 장비에서 거두지만, 전송 부문 역시 매출을 확대하는 중이다.

NSN코리아는 플랫폼 솔루션 분야의 국내 진출도 모색 중이다. 통신망을 통해 이뤄지는 부가가치 서비스의 일종으로,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가 아니라 이에 필요한 솔루션을 공급하는 형태를 예상하고 있다. 내년쯤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의 LTE 장비는 LG유플러스 수도권 지역에 공급, 구축되고 있다. 사진은 LG유플러스 엔지니어들이 경기도 오산 4G LTE 기지국에서 LTE 시험 전파를 위한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지난 3년여 성과와 더불어 무엇보다 직원 수가 크게 늘어난 것 역시 큰 성과 가운데 하나다. 올해 초만 해도 직원이 없다시피 했는데, 지난 10개월 동안 매월 10명, 20명씩 함께 하다 보니 현재 직원이 100명을 넘어섰다는 얘기다.

원재준 대표는 “처음 해보는 시장이었지만 현재까지는 성공적으로 목표를 달성한 상태”라며 “사업자 요구대로 품질도 초기단계이기는 하지만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한국시장 안착을 위한 본사 차원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7월 미국과 핀란드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개설한 ‘한국스마트 랩’이다. 스마트 기기에 최적화된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 네트워크 기술 및 사업 개발을 위한 연구기관으로, 전 세계 세 번째이자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공식 개소됐다.

한국스마트랩에는 최첨단 3G(WCDMA), LTE 및 멀티 액세스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 아울러 무선, 코어 및 관리용 인프라스트럭처도 갖추고 있다. 또한 NSN의 글로벌 IP R&D 네트워크에 연결돼 전 세계 100여 곳에 위치한 R&D 랩의 자원과 장비를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여러 가지 테스트 장비 및 시설이 구비돼 대내외적인 다양한 스마트 기술 관련 테스트를 실시할 수도 있다.

NSN은 이를 통해 국내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신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LTE 기술을 중심으로 네트워크 최적화, 테스팅 및 연구 활동을 집중 수행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사업 개발 허브로서 한국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도 지원하고 있다.

한국을 바라보는 본사 시각과 관련, 원 대표가 밝히는 또 하나의 두드러진 변화는 한국이 본사가 중시하는 ‘프라이머리 마켓(primary market)’에 추가 됐다는 점이다. 당초 미국과 일본,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6개 시장에 작년 말, 한국이 더해진 것이다. 이들 지역의 경우, 시장 확산에 필요하다면 연구소나 다양한 부서의 많은 지원이 이뤄지는 구조를 띠고 있다. 한국스마트랩 설립 역시 그 일환이다.

올리 앤더슨 한국스마트랩 연구소장.

지난 4개월, 한국스마트랩의 운영 실적은 일단 성공적이란 게 회사측 평가다. 해외 파견 인력을 포함, 20여명이 프로젝트의 다수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LTE 관련 작업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조만간 LTE 신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개발을 마치고 현재 스마트랩 내 시연 중인 이 LTE 장비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원 대표는 “이통 기술을 다룰 SW인력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관련 대학생 등 기술 인력의 유입이 별로 없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엔지니어를 선호하지 않는 국내 현실이 초래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LTE장비 공급을 계기로 국내 통신사업자들과의 유기적인 연계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NSN코리아는 국내 LTE 사업자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관련 장비를 공급했거나 공급 준비 중이다. LG유플러스는 서울을 뺀 수도권지역 상당 부분과 부산/대구/울산 등 경남지역에 장비를 구축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연말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국내 우수 개발자 해외 동반진출 모색
11월 LTE 서비스 개시를 공언하는 KT와는 장비성능테스트(BMT; Benchmarking Test)를 진행하고 있다. KT는 지난 7월 삼성전자를 LTE 장비 공급 우선 개발 협력사로, LG에릭슨과 NSN을 기지국 분야 예비 개발협력사로 선정한 바 있다. 당초 10월께 BMT를 거쳐 이들 3사 중 최종 장비업체를 선정한다는 것이 KT의 방침이었다.

원 대표는 “(LTE 장비 공급 관련) 원래 삼성전자와 LG에릭슨 2강 구도였지만, NSN이 들어가 3강 구도가 됐다”며 “KT의 결정에 따라 굳히기 여부가 주목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스마트랩 등 R&D 플랫폼을 통한 국내 통신사와의 긴밀한 연계, 이로써 가능해진 차별화된 기여 등이 회사 측이 내세우는 타사 대비 경쟁력이다.

3강 구도 형성을 통한 장비 가격 인하 및 조기 LTE 상용화 등 나름의 기여도 NSN이 내세우는 부분이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전국망을 까는 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지만, 이를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빨리 구축토록 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다.

NSN은 특히 한국스마트랩을 거점으로 국내 우수 솔루션 개발사들의 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 국내 기업의 LTE 테스팅 툴이 한국스마트랩과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해외시장에 진출한 사례도 있다. NSN 장비가 해외 통신사에 공급될 경우, 여기에 채택된 국내 업체 제품이 자연스레 소개되는 효과 또한 크다.

최근에는 국내 RF모듈 업체가 해외업체 대비 1/3 기간에 1/3 가격으로 제안을 하고 이를 성공시켜 납품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원 대표는 “NSN에 제안해 채용이 될 경우, 새로운 기회를 가져가는 케이스가 나오고 있다”며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에도 불구, 수출 루트가 없는 기업들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NSN은 이와 함께 한국의 정보통신 기술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도 모색 중이다. 향후 한국의 ICT 분야에서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좋은 사업 기회가 주어진다면 투자도 가능하다는 게 원 대표 판단이다.

