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에게 묻는다> 강병호 지음, 연인M&B 펴냄

[이코노믹리뷰=최혜빈 기자]저자는 삼성전자와 삼성종합기술원에서 근무하고 대전문화산업진흥원의 초대, 2대 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배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와 한류문화산업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조지아대에서 석사, 영국 더비대에서 이학 박사학위를 받은 4차 산업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2018년 현재, 한국에서 보수 정치란 과연 무엇인지 물으면서 “보수는 게으르다”고 날선 비판을 가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한다. 그는 곧 닥칠 4차 산업혁명으로 개인 창의력과 상상력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며 초지능과 초연결 사회의 문턱에서 자유와 보수의 정의도 4차 산업혁명의사회구조와 맞도록 다시 정립돼야 한다고 촉구한다. 경제혁신이 보수 재건의 첫 번째 어젠다라는 그의 결론은 울림이 매우 크다. 

▲ 강병호 교수

저자는 보수 진영이 그동안 “이념보다는 특정한 사람에게 의지”했으며 “보수 진영 정치인들은 이념과 가치에 대해 무지하거나 관심이 없다”고 비판한다. 보수가 야당이 된 현 상황의 시작점을 2016년 9월의 최순실 게이트로 보는 저자는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 2013년 1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이념 성향 조사에서 응답자 40%가 스스로를 보수 성향이라고 답했다. 진보 성향이라는 응답자는 24%에 불과했다. 2016년 12월 조사에서는 이 숫자가 역전됐다. 보수라는 응답이 24%에 그친 반면, 진보라는 응답은 36%까지 높아진 것”이라며 ‘4년 만에 지지 성향이 급격히 변한 이유’를 이 책에서 찾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발생 2년 전, 그 징후가 있었는데 바로 ‘정윤회 문건 사건’이다. 많은 전문가가 박 전 대통령 정권의 몰락 시발점이 이 사건이라고 분석한다. 이 사건으로 문고리 3인방의 청와대 권력은 오히려 더 강력해지고, 박 전 대통령의 은둔정치는 더욱 심각해졌다. 2016년 4월 13일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16년 만에 패배했다. 이 때문에 최순실 게이트와 청문회, 탄핵 결정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이 책이 정치학 전문 서적이 아니며, 본인 또한 정치인이 아니어서 반성의 주체는 아니라고 밝힌다. 이 책은  "한 지식인이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라고 그는 썼다. 보수진영이 무너진 원인을 짚는 반성문인 셈이다.

그가 보는 보수 몰락의 원인을 여러 가지로 파악했다. 보수는 그의 말을 빌자면 시대에 대한 반항이 핵심인 박정희 정신을 왜곡하고 이미지만을 이용했다.  보수 정치에는 인간미가 없었다. 보수 정치에는 소통이 없었다. 리더들은 소통 없이 군대식의 하향 문화만을 지향했기에 청년층의 지지가 하락했다고 그는 질타한다. 보수 정치에는 이념이 없었고  정치의 행동양식은 이기적이고 서로 교류가 약했으며, 청년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고  그는 일갈한다. 

저자는 ‘보수 진영이 다시 살 수 있으려면 정체성을 확립할 것을 제안했다. ‘종북몰이’라는 단세포적인 정치공학을 버리고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한다. 국가 수호를 위한 비전을 제시할 것을 주문한다. 무엇보다 혁신성장 전략을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 저자는 “보수 재건의 첫 번째 어젠다는 정치도 이념도 아니며 경제혁신”이라고 단언한다. 경제를 재건하는 방법을 마련하고 가장 먼저 토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는 "한국을 먹여 살리는 산업 즉 반도체, 가전, 자동차, 조선, 철강,유화에서  조선분야는 이미 치명타를 받아 회생이 쉽지 않고, 가전, 철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 타깃으로 삼고 있다"면서 "자동차는 현 정부 임기 5년간 가장 다디이내믹한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변호가 쓰나미처럼 몰려올 분야가 자동차라고 강조하고 "수소차, 전기차, 자율주행차, 스마트 전장 등 혁신 분야에서 현대기아차는 일본, 심지어 중국에도 밀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저자는 "해외에 매각된 후 어두운 터널로부터 탈출하는 데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 쌍용차의 사례가 떠오른다"면서 "쌍용차 사태로 25명이 자살과 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자유와 보수의 정의와 가치도 4차 산업혁명의 사회구조와 맞는 21세기형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책의 부제는 ‘보수정치, 2018년 한국 사회에서 무엇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