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오각진 기업인/오화통 작가 ]

봄이 조금씩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날이 따듯해지면서 어르신들이 활기를 펴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나도 따듯함이 좋습니다만, 무엇보다 일찍 환해지는게 더 좋습니다.

올초에 입사한 아들 녀석이 교육받느라 일찍 나서는데,

얼마전까지는 깜깜할 때 나가야 했는데, 그게 안스러웠거든요.

과거 밤을 지새우다가 새벽 5시나 되어야

잠드는 올빼미 타입였는데, 회사 들어가서

그렇게 출근하니 죽을 맛이겠지요.

이제 훤히 밝아 올 때 나가니 마음이 놓이며,

점차 육체적인 것,육체의 근력은 그렇게 적응하며 살 것이라 믿어봅니다.

그러며 한편으로 앞으로 겪게될 정신적인 면의 근력은

어떨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혹시 단호박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조직내에서 단호하게 자기 의견을 말하는 사람을 빗댄 말입니다.

 

아들이 들어간 회사에서 연초 그룹 신입 사원들이

대거 합숙 교육을 같이 받다가 소속사로 각자 뿔뿔히 흩어졌다고 합니다.

소속사로 배치받은 인력도 공통 교육을 마치고,

공장 갈 사람은 또 공장으로 또 흩어지고,

지금은 연구소에 있을 사람들끼리 교육받고 있는데,

얼마후 부서 배치를 받는다고 합니다.

날이 훤히 밝아지는 것처럼,

단체로 교육받을 때의 다수,익명에서 벗어나

부서에서는 개인으로 드러나고,

홀로 서는 것을 직면해야 합니다.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되어가는 인생의 축소판같이 말이죠.

그렇게 혼자 서게 될 때 정신적 근력을 어찌 발휘할지가

애비로서 궁금하기도 하고,걱정도 됩니다.

앞으로 무수히 부딪치게 될 순간,

즉 어떤 의견을 말해야 할 때,

신입 사원이 신중을 가장해 정치인같이 양비론적인 말을 하라고 할 수도 없고,

단연코 단호박이 되라고 할 수도 없고..

내 경우 조직에 오래 근무해보니, 단호박같은 친구의 얘기가

결국 의사결정에 도움이 된 일이 많았는데도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나 스스로도 단호박을 지향해온 세월였으니,

아들이 그리 멀리 가지는 않겠지요.

 

단호박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필자는 삼성과 한솔에서 홍보 업무를 했으며, 이후 12년간 기업의 CEO로 일했으며 현재는 기업의 자문역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중년의 일원으로 일상에서 느끼는 따뜻함을 담담한 문장에 실어서, 주1회씩 '오화통' 제하로 지인들과 통신하여 왔습니다. '오화통'은 '화요일에 보내는 통신/오! 화통한 삶이여!'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필자는 SNS시대에 걸맞는 짧은 글로, 중장년이 공감할 수 있는 여운이 있는 글을 써나가겠다고 칼럼 연재의 포부를 밝혔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이코노믹 리뷰> 칼럼 코너는 경제인들의 수필도 적극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