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만나는 기적> 하오광차이 지음, 송은진 옮김, 영인미디어 펴냄

 

저자는 “이름 모르는 별이라고 반짝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평범한 사람의 작은 한 걸음이 자신을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놀라운 기적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는 꿈을 이루고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크고 작은 영웅들의 실화 59가지가 담겼다.

‘NASA의 바보짓’으로 알려진 우주선용 필기구 이야기가 있다. ‘미국과 소련이 우주개발 경쟁을 하던 시기, NASA는 무중력 공간에서는 볼펜으로 글씨를 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10년 동안 거액을 들여 특수 볼펜을 개발했는데, 소련은 그냥 연필로 쓰더라’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영화 <세 얼간이>에 등장하는 학장은 “무중력 상태에서 연필을 쓰다간 부러진 연필심이 기계장비 속에 날아 들어가 고장을 낼 우려가 있다”며 소련의 연필 사용은 ‘허구’라고 가르친다. 대략 맞는 말이다.

실제로 무중력 공간용 특수 볼펜을 개발한 곳은 NASA가 아니었다. 피셔 펜社 창업주인 폴 피셔는 1966년 중력을 극복한 볼펜 ‘AG7’을 발명했다. 평상시 AG7의 잉크는 끈적이는 젤 상태다. 그러다가 필기하려고 펜 끝의 볼을 움직이게 되면, 볼펜 심 내부의 질소가 압력을 만들어 젤을 액체로 변화시키면서 잉크를 앞으로 밀어낸다. 이런 방식으로 물 속이나 영하 46도~영상 205도의 극한 환경에서도 글씨를 쓸 수 있다. 거꾸로 들고 천장에다 필기를 할 수도 있고, 바위 위나 기름칠된 종이, 물에 젖은 종이, X-레이 필름처럼 미끄러운 곳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1967년 1월 27일 아폴로 1호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연필심에서 시작된 불이었다. 연필심의 원료인 흑연이 우주선 안을 채우는 순수한 산소와 만나 불 타올랐다. NASA는 즉각 400자루의 AG7을 주문했다. 소련도 AG7 100자루와 볼펜심 1000개를 구매했다. 이때부터 AG7에는 ‘피셔 스페이스 펜’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청년시절 트럭운전수로 일하던 폴 피셔의 “세계 최고의 펜을 만들겠다”는 꿈이 만든 실화다.

1983년 아이슬란드 바다에서 포획돼 쇼를 하고 있는 범고래 틸리쿰은 17년간 조련사 등 3명을 숨지게 했다. 범고래가 사람을 습격했다는 기록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의외의 일’이라고 치부했다. 뒤늦게 오랜 감금과 가혹한 훈련 등 비참한 사육환경이 틸리쿰을 ‘살인마 범고래’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의외의 일’은 대부분 생각도 못한 일이 아니라, 생각을 안 한 일이다.

1998년 6월 23일 호주 파크스 천문대의 전파망원경이 7분 동안 미지의 전파신호 16개를 감지했다. 특히 그중 절반은 신호간격이 22초로 매우 짧아 전문가들은 ‘인위적인 신호’라고 판단했다. 세계는 외계인이 신호를 보냈을지 모른다며 열광했다. 이후에도 10여 년 동안 매년 2~3차례 유사한 신호가 잡혔다. 하지만 우주공간에 존재하는 전자기파인 ‘우주복사’와는 달랐다. 은하계 밖에서 폭발이 발생해 수십억 광년이 지나고서야 지구에 도달하는 ‘빠른 전파 폭발(FRB)’과도 차이가 있었다. 학자들은 이를 FRB의 변종인 ‘페리톤’이라고 명명했다.

천문학자 에밀리 페트로프는 페리톤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나섰다. 그녀는 페리톤이 전파망원경에 포착될 때 이미지가 상당히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 근원이 아무리 멀어봤자 55억광년 이내라고 봤다. 또한 페리톤이 당직자들이 근무하는 월~금요일에만 출현하고, 주말에는 단 한 번도 잡히지 않았다는 데 의문을 품었다. 수년 뒤 페트로프는 놀라운 논문을 발표했다. 17년간 과학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정체불명의 전파 페리톤의 실체가 다름 아닌 천문대 구내식당 전자레인지였다는 것이다.

그녀에 의하면, 전자레인지로 냉동식품을 해동할 때 성급한 사람들이 작동이 멈추기 전에 문을 열어 전자파가 밖으로 새어 나왔고, 전자레인지를 해동모드로 돌리면 내부의 전기장 방향을 바꿔주는 장치 ‘마그네트론’이 22초마다 열렸다가 닫힌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우스운 이야기가 바로 과학이라고 말한다. 수많은 부정과 실패를 겪으면서 가능성을 하나씩 제거해야만 모두의 인정을 받는 지혜와 원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대보다 재미와 감동이 큰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