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로는 아마존 에코 스팟보다 구식 자명종 시계가 더 좋을 때가 있다. 구식 자명종 시계(왼쪽)와 아마존 에코 스팟(오른쪽)        출처= 뉴욕타임스(NYT)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알렉사, 불 좀 켜"라고 말하면서 거실 불이 들어오게 하는 것이 여전히 마술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인터넷에 연결된 일상의 장치들인 소위 스마트 기기를 둘러싼 모든 광고를 보면 때로는 옛날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잊기 십상이다.

기술 회사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인터넷을 연결해 스마트 스피커나 전화로 조절되게 해 준다. 온도 조절기, 감시 카메라, 모기 잡는 기구, 커피 메이커 등 무엇이든.

이에 따라 스마트 기기는 점점 대중화되고 있다. 조사 기관인 NPD 그룹에 따르면, 2017년 미국 가정의 15%가 홈 오토메이션 기기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4월 조사에서는 10%였다.

그러나 모든 가전 제품, 조명, 패션 액세서리에 Wi-Fi 연결을 설정하기 전에 고리타분한 얘기를 한 마디 해보겠다. 가장 평범한 일상의 기기들은 대개 단순한 작업을 극히 잘 수행하도록 설계되었는데, 어떤 경우에는 같은 용도의 첨단 제품보다 임무를 더 잘 수행한다.

그러니 잠시 시간을 내어 최고의 구식 기기들을 감상해 보자.

손목 시계와 애플 워치

애플 워치가 현대인의 인기 상품이라는 데는 이의가 없다. ‘시리즈 3’이라고하는 애플 워치의 최신 버전은 (데이터 처리가) 빠르고, 뛰어난 방수 기능에다, 배터리 수명도 길며 다양한 기능을 제공할 뿐 아니라 피트니스 활동을 추적하는 탁월한 스마트 시계다.

그러나 일반 손목 시계는 한 가지 중요한 작업에서 여전히 우세하다. 바로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이다.

손목을 비스듬히 기울이면 당신이 시간을 보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애플 워치 화면이 밝아지며 시간을 표시한다. 이 기능은 배터리 수명을 오래 보존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애플 워치 착용자는 이 기능이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타는 도중에 시간을 확인하려면 핸들에서 손을 떼고 시계를 얼굴 쪽으로 들어 올려야만 시간을 볼 수 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닐 때 손으로 기둥을 잡고 있는 자세에서 시간을 보기 위해 정확하게 각도를 기울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또 회의 중에 시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알고 싶을 때 손목을 움직이는 것도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다.

애플 워치가 배터리 성능을 떨어뜨리지 계속해서 시간을 표시해 주기 전에는, 거의 모든 상황에서 일반 손목 시계가 시간을 알기에 더 좋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서는 일반 시계를 착용했다가 체육관에서나 애플 워치를 차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에 관한 한, 전통적인 손목 시계가 스마트 워치보다 종종 더 우수하다. 일반 손목 시계(왼쪽)와 애플 워치(오른쪽)    출처= 뉴욕타임스(NYT) 캡처

스마트 폰을 차량에 거치하는 것(car mount)과 스마트 카 콘솔(smart car console)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차에는 스마트폰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터치 스크린 콘솔이 장착되어 있다. 안드로이드 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를 사용하고 아이폰 사용자는 카플레이(CarPlay)에 연결한다.

이 스마트 카 시스템은 스마트 폰과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예를 들어, 아이폰을 연결하면 애플 지도, 애플 뮤직, 애플 팟캐스트 등과 같은 앱 화면이 로드되면서 콘솔을 조정하거나 스마트 폰에 손대지 않고도 음성 인식 비서 시리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개념의 문제점은 이러한 스마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앱의 수가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카플레이를 사용하고 있는 상태에서 구글 지도나 웨이즈(Waze, SNS 기반 음성 길 안내 서비스 앱)을 사용하기 원한다면, 운이 없는 것이다. 애플 지도만 사용할 수 있다.

