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수사권 내려놓은 검찰, 영장청구권마저 빼앗기나?

평소 기존 사법질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내비쳐온 재야 법조인 출신의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개헌안에 과연 어떠한 사법개혁안을 담을 것인가는 법조계에서도 주목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이번 개헌안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재판을 받도록 하는 대신, 헌법과 법률에 따라 ‘법원’의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국민이 참여하는 배심제와 참심제 도입의 헌법적 근거를 마련했다(제28조 제1항).

또한 개헌안에는 신속한 재판뿐만 아니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헌법상 재판청구권 내용에 포함됐고(제28조 제3항), 최근 ‘사법부 블랙리스트’사건을 의식한 듯 대법원장 또는 대법관 회의를 통해 좌지우지되던 법관의 인사권에 ‘법관인사위원회’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제104조).

특히나 헌법재판관의 자격을 법관에 한정하지 않고 법관의 자격이 없는 학자 등에게까지 문호를 개방하도록 한 것은 법조계 입장에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였다(제111조 제2항).

그러나 그 무엇보다 법조계에 큰 충격을 가져다 준 것은 현행 헌법상 유일한 영장청구권자로 되어 있는 ‘검사’의 존재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개헌안 제12조 제3항은 ‘체포·구속이나 압수·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청구되고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라고만 규정할 뿐 영장의 청구가 검사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내용이 없다.

마찬가지로 제17조 제2항에도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하려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청구되고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 검사가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없다.

그동안 법조계에서는 형사소송법상의 영장은 경찰이 ‘신청’하고, 이에 따라 검사가 ‘청구’하며, 법관이 ‘발부’한다는 것을 당연시 해 왔다. 이번 개헌안에 따르면 형사소송법을 일부 개정할 경우 검사 대신 경찰이 영장을 ‘청구’하거나 검사와 경찰이 독립적으로 영장을 ‘청구’할 권한을 갖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듯 청와대는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삭제해도 현행 형사소송법상 검사가 가지고 있는 영장청구권은 그대로 존속한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는 달리 말하면 앞으로는 ‘헌법 개정’ 없이도 ‘법률의 개정’만으로도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손쉽게 박탈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검찰 일각에서는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수사권 중 상당부분을 경찰에 내어준 검찰이 이번에는 영장청구권마저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 ‘토지공개념’의 도입은 사회주의 국가의 시작인가?

이번 개헌안에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토지공개념’도 함께 포함됐다.

‘토지공개념’이란 토지의 소유와 처분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적절히 제한할 수 있다는 개념으로 ‘국가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개헌안 제128조 제2항에 반영된 것이다.

물론 현행 헌법에도 이런 취지의 규정들은 존재한다. 현행 헌법 제23조 제2항은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해 재산권 행사의 한계를 예정하고 있고, 제122조에서는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토지는 원칙적으로 생산이나 대체가 불가능하여 공급이 제한되어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가용토지면적은 인구에 비하여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다른 재산권과 같게 다룰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므로 공동체의 이익이 보다 강하게 관찰되어야 한다.’며 토지재산권에 대한 광범위한 입법재량을 인정하고 있다(헌법재판소 1998. 12. 24. 선고 89헌마214).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토지공개념’조항이 개헌안 ‘경제’장에 명시됐다는 것만으로 ‘사회국가적 원리’를 헌법 이념으로 삼고 있는 우리 헌법이 ‘사회주의 국가 헌법’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해석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우리 헌법은 현행 헌법이든 개헌안 모두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는 자유시장 경제질서 체제를 전제로 하고 있고(현행 헌법 제119조 제1항, 개헌안 제125조 제1항), 단지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한 범위 내에서만 ‘보충적으로’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허용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현행 헌법 제119조 제2항, 개헌안 제125조 제2항).

또한 일각에서는 이번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국민투표를 거쳐 정식 헌법으로까지 공포될 경우 과거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판단을 받았던 토지초과이득세(토초세)와 유사한 성격의 세금이나 부담금도 이제는 합헌 판단을 받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토지공개념’은 그동안 명시적 조항이 없었을 뿐 이미 우리 헌법에 내재되어 있던 개념이라는 점, 헌법조항 하나가 신설되고 삭제된다고 해서 헌법정신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을 두루 고려한다면 이 역시도 성급한 판단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 회에는 마지막으로 이번 개헌안에 포함된 ‘통치구조’ 및 ‘지방자치’ 각 헌법조항의 함의를 살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