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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80년] 조용한 창립 80주년, 미래 대비하는 삼성투명경영,정교한 미래전략, 따뜻한 사회공헌 모색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그룹이 22일 창립 80주년을 맞았다. 대구의 조그만 상회에서 시작한 기업이 세계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동안 많은 부침과 굴곡이 있었다. 그 역사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삼성은 갤럭시 신화, 반도체 거인으로 성장하며 세계를 호령하고 있지;만 창립 80주년을 맞이한 날 조용히 기념할 뿐 말을 아끼고 있다. 

주력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액 240조원, 영업이익 53조원을 넘기고 당기순이익에서는 40조원 시대를 열었다. 삼성은 이에 따라 정교한 미래 성장전략을 준비하면서도 투명하고 조용하지만 힘있는 행보로 사회공헌의 행보에 걸맞은 따뜻함이 배인 사업에도 역량을 집중할 태세다. .  

   
▲ 삼성이 창립 80주년을 맞이했다. 출처=뉴시스

'성숙'을 위한 인고의 시간 맞은 삼성

글로벌 일류 기업인 삼성은 최근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도약을 위한 성장통, 반드시 풀고 가야만 글로벌 일류 기업이 되기 위한 과정을 묵묵히 밟고 있다.

삼성은 박근혜 전 정부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와 관련돼 시련을 겪었다. 2016년 9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실체가 공개되고 대기업들이 재단에 막대한 출연금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2016년 10월29일 촛불집회가 시작돼  같은해 12월3일 집회에서는 전국에서 주최측 추산 232만명의 사람들이 모여 비선실세 논란을 규탄하며 정경유착을 비판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을 정조준했다. 특히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서 보인 국민연금의 석연치 않은 태도와, 이재용 부회장이 관련된 승계구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구도를 위해 짜여졌으며,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독대한 정황이 증거라고 주장했다.

특검은 2017년 1월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한 후 1월12일에는 이 부회장을 피의자로 조사했다.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특검은 같은해 2월24일 재차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 결국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동안 삼성그룹은 공전했다. 그룹 미래전략실은 해체됐고 계열사 각자 경영으로 접어들었다. 신경영 선언을 끌어낸 삼성 사내방송도 종료됐고 콘트롤 타워는 붕괴됐다. 이재용 부회장 시절 기획된 인수합병 전략은 모두 백지가 됐다.

특검은 2017년 8월7일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고 1심 재판부는 같은해 8월25일 이 부회장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특검과 이 부회장 모두 항소했으며 치열한 법적공방이 벌어졌다. 같은해 10월12일 정식 2심 재판이 시작됐으며 12월18일 안봉근 전 청와대 수석이 증인으로 참석해 소위 0차 독대의 가능성을 제기하며 판은 크게 요동쳤다. 12월27일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2심 재판부는 2월5일 이 부회장에 제기된 혐의 중 포괄적 청탁, 국외자금유출, 국회위증 등 대부분의 혐의를 무죄로 판결하며 일부 뇌물죄만 적용해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재용 부회장. 출처=뉴시스

이 부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났으나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다. 경영승계 정국에서 이 부회장을 둘러싼 불법적인 정황이 추가로 발견될 경우 재차 구속되는 파국이 벌어질 가능성도 남아있다. 관건은 역시 경영승계다.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단은 재판 내내 '경영승계를 위한 청탁을 하지 않았다'는 논리를 폈다.  이 부회장 스스로도 "(경영승계를 위한 작업이 없이도) 내 스스로 삼성을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고 항변했다.  경영승계를 위해 움직이지 않았으니 당연히 박 전 대통령 독대에 이은 청탁도 없었다는 논리였다.

최근 한 공중파 방송이 에버랜드 공시지가를 문제 삼고 있어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을 다수 보유한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이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제일모직이 보유한 에버랜드 공시지가가 석연치않게 요동치며 이 부회장에게 도움을 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삼성은 공시지가는 국토교통부가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방송 보도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실 소유주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을 삼성이 대납했다는 의혹이 이미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와 특수2부는 2월8일 밤 삼성전자 서초사옥과 우면동 삼성전자 연구개발 센터는 물론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으며, 경찰의 수사는 2009년 이건희 회장 사면 배경에도 미치고 있다.

   
▲ 평택 공장에서 낸드플래시가 출하되고 있다. 출처=뉴시스

조용한 창립 80주년..그래도 미래다

이재용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삼성은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이 부회장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그룹과 관련된 현안만 보고받으며 차분히 숨 고르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3일 열린 삼성전자 이사회에도 이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창립 80주년 행사가 열리는 23일도 조용한 이유다. 공교롭게도 삼성은 1998년 창립 60주년 행사는 외환위기로, 2008년 창립 70주년 행사는 삼성 비자금 파문을 이유로 조용한 창립행사만 열었다.