또 스마트 카 시스템의 주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필요한 경우, 어떤 자동차는 아직 자동 업데이트나 직접 다운로드를 할 수 없어서, 차를 딜러에 가지고 가야하고 업데이트 비용도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예를 들어 GM은 몇 년 동안이나 소위 무선 업데이트(over-the-air updates)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2020년까지 이를 지원할 계획이라고만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전화기를 직접 거치하는 방법은 비용도 적게 들고 우리를 좌절시킬 일도 거의 없다. 거치대를 대시보드나 CD 플레이어 홈, 또는 에어컨 통풍구에 부착하고 전화기를 올려놓은 다음 액세서리 포트를 통해 전원 충전기에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어떤가? 이제 전화기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되어 내비게이션이나 음악 앱을 켤 수 있고 스피커 폰을 사용해 음성으로 전화를 걸 수도 있다. 화면은 지도를 명확하게 읽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고, 운영 체제도 사용자가 직접 업데이트 할 수 있다. 너 이상 무엇이 필요하단 말인가?

자명종 시계와 아마존 에코 스팟

아마존은 최근에 터치 스크린과 알렉사 가상 비서를 합친 스마트 알람 시계 에코 스팟(Echo Spot)을 선보였다. 화상 전화용 내장 카메라다가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당신의 침대 옆 탁자 위 카메라가 항상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면? 그것은 마치 당신의 사생활을 침해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 당신은 속옷을 입은 채로 식료품을 쇼핑할 수도 있고 스마트폰의 모든 사진을 웹에 공개적으로 게시할 수도 있다.

아마존은 사용하지 않을 때는 언제든지 에코 스팟의 카메라 소프트웨어를 끌 수 있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해커가 악성 코드(malware)로 당신을 추적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따라서 단지 당신이 출근하기 위해 시간에 맞춰 당신을 깨우는 기기를 갖는 것이 목적이라면 구식 자명종 시계를 사용하시라.

▲ 다이얼식 주방 타이머(왼쪽)와 아마존 에코(오른쪽)      출처= 뉴욕타임스(NYT) 캡처

주방 타이머와 아마존 에코

아마존 에코의 기능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 중 하나가 주방 타이머를 설정하는 것이다. 야채를 잘게 써느라 바쁜 와중에도 "알렉사, 타이머를 80분 간 설정해"라고 말만 하면 되니까.

그러나 때로는 값도 훨씬 싼 주방 타이머가 더 좋은 이유가 있다.

우선 무엇보다 조리 타이밍은 발열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음식이 알맞게 익었는지 확인하고 주방 타이머를 변경해야 하는 경우에는, 구식 타이머, 즉 두 세개의 버튼이 달려있는 아날로그식 타이머나 디지털 시간 표시가 있는 타이머가 시간을 조절하기에 훨씬 더 쉽다. 설정한 시간이 다 되면 신호나 버저음이 울리고, 다이얼을 돌리거나 한 두 개의 버튼을 눌러 몇 분을 더하거나 뺄 수도 있다.

에코를 사용해도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알 수 있지만, 스마트폰 앱을 열고 남은 시간을 확인해 봐야 하거나 알렉사에게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봐야 한다. 어쨌든 장기적으로 볼 때, 타이머로서 스마트 스피커를 사용하는 것은 따분한 일이다.

한 장의 종이와 타블렛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패드(iPads)나 아마존 파이어 태블릿(Amazon Fire tablets)을 구입하면 쓰던 태블릿을 부엌에 갖다 놓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 자석을 이용해 냉장고에 붙여놓고 조리법을 찾아 보는 용도로 쓰기도 한다.

이 실험을 해보니 그것도 꽤 번거로운 일이었다. 화면에 음식물이 자주 묻어서 타블렛을 자주 닦아줘야 했고 배터리를 재충전하는 것도 성가신 일이었다. 또 레시피를 두 배로 늘리거나 절반으로 줄이려면 이를 암산해야 하는데, 부엌에서 정신 없이 바쁠 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장의 종지에 레시피를 인쇄하거나 적어두는 것이 더 간편하다. 레시피의 변경이나 조정도 쉽게 추가로 메모할 수 있다. 당신의 필체가 멋지다면 조리 단계나 식재료가 무엇인지 읽기도 쉬울 것이다.

또 종이에 음식물이 묻어 더러워지면 그냥 버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