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미국의 존 볼튼 안보보좌관 지명과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경제성장률 전망 상향 조정 등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할 요인이 적지 않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의 경제·금융전문 채널 CNBC는 지난 24일(현지시각)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 국가안보보좌관에 존 볼튼을 내정한 것은 이란과 베네수엘라 같은 국가에 더 강경한 입장을 보이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국제유가 상승을 유도한다고 보도했다.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매파’로  2015년 이란과 국제사회가 체결한 핵 협정이 쓸모없다고 지적했고, 군사 행동으로 이란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 시기에 합의된 이란 핵협정(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파기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이란은 미국이 핵협정을 파기하거나 수정하면 핵무기 개발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여러 번 밝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을 사실상 이끌면서 이란과 중동의 강자 자리를 다투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의 핵무기를 개발하면 사우디도 핵무기 개발에 나설 뜻을 피력했다.

캐나다의 투자은행 RBC캐피털마켓츠의 헬리마 크로프트 국제상품 전략책임자는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사우디아라비아도 핵 보유국이 될 것이라고 사우디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말했다"면서 “중동의 긴장이 최근 더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OPEC 회원국이면서 세계 최대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의 경제제재로 산유량이 급감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원유생산량은 국제유가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OPEC과 러시아 등 24개 산유국이 하루 180만배럴의 생산량을 줄이는 감산합의를 지속하면서 유가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크로프트 국제상품 전략책임자는 “5월이 국제유가에 중요한 시기다. 이란이 5월 12일에 원유가격을 인상하고 20일 베네수엘라가 선거를 한다면 이들 나라를 압박하는 정책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때부터 원유 시장은 주목을 받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국제정세뿐만 아니라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인상도 국제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지목한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미국 셰일오일 생산업체들은 이자 비용 부담이 커져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을 더 늘리려 하기 때문이다.  Fed는 21일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1.75%로 상향조정했다. 14개 셰일오일 생산업체들의 장ㆍ단기 부채 이자비용은 Fed의 금리 인상과 함께 증가하고 있다.

▲ 미국 셰일오일 기업들의 장단기 부채 대비 이자 비용. 출처=미 에너지정보청(EIA), KB증권

Fed가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것도 유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경제가 성장하면 그 만큼 원유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국제유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Fed는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 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보다 0.2%포인트 높인 2.7%로 조정했다. 내년 경제 성장률도 0.3% 포인트 올린 2.4%로 상향 조정했다.

KB증권 임재균 선임연구원은 “Fed는 경제전망에서 상위 3개와 하위 3개 지표를 제외한 중심 성향(Central tendency)을 지난해 2.2~2.6%에서 올해 2.6~3.0%로 제시했다”면서 “지난해 최고 전망률이 올해 최저 전망률로 나타난 것은 Fed가 경제에 자신감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가 견고하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원유 수요는 계속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임재균 선임연구원은 또 원유 정제 설비가동률이 높아지면 원유 재고가 감소하고 이는 유가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재고량 충원을 위한 원유수요 증가로 유가가 오르는 것이다. 원유 정제 설비가동률은 3주 연속으로 증가해 91.7%를 기록했다.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는 262만 2000배럴 감소한 4억 2800만배럴이다. 휘발유와 정제유도 각각 169만 3000배럴, 202만 2000배럴 감소했다.

임재균 선임연구원은 “정제 설비 가동률이 증가하고 있는데 휘발유와 정제유 재고는 각각 3주와 6주 연속 감소하고 있다”면서 “탄탄한 경제를 바탕으로 미국에서 원유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유가 상승이 계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미국의 정제설비 가동률. 출처=미 에너지정보청(EIA), KB증권

미국의 수입산 철강ㆍ알루미늄 관세부과 명령이 국제유가에 주는 영향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관세부과로 미국발 보호무역주의가 심화하고 국제 무역전쟁이 일어나면 원유 수요가 감소해 유가가 낮아질 수 있다. 반면 수입산 철강ㆍ알루미늄 관세부과로 미국의 에너지 산업의 원유 생산 비용이 비싸지면 미국 기업들은 증산 속도를 늦춰 유가가 높아질 수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 내 원유, 가스 생산비용에서 시추 단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15% 수준이며 이 중 철강이 차지하는 비용은 30%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주요 유정관, 강관 품목 수입국인 캐나다와 멕시코, 한국은 철강ㆍ알루미늄 부과대상에서 제외됐다.

삼성증권 심혜진, 허진욱 분석가는 “수입 철강에 대한 관세부과가 미국의 에너지 생산비용에 미치는 영향은 1% 미만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제유가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