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유럽이 철강이라는 과거의 문제에 매달리는 사이 중국이 미래의 이슈에서 먼저 리더십을 확보해 나갈 것이다.    출처= The Telegraph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대서양을 가운데 두고 미국과 중국이 철강이라는 과거의 문제에 매달리는 사이 중국이 미래의 이슈에서 먼저 리더십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과거 유럽의 정치는 석탄과 강철에 관한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국의 석탄 산업은 영국이라는 나라를 세계 최초의 산업 권력으로 만들었다. 신흥 강국으로 등장한 독일은 루르(Ruhr) 지역의 철 용광로를 기반으로 힘을 키웠다. 스탈린 시대 소비에트 연방의 상징은 마그니토고르스크(Magnitogorsk)의 강철 단지였다. 두 번의 치열한 세계 대전 이후 유럽 국가들이 다시 에 모였을 때, 그들은 오늘날 유럽 연합(European Union)의 근원인 유럽철강 및 석탄공동체(European Steel and Coal Community)를 설립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모두 오래 전 이야기다. 마그니토고르스크는 강철 단지로서 피츠버그와 경쟁하고 이를 따라잡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피츠버그는 멈추지 않고 계속 변화해 나갔다. 피츠버그는 이제 강철 마을이 아니라 지식, 인공지능, 자율주행차량의 중심이 되었다. 유럽의 지정학적 관점에 입각한 철강과 석탄은 이미 오래 전에 피츠버그에서 자취를 감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초 트위터에서 "강철이 없다면 나라가 없는 것이다!"라고 외쳤다. 언뜻 위대한 주장처럼 들리지만, 그런 말은 그의 친구인 벤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나 해야 할 것이다. 이스라엘은 제철소 하나 없지만, 과거의 기술이 아니라 미래의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나라다.

엄연한 진실은, 오늘날 세계는 산업 시대를 벗어나 디지털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제철소나 탄광이 우리의 미래를 새롭게 형성해주지 못한다. 이제 세계는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통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노력으로 서로 경쟁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경쟁에서 서방 세계는 뒤떨어져서는 안 된다.

중국은 철강의 과잉 생산을 줄이라는 미국과 세계의 요구를 받아 들일 것이다. 그것이 중국에게도 이익이 될 뿐 아니라 과도한 양의 강철을 생산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중국이 새로운 세계 디지털 질서의 규칙에 동의할 준비가 되었는지가 훨씬 중요하지만 아직은 매우 의문스럽다.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집행위원이 지난 20일 워싱턴을 방문했다. 대서양간(미-유럽간) 무역마찰을 피할 수 있는지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22일에는 유럽의 정상들이 브뤼셀에서 EU 정부 위원들을 만난다. 철강 관세는 이날 저녁 회의의 주 의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상적인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대서양 양측(미국과 유럽)은 다가오는 디지털 세계 질서의 형성을 논의하기 위해 모여야 할 것이다. 미국과 유럽은 기술 통제, 데이터 무역 규칙, 자유 데이터 흐름 및 지적 재산권과 같은 문제를 협의해야 할 것이다. 일부 이슈, 특히 사생활 침해 보호 부문에 있어서 양측의 정책에 차이가 있지만, 양측은 공동의 이익과 가치에서 많은 부분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문제는 미래를 차지하기 위한 디지털 문제에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내일의 경제적 질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철강 분쟁에 동맹국들을 빠뜨릴 위험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어리석다 못해 나쁜 것이며 비극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한 승리자는 중국일 뿐이다. 서방 세계가 과거의 문제로 스스로 분열할수록 중국이 미래의 이슈에서 먼저 리더십을 확보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