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혜빈 기자] 임진환 가천대학교 경영학과·영업경영 전공 교수(54)는 영업을 전문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영업은 마케팅의 4가지 요소, 즉 4P라 불리는 광고(Promotion) 제품(Product) 가격(Price) 판매 채널(Place) 중 판매 채널의 한 카테고리다. 이른바 ‘인적 판매’로 통용되는 영업은 마케팅 분야에서 그간 평가절하돼왔다. 하지만 고객과 대면하는 일은 기업 운영의 최전선에 위치해 있다고 볼 수 있고, 자영업자의 수가 많아진 현실에서 더 이상 영업을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기업 내에서도 영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영업 기능을 향상해 성과를 내는 데 합심해야 한다. 베스트셀러 <영업은 배반하지 않는다>로 영업 능력을 키우는 방법을 설명하며 많은 공감을 얻었던 임진환 교수는 최근 <영업 주도 조직>을 내고 영업이 주도하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따뜻한 봄 바람이 부는 3월, 그의 연구실을 찾아가 상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모두 영업을 할 필요가 있다

임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영업직원이 몇 명인지 아느냐”는 질문을 먼저 던졌다. 기업에서 근무하는 정규직 영업직원 숫자만 해도 2~3만명이고, 작은 매장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직원의 숫자까지 더한다면 적어도 한국에서 800만명은 영업직으로 일하고 있다는 잠정 통계가 있다. 800만명이라는 숫자는 국내 대학의 경영학과 졸업생이 가장 많이 진출하는 분야인 마케팅 종사자 수의 최소 10배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몸담고 있는 분야지만, 그동안 영업은 그저 마케팅의 한 갈래로 저평가되어 왔다. 하지만 임 교수는 “영업의 중요성을 인지한다면 그럴 수 없다”며 영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임진환 가천대 교수.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임 교수는 그 당위성을 변화한 시장의 흐름에서 찾았다. 폭발적 성장기였던 1970년대에는 영업이나 마케팅이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기업의 목표인 ‘잘 만들어서 잘 파는 것’ 중에서 잘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면 됐던 것이다. 하지만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시기가 지났고, 현재는 저성장기에 접어들었다. 임 교수는 ‘잘 팔기’에 성공하기 위해서 영업 기능이 중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저성장기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는 기업 조직 내 영업 기능 강화에 있다. 영업은 비단 일부 조직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전체에 던져진 과제다”라면서 그는 전사적으로 영업에 뛰어들기를 촉구했다.

임 교수는 과거 IBM에서 영업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입사한 뒤 1년 동안 그는 일을 전혀 하지 않은 채 업무에 관련된 교육만 받았다. 영업의 방법과 프로세스를 상세히 배운 그는 25년간 다양한 영업 현장을 누비며 활약했고, 현재는 그 전문성을 인정받아 대학에서 영업을 가르치고 있다.

조직에서 영업을 중심으로 움직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총 6단계로 방법을 제안했다. 먼저 영업 기능이 중시되고 주도되는 조직 문화를 만들고, 기업의 전략과 영업 전략을 연계해 방향을 정한다. 이후 영업직원을 중용(重用)해 그 쓰임새를 확대하고, 교육 등을 통해 높은 성과를 내는 탁월한 영업 조직을 만든다. 영업을 할 때는 편법 등을 쓰지 않도록 영업 윤리를 단단히 다져야 하며, 가장 중요한 고객을 중심에 두는 고객 제일주의를 확립해야 한다.

기업의 목표 ‘잘 팔기’에 집중할 수 있는 여러 방법 중에서 영업은 현재 기업에서 가장 적용하기 쉽고,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영업을 중심으로 소통하면 풀린다

임 교수는 혹여 자기의 주장이 “영업직원과 영업부서가 기업을 쥐락펴락하는” 것으로 오해될 것을 염려했다. 그는 “영업이 아닌 영업 기능이 중시되어야 한다. 이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즉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일선의 영업 기능이 최우선시되고, 기업의 전략이 고객 중심 전략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 임진환 가천대 교수.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기업 내에서 영업 부서를 중심에 두고 각 부서들이 소통을 하면, 서로 상생하는 문화 즉 기업에 이상적인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 임 교수는 “과거 마케팅과 영업 조직 간의 협력만이 필요한 것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영업 부서가 IT 부서와 인사 부서, 개발 부서 등 다양한 부서들을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조화롭게 지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적인 예로 IT 부서의 경우를 들었다. “IT 부서의 툴은 영업부서의 작업부하를 덜어주고 고객가치 창출에 기여하며 궁극적으로 매출에 도움을 준다. 반면 영업 프로세스의 세밀한 부분까지 IT 부서가 관리하게 되면서 이전에는 없었던 귀찮은 작업을 IT 시스템에 입력하는 등 영업 기회와 생산성이 시스템으로 관리되었다. 이렇게 각 부서 간 협업이 없다면 높은 성과를 내기가 힘들어졌다.”

영업의 기능이 중시되고, 영업 직원의 역량이 필요해지면서 영업 직원이라면 으레 생각하듯 ‘활달하고, 술 잘 마시는 노는 사람’이라는 고정관념도 깨질 필요가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임 교수는 “오히려 외향적인 사람은 영업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오랫동안 영업 현장에서 지켜봐온 결과, 외향적인 사람들은 자기에게 박수를 치는 사람 앞에서만 외향적이다. 영업직원이라면 자기를 싫어하는 고객 앞에서도 노래를 부를 줄 알아야 한다. 성향과 영업은 관계가 없다. 체계적인 영업 프로세스를 교육받으면 누구나 영업을 할 수 있는데, 바로 여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성격은 중요하지 않다”고 확언했다.

영업에서 가장 중요한 본질은 ‘고객 가치 제공’이다. 이를 위해 치밀한 전략과 대담한 실행력이 마치 머리와 다리처럼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임 교수는 반복 강조했다. 영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점점 보편화되면서, 임 교수가 영업 관련 칼럼을 올리며 운영하는 SNS에는 영업직원들 외에도 자영업자들의 팔로잉이 늘었다고 한다. 1인 기업의 생존에도 영업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이제 대중이 직접 피부로 느끼게 된 것이다. “좋은 영업사원은 (회사의) 좋은 직원이기도 하다”고 웃으며 말을 맺는 임 교수의 눈빛에서 기업 생존전략의 한 실마리를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