한국 내 직접 투자에 대해서는 “비즈니스 케이스가 나오고 좋은 건이 생기면 검토가 가능하겠지만, 아직까지 그런 단계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원 대표는 답했다. “이게 없으면 사업을 못할 정도의 기술이 나왔다 싶으면 그때 필요성을 전제로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국내 업체의 인수합병 사례는 지멘스 시절, 다산네트웍스가 유일하다. 2004년 3월 인수했다가 2008년 8월 지분을 매각했다. 지금도 협력관계는 지속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산네트웍스 이후 국내 업체 인수합병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

NSN은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업체로도 잘 알려져 있다. 차세대 기술 개발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필수 선택이기도 하다. 차세대 기술 개발과 관련, 현재 4세대 이후 버전으로 ‘5G’가 논의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직 규격 차원에서 해결 과제가 많은 상황이다.

현행 FTTH에서 가입자당 최대 100Mbps 속도는 차세대 1Gbps까지 확대되는 데 이를 여러 명이 함께 쓰지 않으면서 가입자당 이용이 가능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속도가 더 빨라져 영화를 다운로드하는 데 1분정도 걸리던 것을 10초 이내로 앞당길수 있다는 얘기다.

이 기술의 유용성은 주파수 대역이 늘어날수록 이용 서비스도 계속 늘어난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클라우드 백업의 경우, 하루 수십 기가도 올라가며 이때 소요시간을 줄일 수 있어 매우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원대표는 국내 제 4이통 출현 움직임과 관련, “와이브로를 TD-LTE로 갈 경우, 얼마간 승산이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TD-LTE는 중국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4G기술로, TD-SCDMA 기술이 진화한 형태다. 와이브로에 쓰이는 언페어 스펙트럼을 활용하는 가장 좋은 기술이 TD-LTE라는 것이다.

NSN은 LTE 장비 등에 더해 와이브로 장비도 공급하고 있다. 지난 5월 모토로라솔루션즈의 네트워크 사업 부문을 현금 9억 7000만달러에 인수한 데 따른 것이다. 인수를 통해 기존 모토로라솔루션즈가 보유한 GSM, CDMA, WCDMA, WiMAX, LTE 제품 등에 대한 책임 모두를 넘겨받았다는 것이다.

NSN 측은 국내 와이브로 장비 공급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국내 스펙이나 기능과 NSN 장비를 비교해 국내에서 승산 있는 패키지를 제안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참여하지 않는다는 복안이다. 국내 와이브로 시장에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방증인 셈이다.

“한국 이통 글로벌소싱 통로가 되겠다”
NSN코리아 합류 3년째. 나름대로 혁혁한 성과를 거뒀다고 안팎으로 평판이 좋은 원재준 대표는 그간 가장 보람된 성과로 본사의 일곱 번째 프라이머리 국가에 포함된 것과, 예전엔 관심도 없었던 국내 업체들의 글로벌 소싱이 활발해진 점 두가지를 꼽았다.

기존 중국 부품의 대체는 물론, 의사를 개진하면서 각국 시장을 얘기할 때 항상 한국이 포함될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도 거론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팀도 많이 늘고 고용도, 매출도 늘어 보람이 크다는 것이 원 대표의 설명이다. 본사 전체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아직 미미하지만, 상당히 중요해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잊지 않았다.

NSN코리아가 향후 한국 내 어떤 업체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할까? “일단 사업적으로 통신업계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일부가 됐으면 좋겠다. 없어지면 통신업계가 이것도, 저것도 못한다고 고민하는 그런 존재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 그런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직원들이 즐겁게 일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원 대표의 바람이다. 원 대표는 NSN의 한국 지사장으로 한국 내의 모든 영업, 마케팅, 전략적 비즈니스, 운영을 총괄한다. 더불어 한국 국가경영팀을 이끌며 NSN의 주 대변인 역할도 맡고 있다.

NSN 한국지사장으로 취임하기 전, 원 대표는 사모투자전문회사인 스카이레이크 인큐베스트에서 상무로 재직하며 경쟁력 있는 이동통신 기업 및 IT 기업의 투자 및 육성을 담당했다. 원 대표는 앞서 한국노키아 부사장을 지냈으며, 노텔네트웍스의 한국 지사와 호주 본사에서 12년간 근무했다.주의 모나쉬 대학에서 전산학 및 전자공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개방형 ‘한국스마트랩’도 성공 예감
지난 7월 미국과 핀란드에 이어 전 세계 세 번째 국내 설립된 ‘한국스마트랩’이 운영 4개월째를 맞고 있다. 현재 운영 인력은 해외 파견 인력을 포함, 20여 명으로 진행 중인 다수 프로젝트 상황에 따라 대폭 인력 확충을 예정하고 있다.

설비는 국내 업체에도 개방된다. 최근 국내 단말기 업체와 함께 시그널링 신호처리 부분의 최적화 활동을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개발 방향성이 같다면 NSN과의 협의를 거쳐 스마트랩 설비 이용이 가능하다. 솔루션이 훌륭하다고 판단될 경우, 제품 포트폴리오에도 포함될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는 사례가 없다. 훌륭한 솔루션이 있으면 해외 사업자 소개도 가능하다고 회사측은 말했다.

LTE 장비 공급을 계기로 국내 통신사 협력도 대폭 늘었다. 기대했던 것만큼 결과가 나와 데모단계까지 이르렀다. 성취도로 따지면 아직 반도 못 왔다는 게 회사측 판단이다. NSN의 전 세계 100여곳 R&D연구소와 유기적 연계도 이뤄지고 있다. 스마트랩에는 현재 미국과 중국 장비 개발자들이 일하고 있으며, 독일 연구소와도 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 한국내 개발인력의 해외 파견은 아직 시기상조다. 우선 국내에 산적한 업무부터 처리해야 한다.

박영주 기자 yjpa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