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진종식 기자]우리나라 인구 구조가 오는 2026년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초과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고령 은퇴자들의 노후소득 보장수단 마련이 시급한 현실적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 2005년 퇴직연금제도 도입 이후 우리나라는 은퇴자들의 노후보장 체계를 국가-기업-개인이 연합하여 조성하는 3층 구조의 노후보장 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연금신탁,보험, 펀드, IRP 등)으로 구성된 3층 구조의 노후보장 연금제도의 원활한 운영은 은퇴자들의 안정적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중요한 안전판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퇴직연금은 2016년말 현재 제도 도입 기업체수 34만 개소, 가입자수 581만 명, 적립금 잔액 147조 원(2017년 예상잔액 167조 원)이 쌓여 근로자들의 은퇴 후 생활을 가장 안전하게 지탱해 줄 버팀목으로 성장했다.

▲ (자료: 고용노동부, NH투자증권)

그러나 퇴직연금은 규모의 방대함과 은퇴자들의 노후생활 보장수단으로 막중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운영에 있어서 저조한 운용 수익률, 높은 수수료율, 낮은 연금 수령률, 부실한 사후관리 등 해묵은 문제점을 안은 채 흔들리며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이코노믹리뷰(ER)에서는 은퇴자와 은퇴 예정자들의 노후소득 보장수단인 퇴직연금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확인하여 은퇴자들의 노후생활의 든든한 안전판으로 자리매김 되도록 실상과 개선방향에 대해 4회에 걸쳐 점검한다.

♦노후준비 미흡 77.9% (저축 56.0%, 고수익운용 11.3%, 연금활용 10.3%)

2017 KB골든라이프보고서(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인이 생각하는 행복한 노후를 위한 요소 중 은퇴가구가 노후 재무 준비과정에서 가장 아쉬운 점에 대한 설문을 조사한 결과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더 저축할 걸(1위) 56.0%, 예·적금이나 보험같은 안정형보다 투자형 금융상품에 더 투자할 걸’(3위) 11.3%,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퇴직금)을 잘 활용해 볼 걸’(4위) 10.6% 등 3개 항목의 비율이 전체의 77.9%를 차지하며 중요한 노후자산 관리사항으로 확인됐다.

그 외 ‘일찍 부터 창업이나 재취업 준비를 못한 점’(11.3%)과 ‘교육비 지출을 줄일 걸’(5.7%), ‘퇴직금을 조기에 인출하지 말걸’(2.8%), ‘월급을 받을 때 대출금을 줄일 걸’(2.1%) 등에 대한 아쉬움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율을 나타냈다.

이 통계에 따르면 은퇴 예정자들이 은퇴하기 전에 노후보장 자산 마련을 위해 최대한 더 많이 저축하고, 수익성이 좋은 투자상품으로 더 잘 운용하고 관리해서 노후자산을 만들어야 할 현실적인 필수성과 중요성이 확실히 드러난다.

▲ (자료: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퇴직연금 부실운영, 근로자-기업-금융회사-감독기관 합작

퇴직연금 시장은 2016년 기준으로 자금 규모 147조원의 방대한 시장이다.

이 시장을 움직이는 실질적인 주인은 가입자인 근로자가 아니라 운용을 위탁맡은 금융회사(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들이다. 일반적인 금융상품의 경우와 전혀 다른 형태다. 갑,을이 바뀐 모양새다. 퇴직연금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1차적으로 갑,을이 뒤바뀐 이 구도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가입자인 근로자들은 상품에 대한 지식은 물론 퇴직연금 제도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하다. 돈을 내는 기업은 관리하는 직원이 있지만 퇴직연금이 근로자들의 은퇴 후 노후보장 수단으로 철저하게 관리되고 운용되어야 할 노후자산을 관리한다는 마인드가 부족하여 직원들이 가입하는 단체 적금상품의 하나를 수급관리하는 차원에서 신청 받고 집계한다.

가장 중요한 연금 운용의 키를 쥔 금융회사는 거래계약이 한번 체결되면 퇴직연금은 초장기상품이므로 짧으면 10년 이상, 길게는 20년 이상 변동없이 거래하는 고정 고객이 된다. 게다가 매월 적립금은 쌓여 간다. 2016년 기준 고용노동부와 NH투자증권의 퇴직연금 증가 추이 예측에 따르면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액은 매년 20조 원씩 증가한다. 이 많은 자금을 금융회사들은 연간 1~2% 수준의 금리가 발생하는 원금보장형 상품으로만 맘 놓고 운용한다. 이러한 운용 결과 지난해와 같이 경제가 회복되고 증시가 활황인 상황에서도 DB형 수익률이 마이너스 3.52%를 기록한 자산운용사도 있었다.

이처럼 낮은 수준의 수익률에 대해서도 불평이나 민원을 제기하는 기업이나 가입자가 거의 없다. 기업에서는 어차피 직원 퇴직금은 줘야 할 돈이므로 미리 떼놓는다 생각하고 회사 자산이 아니므로 수익이 많이 나든 적게 나든 별 상관이 없다.가입자인 근로자는 따지자면 은행에 가야 하는데 회사 일이 바쁜데 짬을 낼 수 없으니 귀찮고 내용을 물어가며 확인하기는 더 복잡하고 연금제도를 잘 모르니 따지기도 쉽지 않다.

금융회사는 이 많은 자금으로 대출을 운용하면 평균 3%로 계산해도 150조원 곱하기 3%는 연간 4조5000억 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4%로 계산하면 연간 6조 원이 이자로 들어온다. 그런데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이자는 단순 계산해서 마진이 2~3%로 계산하면 2%이면 3조 원, 3%이면 4조5000억 원이다. 여기에 관리수수료와 운용수수료를 받는다. 수수료 부담률은 2016년 기준 최소 0.06~1.35%이므로 평균 0.5%로 계산하면 7500억 원이다. 누워서 떡먹기 보다 쉬운 상품 운용이 퇴직연금이다. 어쨌든 원금만 보장하면 된다는 식이다.

관리 감독권한을 가진 금융당국은 금융 자율화를 내세우며 관심을 끊고 있다. 그러나 600만 국민의 노후보장 자산의 관리 감독 권한이라면 세심하게 관리해야 할 일이다. 상식을 벗어난 수준의 저조한 수익성을 내고 있는 퇴직연금 운용이라면 충분히 간섭하고 확인해야 할 사안이다.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지 12년이 지났다. 퇴직연금 부실 운용 문제는 드러난 문제점만 해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연히 발생하는 사고는 없다. 이유가 있다. 오래 전부터 있었던 원인을 남의 일처럼 묶혀 둔 때문이다.

가입자의 무지·무관심, 기업의 무소신, 금융회사들의 방만한 운용, 감독기관의 관리 태만 등이 어울어진 총체적인 결과이다. 이제 퇴직연금을 살려야 할 때이다. 기를 쓰고 매달려 거듭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