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이직, 그리고 짧은 경력은 직장인들의 큰 걱정거리 중에 하나다. 이직스쿨을 찾아오는 많은 사람이 경력상 아킬레스건으로 꼽는 요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과연 짧은 경력이란 얼마나 짧은 것이고, 잦은 이직은 얼마나 자주 해야 할까, 그리고 이를 짧고 잦다고 판단하는 우리의 기준은 얼마나 비슷한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을까.

결론만 말하면, 답은 없다. 이와 비슷한 질문이 바로 “첫 직장은 얼마나 다녀야 하나요?”다. 물론 직무마다, 업계마다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각자가 모두 다르다. 예전의 십수년 전 기억을 떠올려보면, 선배들은 ‘3년’ 이상은 꼭 첫 직장에 무슨 일이든 붙어 있으라고 했다.

왜 3년이라고 했는지는 잘 모른다. 다만 짐작은 가능하다. 보통의 기업이 3년마다 새로이 비전을 세우고, 그에 맞춰 해마다 사업계획을 만들어 비전 및 목표달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합리적으로 추정해 본다. 그래서 3년은 한 조직에 머물러야 하나의 기조로 기업에서 추진한 완성도 높은 업무를 경험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상황은 매우 이상적이며, 지금 시장 상황과 맞지 않다. 지금의 세상과 시장은 3년 단위로 비전과 목표를 세워야 할 정도로 느린 시장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3년 단위로 예측하고 그에 맞게 긴 호흡으로 전략을 만들고,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이 몇이나 될지 미지수다. 모든 기업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최근에 많은 기업들이 1년 단위로 비전을 세우고, 그에 따른 전략과 실행을 추구하는 것만 봐도 얼마나 빨리 세상이 변하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이미 초일류 기업들의 업무 방식은 지속가능경영의 기조를 통한 성장에 입각한 생존으로 돌아선 지 오래다. 그래서 과거와 다르게 빠르게 돌아가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대고객 전략의 실시간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고객의 니즈는 시시각각 변화하고,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오로지 조직에서 기민한 움직임을 나타내는 빠릿빠릿한 직원일 것이다.

그야말로 속도전이다. 직장에서는 투입과 동시에 적응 및 성과를 요구하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조직에서 경력자를 선호하는지 모른다. 그나마 경력자면 다행이다. 이미 몇 번의 직장 경험으로 유사한 실패를 만들 수 있는 확률을 낮추었기 때문이다. 경력자에게 조직은 업무와 조직에 빠르게 적응하고, 이를 통해 조직이 원하는 성과를 만드는 것을 바란다. 그리고 충분히 해낼 만한 역량을 갖춘 직원을 뽑고자 한다.

하지만 신입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아무리 뛰어난 신입이라도, 직무상 경험 없이는 무엇이든 쉽지 않다. 낯선 조직에 가면 누구나 잠시 이등병이 된다. 적응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일정한 성과까지 요구받는다고 하면,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물론 그 일을 하기 위해서 혹은 그 일이 필요해서라면 당분간의 버티기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입은 조직을 선택할 때, 충분히 고민하고 들어오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 지원하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이가 대부분이고, 합격을 준 기업도 합격의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또한 조직에 들어온 이유도 그저 ‘합격한 기업’에 다니기 위해서라고 답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호 간의 인지부조화의 결과가 잦은 이직과 짧은 경력으로 나타난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기업들이 가진 직무 및 비즈니스 관련 노출 가능한 정보가 잘못 전달되거나 지원자들이 잘못 해석해 지원자들에게 인지부조화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기업이 지원자를 모집하기 위해 정확하지 않은 이른바 낚시형 정보를 올려놓거나, 일부 정보를 제거해 공고를 올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른바 채용 과정 전후의 정보 비대칭성은 때로는 직원들의 적응을 막기도 한다. 그러니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적응도 하기 전에 조직의 숙련된 직원들에게 맞춰진 성과 기준을 맞추기도 어렵다. 또한 가치 있는 일을 찾으려는 지원자에게는 더욱이 크나큰 장애물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에서 오래 버티기란 쉽지 않다. 지원자들의 마구잡이 지원도 문제가 되지만, 이에 대해 단순 때우기 채용 또는 낚시 등으로 대응하는 것도 큰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나타난 결과에 대해 오로지 개인들이 책임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 채용에서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당한다.

조직과 지원자 모두 이제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우선 기업은 직무상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통해 지원자 및 내부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부인은 끊임없이 헷갈릴 수밖에 없다. 정제된 정보를 경력자는 감안하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신입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마케팅이라고 해도 다 같은 마케팅이 아니다. 같은 조직도 아니고 전혀 다른 시장에, 다른 고객을 만나서 다른 비즈니스를 하기 때문에, 같은 글자라도 같은 의미가 될 수 없다. 따라서 보다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또한 지원자도 투명한 정보를 요구함과 동시에,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길러 묻지 마 지원과 같은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무 기업에나 들어간다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다시 또 나올 수 있기에 보다 신중한 지원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잦은 이직과, 짧은 경력은 가진 이가 나올 수 있다. 따라서 그 책임을 꼭 당사자에게만 몰아가는 문화부터 바꾸려 노력해야 한다. 모든 문제는 쌍방과실이다. 누가 더 책임 있는가를 확실하게 구분하고, 여기에 대한 균형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적어도 그들이 낙오자라는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과연 그들이 그러고 싶어서 그랬을까.

이미 느린 채용, 열린 채용은 많은 기업들이 시도하려고 한다. 그 과정상에 여러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다. 마치 본격적인 연애를 위한 ‘썸’이라는 기간을 두는 것처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볼 필요가 있다. 말이나 글로 다 설명할 수 없기에, 최대한 오픈 가능한 정보를 일정 관문을 통과한 지원자들에게 제공하고, 일부 비용을 지급하더라도 직·간접적 직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두는 것이다. 기간이 길면 인턴이라 볼 수 있겠지만, 채용 과정상으로 1~2주 정도의 기간을 두고, 조직이 진정으로 바라는 지원자를 채용하기 위한 과정으로 활용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같은 기간 동안 지원자도 조직을 판단할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잦은 이직과 짧은 경력을 가지고 트집이라도 잡지 말자. 그리고 본인이 만약 그런 경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스스로 낙오자라고 생각하지 말자. 어디든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이다. 자기를 인정해주고, 함께 오래도록 일할 수 있는 조직은 찾기 나름, 만들어 가기 나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