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서울시 용산구 효창동. 평화로운 골목길을 빵 내음으로 가득 채운 빵집이 있다. 흔히 있는 프랜차이즈 빵집인가 하기엔 간판부터 범상치 않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널찍한 오픈 키친에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시선을 끈다. 곳곳에 걸려있는 백곰 캐릭터는 김영수(45) 대표의 아내가 직접 핸드 드로잉했다. 자타공인 빵덕후라면 효창공원앞 ‘우스블랑(Ours Blanc)’에 주목해보자.

▲ 서울시 용산구 효창동에 위치한 '우스블랑'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허지은 기자
▲ 서울시 용산구 효창동에 위치한 '우스블랑' 내부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허지은 기자

 

1. 음식종류

2. 위치

▲ 서울시 용산구 효창동에 있는 '우스블랑' 위치. 효창공원앞역 2번출구에서 직진하다가 골목으로 살짝 꺾으면 보인다. 출처=네이버 지도 캡처

∙ 주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효창동 5-51

∙ 영업시간 08:00~21:00 (명절 당일만 휴무)

∙ 메뉴 몽블랑 3600원, 갈래트 3900원, 야채탁틴 3600원, 코코블록 3600원, 후추크로아상 3000원, 허니바게트 2800원, 깜빠뉴 (홀) 7000원, 바니뽐므 3000원, 딸기페스츄리 3800원, 딸기밀푀유(미니) 6300원, 딸기생크림케이크(미니) 6300원 등

 

3. 상호

‘우스블랑(Ours Blanc)’이라는 상호는 프랑스어로 ‘백곰’이라는 뜻이다. 백곰은 김 대표를 초등학교 시절부터 따라다닌 오랜 별명이다. 김 대표는 언젠가 백곰이라는 별명으로 된 가게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우리말로 그대로 옮긴 ‘백곰빵집’은 좀 아니라는 생각에 일본어, 영어 등으로 조합을 찾다가 프랑스어 이름에 정착하게 됐다.

백곰은 우스블랑의 상호이자 트레이드 마크다. 귀여운 백곰 캐릭터는 우스블랑의 케이크 상자와 봉투는 물론 뱃지, 컵, 에코백 등 다양한 굿즈로도 탄생했다. 놀라운 건 이 캐릭터가 프로 일러스트레이터가 아닌 김 대표와 함께 파티셰로 일하던 아내의 작품이라는 것. 현재 육아휴직 중이라는 아내의 흔적은 우스블랑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우스블랑 내부. 사진=이코노믹리뷰 허지은 기자
▲ 우스블랑의 다양한 굿즈(Goods) 상품에는 김 대표의 아내가 직접 그린 캐릭터가 들어가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허지은 기자

 

4. 경영철학

 “정직하면서도 기본을 지키는 빵을 만들고 싶어요. 또 ‘빵은 쉽게 만들어진다’는 편견을 깨고 싶기도 해요”

강남의 유명 베이커리에서 파티셰로 일하던 김 대표는 7년 전 우스블랑을 열었다. 오픈 때부터 김 대표는 기본을 지키고 기본에 충실한 빵을 만들고자 했다. 직원들에게도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는 생각을 버리라고 늘 얘기한다. 그런 생각에서 공정을 빼먹고 기본을 잃다보면 맛의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가 꿈꾸는 세상은 ‘동네 빵집도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이다. 프랜차이즈나 시장에서 유통되는 소위 ‘양산 빵’ 때문에 동네 빵집이 평가절하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들어 인식이 바뀌긴 했지만 동네 빵집도 충분히 좋은 재료와 좋은 방법으로 빵을 만들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가장 오랜 시간을 들여 완성하는 깜빠뉴. 꼬박 48시간의 공정을 거쳐 나온 귀한 몸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허지은 기자
▲ 우스블랑의 홍차 파운드 등 파운드 케익 메뉴. 사진=이코노믹리뷰 허지은 기자

 

5. 주메뉴

오픈 당시인 7년 전부터 메뉴를 지켜온 몽블랑과 갈래트 파이는 우스블랑의 대표 메뉴다. 얼핏 동네 빵집보다는 고급 베이커리에 어울리는 메뉴지만 김 대표는 발상을 전환했다. 우스블랑의 몽블랑에는 케익 대신 페스츄리가 들어간다. 유럽권에서 흔히 커다란 크기로 즐기는 갈래트 파이는 작게 만들어서 접근성을 낮췄다. 고객과 상권의 눈높이에 맞춘 ‘맞춤형’ 접근이었다.

