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모르는 사이 ‘사회혁신’ 중인가 보다. 뉴스가 쏟아진다. 소위 경천동지할만한 뉴스에 대한 경중을 따지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9일 하루 동안 예전같았으면 며칠씩 헤드라인을 장식할만한 뉴스가 시간별로 쏟아졌다. 북미정상회담 발표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검찰출두, 배우 조민기씨 사망 등등이 한꺼번에 벌어진 날이다. 이날 유명 연예인의 연애 소식 같은 건 톱뉴스에 오를 겨를도 없었다.

이튿날에는 금융권 채용비리를 조사하던 금융감독원의 수장이 과거 은행권 채용비리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정황이 보도됐다. 그는 사흘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은행권을 감독하던 수장이 은행권의 반격에 좇겨난다는 비아냥까지 들었으나 사실유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며칠 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했다. 시민은 담담했다. 검찰 포토라인에 선 전·현직 가릴 것 없이 대통령이었던 그들을 본 탓일까. 그 역시 쉽게 잊혀져 가고 있는 듯하다.

모든 뉴스를 빨아들일 것 같던 안 전 지사에 대한 비난 여론도 서서히 식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개헌안을 들고 나왔다. 한 때 개헌안은 모든 뉴스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개헌은 그 만큼 현실과 밀접해있고 국민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단한 반향 없이 이 또한 지나가고 있다. 개헌안이 발의되도 국회에서 통과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 이유다. 청와대는 개헌안을통해 국정철학을 알리는 홍보기회로 삼은 듯 하다는 것이 이번 개헌안이 갖는 의미다.

그리고 3월이 남긴 것. 그동안 방송 뉴스에서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다큐멘터리식으로 장시간 보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진작 저러지 못했을까’ 궁금해 하는 사람부터 ‘이제라도 제대로 하려나보다’ 기대하는 사람들까지 의견은 분분하다. 그 사이에서 팩트는 점차 시들해지고 있다.

우리 경제에 영향력이 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10여년 만에 한·미간 금리가 역전됐다. 큰 뉴스거리였지만 이런 뉴스 정도는 강남 노른자위 청약 열풍에 묻혔다. 중도금 대출이 없어 7~8억원은 있어야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에 10대도 당첨됐다. 경쟁률도 평균 25대1을 넘었다. 정부가 부동산을 규제해도 당첨 후 3년만 버티면 수억원을 벌 수 있는 로또 같은 청약이라는 소문이 났던 곳이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강남불패’ 신화는 통하나 보다. 있는 사람들만의 잔치, 개포동 재건축 아파트 청약이 이렇게 지나간 것도 3월이다.

주총도 많았던 3월이 지나가고 있다. 이번 주총 이슈라면 지배구조 개선 아닐까 싶다. 대기업 오너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고 사외이사들이 대거 교체된 금융지주사들도 많다. 여러 개인적 의혹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연임에 성공한 금융지주사 회장도 있다.

굳이 3월의 뉴스 얘기를 꺼낸 것은 큰 이슈가 될만한 양이 많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하루 하루 휘발유처럼 날라가버린 굵직한 뉴스들을 보며 관통하는 하나를 찾을 수 있다.

그것은 ‘갑질’에 대한 분노 아닐까. 18세기 프랑스 시민혁명 시대도 아니고 계급이 존재하는 사회도 아닌데, 우린 갑질이라는 말에 익숙해 있고 갑질에 분노하고 갑질을 미워한다.

갑질에 다른 말은 ‘특권의식’에 대한 반감이다. 3월을 보내며 특권의식이 얼마나 만연했던 지난 세월이었나를 되돌아 본다. 성폭력을 폭력이라 생각못했던 그들. 연극연출가, 교수, 도지사..., 간첩 잡는 돈을 가져다 쓰고도 몰랐다는 전직 대통령. 채용비리에 연루된 후 채용비리를 잡겠다고 나섰던 감독원장. 본인이 뽑은 사외이사에게 회장 연임 심사를 맡긴 회장님. 이미 선진국에도 도입됐고 땅의 집중 현상을 막자는 토지공개념 개헌안을 공산주의라고 주장하는 정치지도자들. 2018년 3월이 남긴 것들이다.

갑질은 상대가 있는 일종의 범죄다. 위력을 행사했다면 피해를 본 사람이 있다. 피해는 힘없는 다수가 입고 갑질은 상대적으로 힘 있는 소수가 저지르는 듯하다.

내년 3월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진 모습일까. 달라진 것이 없다면 시끄러웠던 2018년 3월은 '실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