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픈마켓 G마켓, 옥션 그리고 큐레이션 쇼핑몰 G9를 운영하고 있는 국내 1위 이커머스 기업 이베이코리아. 출처= 이베이코리아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이베이코리아는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명실상부한 ‘1등’ 업체다. 2015~2016년 전자상거래의 성장으로 수많은 국내 업체들이 고정 고객을 잡기 위해 마케팅 출혈 경쟁을 하며 수천억 원의 적자를 떠안을 때에도 이베이코리아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 같은 확고부동한 지위는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옥션’, 2000년대 초 모회사 인터파크를 뛰어넘은 오픈마켓 ‘G마켓’ 등 이베이코리아의 가장 큰 두 축이 최소 10년 이상 쌓아 온 운영 노하우 덕분이다. 오랫동안 쌓은 브랜드 인지도, 온라인 중개 판매에 최적화된 구조를 만든 운영은 업계에 경쟁 상대가 없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그럼에도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옛말처럼 최근 들어 이베이코리아도 1등 자리를 도전받고 있다. 경쟁 이커머스 업체들은 온라인 중개 판매 비즈니스에 직매입, 역직구, 신선식품 판매, 배송서비스 강화 등으로 역량을 추가하면서 경쟁력을 키웠다.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한 이베이코리아는 국내 시장의 지위 유지와 함께 글로벌 유통 시장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기술(Tech) + 전자상거래(Commerce), ‘스마일 시리즈’

이베이코리아가 선택한 변화의 첫 걸음은 기술을 활용한 온-오프라인 통합 플랫폼 구축이다. 이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이 바로 ‘스마일 시리즈’다. 스마일 시리즈는 간편 결제 서비스 ‘스마일페이’ 그리고 무인택배 보관함 ‘스마일박스’로 구성된 이베이코리아의 기술 활용 전략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스마일서비스의 기술 개발을 위해 지난해 11월 IT 서비스 기업 LG CNS와 협약을 맺었다.

2014년 출범한 스마일페이는 G마켓·옥션·G9 등 이베이코리아의 온라인 마켓에서만 한정해 사용이 가능한 온라인 간편결제 서비스다. 이베이코리아는 간편 결제 시스템은 많은 이들이 사용해야 단점을 잘 발견할 수 있고 기술도 발전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사용 범위를 오프라인 유통 채널로 확장했다. 이베이코리아는 2016년 SPC의 프랜차이즈 배스킨라빈스·파리바게트·던킨도너츠에 이어, 최근에는 GS의 오프라인 수퍼마켓 GS슈퍼마켓에서도 사용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강화했다. 여기에 이베이코리아는 편의점 GS25와 협력을 기반으로 온라인 몰 주문 상품을 편의점에서 수령할 수 있는 무인택배 보관함 서비스 ‘스마일박스’도 선보여 온-오프라인의 연결하는 기술을 완성했다. 스마일박스는 2018년 3월 현재까지 23개 대학교 기숙사 등 전국 700곳에 약 1만7000개가 설치됐다.

▲ 이베이코리아는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이 전자상거래에 적용될 수 있는 접점을 찾고 있다. 출처= 이베이코리아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 아니다”

스마일 시리즈의 활성화로 자신감을 얻은 이베이코리아는 최근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계의 트렌드인 인공지능(AI)과 전자상거래의 융합에 맞춰 아주 ‘서서히’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공지능, 음성인식 등 첨단 기술의 전자상거래 도입은 분명 유통업의 혁신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만큼의 한계도 있다. 수없이 많은 변수가 수많은 고객들의 ‘선택’에 반영되는 소비 패턴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빅데이터 활용 기술은 현재 소비자들이 물건을 직접 보고 쇼핑하는 일련의 과정을 대신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게다가 아직까지 언어의 장벽 등 한계로 완벽하지 않은 음성인식 기술 역시 최근 떠오르는 기술들의 명백한 한계다. 일례로 미국에서 한 뉴스 앵커가 TV에서 “알렉사(아마존의 음성인식 스피커)가 인형의 집을 사줬어요~라고 말하는 아이가 사랑스럽다”고 말한 멘트에 반응한 각 가정의 알렉사들이 진짜 인형의 집을 주문한 에피소드가 있다.

이에 이베이코리아는 당장 적용 가능한 부분부터 차근차근 인공지능 기술과 쇼핑에 적용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약 1년 동안 상품정보 구조화 작업과 함께 고객 행동-쇼핑 패턴 데이터베이스 작업을 마쳤다. 지난해부터는 G마켓과 옥션에 매일 약 200개씩 제공되는 상품들을 클러스터링(Clustering, 방대한 데이터를 특정 조건을 기준으로 분류하는 수법)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 이베이코리아-KT ICT신사업 선도 업무협약 체결식. 이베이코리아 변광윤 대표이사(사진 왼쪽)와 KT Mass총괄 임헌문 사장. 출처= 이베이코리아

이 결과물이 바로 G마켓의 특가상품 판매 이벤트 ‘슈퍼딜’과 옥션의 ‘올킬’이다. 두 이벤트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 쇼핑몰 상단에 노출되는 딜(특가상품) 순서를 각 고객의 구매 패턴에 따라 다르게 보여주는 맞춤형 서비스였다. 이 두 특가 이벤트에서 발생한 지난해 연간 거래액이 1조원을 넘기는 등 성과를 거뒀다. 이에 고무된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과 옥션에 이어 큐레이션 쇼핑몰 G9도 올 하반기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한 맞춤형 추천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베이코리아 전략사업본부 나영호 본부장은 “향후 글로벌 온라인 쇼핑 트렌드는 PC나 스마트폰 화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냉장고·스피커·자율주행차 등에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쇼핑 기능이 탑재되는 ‘엠비언트 컴퓨팅(Ambient Computing,(사물인터넷 등 첨단 통신 기술을 활용하는 기술)’의 시대로 귀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 본부장은 “이런 측면에서 많은 한계가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하드웨어로 구현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기기와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 쇼핑 데이터의 구축을 해놓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 현재 이베이코리아가 가장 초점을 맞추는 기술 개발도 상품정보를 ‘구조화된 데이터(Structured Data)’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