▲ 유럽에서 한 해의 운을 점치며 먹는다는 갈래트 파이.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 접근성을 낮췄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허지은 기자

높이는 낮췄지만 맛은 절대 낮추지 않았다. 우스블랑의 몽블랑은 부드러운 밤 크림부터 바삭한 페스츄리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바삭한 파이지 사이로 달콤한 아몬드 크림이 숨은 갈래트 파이도 일품이다. 딸기를 올린 밀푀유 역시 흔한 동네 빵집에서는 맛 볼 수 없는 메뉴다. 층층이 쌓인 레이어 사이에 숨은 딸기를 씹으면 하루의 피로가 모두 풀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우스블랑의 대표 메뉴 4인방. 몽블랑, 갈래트, 딸기밀푀유, 야채탁틴. 사진=이코노믹리뷰 허지은 기자

프랑스식 오픈 샌드위치인 탁틴(Tartine) 역시 우스블랑의 대표 메뉴다. 베이스 빵으로는 장발장이 훔친 빵으로도 유명한 ‘깜빠뉴’가 들어간다. 1차, 2차 저온 숙성을 거쳐 꼬박 48시간이 지나야 맛볼 수 있는 귀한 몸이다. 1cm두께로 썬 깜빠뉴 위에 올리브 오일에 볶은 주키니 호박과 가지, 버섯 등 각종 야채를 올리고 치즈가루와 발사믹 글레이즈드로 마무리한 야채탁틴은 빵이라기보단 하나의 요리에 가깝다.

 

6. 맛의 비결

우스블랑의 빵은 우리밀, 프랑스밀, 통밀 등 여러가지 밀가루를 혼합해 만든다. 개점 당시만 해도 메뉴는 많지 않았지만 어느덧 80여 종에 가까운 메뉴가 만들어졌다. 언제나 ‘기본을 지키는 빵’을 목표로 변함없는 맛을 전하려는 김 대표의 열정이 담겼다. 틈나는대로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메뉴로 옮기며 지금의 우스블랑이 만들어졌다.

“전공은 제과제빵이지만 사실 저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요. 요리 프로그램 보는 것이 취미일 정도니까요. 그래서 요리 프로그램이나 책을 보면서 빵과 접목시키면 좋을 소재들을 항상 생각해요. 다양한 조리법과 식자재를 활용하다보면 새로운 메뉴가 탄생하기도 하거든요”

우스블랑은 식자재에 투자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다양한 야채나 고기가 들어가는 탁틴이나 키쉬(프랑스식 식사용 파이) 등 ‘요리용’ 식자재가 쓰이는 메뉴가 많기 때문이다. 기존 베이커리의 소시지빵, 햄치즈빵 등이 ‘조리’였다면 우스블랑의 빵은 ‘요리’로 가고 싶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식재료는 어디서 구입하는지

식재료는 주로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의 전문 유통업체에서 공수한다. 이전에 직접 발품을 팔아 고르던 시절도 있었지만 오히려 가게에 쓸 시간을 뺏기게 된다는 생각에 중간 유통업체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때 키운 물건 고르는 눈은 지금도 유효하다. 조금이라도 맘에 들지 않는 재료는 원하는 퀄리티로 받을 때까지 몇 번이고 돌려보내기도 했다고.

▲ 우스블랑의 코코블록, 도그곰 등 다양한 빵 메뉴. 사진=이코노믹리뷰 허지은 기자

 

7. 특별한 서비스

우스블랑의 주 고객은 인근보다는 멀리서 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방문 전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해두면 방문 후 빵을 찾아갈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출근 길에 전화로 예약을 하고 퇴근 길에 들러 빵을 받아갈 수 있는 식이다. 재고를 남기지 않는 베이커리의 특성상 원하는 빵이 없어 헛걸음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다.

▲ 차갑게 즐기는 몽블랑과 딸기 생크림케익. 사진=이코노믹리뷰 허지은 기자
▲ 우스블랑 2층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허지은 기자

 

8. 고객이 전하는 ‘우스블랑’

이른 오전 시간부터 우스블랑에는 들고 나는 손님이 많았다. 2층에 있는 넓은 테이블 공간에는 노트북 작업을 하는 직장인부터 수험생까지 꽤 많은 테이블이 차 있었다

2층에서 인터넷 강의를 듣던 고객은 “공간도 넓고 조용한 편이라 자주 찾는 편”이라며 “일반 카페는 베이커리가 부실하고, 일반 베이커리는 커피가 부실한데 우스블랑은 둘다 만족스럽다”고 설명했다.

우스블랑의 단골이라는 한 고객은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맛을 서울에서 찾기가 흔치 않다”면서 “캐릭터가 들어간 패키지도 귀여워서 선물용으로도 좋다. 파티가 있을 때마다 이 곳에서 케이크를 예약 주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