적막감마저 흐르는 삼성이지만, 앞으로의 삼성이 보여줄 청사진은 내놓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행보에 다 녹아 있다. 

먼저 이사회 중심 경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임원인사를 통해 엔지니어 출신 50대 전문 경영인인 김기남, 김현석, 고동진 사장을 전면에 내세운 후 이번 이사회를 통해 세 사장을 등기이사로 내정했다.

김기남 사장은 198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삼성 종합기술원장과 메모리 사업부장, 시스템 LSI 사업부장,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DS부문 반도체 총괄 사장을 두루 역임한 반도체 분야 최고 권위자다. 김현석 사장은 1992년 입사해 디스플레이 개발팀에서 일을 시작했으며 최근까지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맡아 왔다. 고동진 사장은 갤럭시 신화를 진두지휘한 인물이라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

2012년부터 경영지원실장(CFO)을 맡아온 이상훈 사장이 사퇴와 동시에 이사회 의장으로 추천된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1966년생인 그는 경영일선에서 용퇴를 결심한 권오현-윤부근-신종균 체제와 비슷한 연배이지만 이사회 의장 자격으로 든든한 후방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극적인 변화는 사외이사다. 여성과 외국인에게 문을 열었다. 김한중 전 연세대 총장과 이병기 서울대 교수 후임으로 미국 국적을 가진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 김선욱 이화여대 교수, 박병국 서울대 교수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경영 감각을 가진 외국인과 여성을 사외이사로 추천한 것은 이사회 중심의 투명한 경영활동 강화를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50대 CEO 체제를 중심으로 이사회에 힘을 더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과 여성 사외이사 등장으로 개방의 시대를 연다는 각오다. 삼성전자는 이사회가 열린 날 경기도 화성 캠퍼스에서 EUV 라인 기공식을 열었다. 2020년 본격 가동을 목표로 60억달러의 자금이 투자되는 대역사다.

정교한 미래전략도 나올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액 240조원, 영업이익 53조원을 넘기고 당기순이익에서는 40조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4분기만 봐도 영업이익 15조1500억원을 올리는 배경에는 매출액 65조9800억원이 주효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4%, 영업이익은 64.3% 증가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든든한 배경이 됐다. 지난해 4분기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전체 매출액은 32조500억원, 영업이익은 12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도체는 매출 21조1100억원에 영업이익 10조9000억원을 기록하며 '10조원 벽'을 넘었다. 디스플레이 사업은 매출 11조1800억원에 영업이익 1조4100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계절적 비수기와 패널 가격 하락이라는 악재를 만났지만 전분기 영업이익 9700억원과 비교하면 소폭 상승했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 일변도의 사업 구조를 바꾸는 것과 하드웨어에서 탈피해 소프트웨어 전략을 구사하며 글로벌 ICT 업계와 경쟁해야 한다는 숙제도 있다.

사회공헌을 통한 조용한 행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삼성은 창립 80주년을 위한 별도의 기념식을 생략한 상태에서 조용한 사회공헌에 나서고 있다. 일각의 비판을 의식하면서도 삼성의 진심을 보여주기 위한 조심스러운 행보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이인용 전 삼성전자 사장이 삼성사회봉사단장에 임명되면서 더욱 다양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보살핌이 필요한 지역사회 아동들을 후원하는 삼성전자 DS부문 사회공헌센터의 삼성희망드림,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인 삼성나눔워킹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또 삼성화재는 업의 특성에 걸맞는 맞춤형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으며 교육 여건이 부족한 중학생에게 대학생 강사들이 학습을 지원하는 삼성전자의 교육 사회공헌 사업인 삼성드림클래스는 지난 7년간 저소득층 아이들의 희망이 되어주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2월부터 10억원 이상의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은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등 투명성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창립 8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이미지 메이킹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투명하고 조용하지만 힘있는 행보로 사회공헌을 풀어가는 장면이 인상적이라는 평가다.

   
▲ 릴루미노로 구현한 시각장애인 개선 효과. 출처=릴루미노

삼성전자의 스핀오프 프로젝트인 C랩도 마찬가지다. 특히 릴루미노에 시선이 집중된다. 릴루미노는 시각 보조 애플리케이션을 만든다. 전맹을 제외한 1급에서 6급의 시각장애인들이 기어 VR을 착용하고 앱인 릴루미노를 실행하면 왜곡되고 뿌옇게 보인 사물을 더욱더 뚜렷하게 볼 수 있다. 오큘러스 스토어에서 기어 VR과 호환되는 갤럭시 S7 이후 스마트폰에 무료로 다운로드 받아 기어 VR에서 작동시키면 된다. 쉽게 말하자면, 시각 장애인이 릴루미노 앱을 구동하고 기어 VR을 착용하면 모든 사물이 ‘잘 보인다’는 뜻이다. 사업 아이템에도 따뜻함이 베어있다. 80주년을 넘긴 삼성의 중요한 미래 방향 중 하나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8.03.22  11: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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