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 내부와 대한제국의 길에 연결되는 세실극장. 출처=서울시

[이코노믹리뷰=김서온 기자] 서울시가 경영난으로 올 1월 폐관된 42년 역사의 정동 ‘세실극장’을 오는 4월 재개관한다고 21일 밝혔다. 시는 장기 임대해 세실극장의 기능을 유지하고 극장을 운영할 비영리단체를 선정해 재임대하기로 했다.

1976년 개관한 세실극장은 한국 연극문화는 물론 시대적 현대사, 건축·문화예술의 가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공간이다.

지금은 대학로가 연극의 메카로 인식돼 있지만 70~80년대 소극장 연극의 중심에는 세실극장이 있었다. 서울연극제 전신인 ‘대한민국연극제’ 1회 개최지이자 연극인 회관으로 사용됐던 공공장소기도 했다. 반독재 민주화운동인 6·10 항쟁 민주화 선언이 이뤄지고 상업주의 연극에 반대해 새로운 시대정신의 ‘소극장’ 문화가 시작된 곳도 이곳 세실극장이었다.

당시 건축계를 대표하는 김중업 건축가의 설계로, 건축잡지 ‘공간’이 꼽는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20선에 들기도 하는 등 공연장으로서 건축사에서도 의미 있는 건축물이다. 시는 2013년 건축·문화예술의 가치를 인정해 세실극장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서울시는 ‘세실 재생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폐관된 세실극장을 보전하고 나아가 정동 ‘대한제국의 길’ 조성과 연계한 역사재생의 거점으로 재생하겠다고 밝혔다. 재생 프로젝트 핵심 내용은 ①세실극장 보전 및 운영 ②대한제국의 길 활성화 거점 유도 ③거버넌스 활동 공간으로 활용이다.

▲ 세실극장 문화재생 협력 관계도. 출처=서울시

첫째, 시는 세실극장 소유주인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과 적극 협력해 세실극장을 장기 임대하고 극장 운영자에게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세실극장을 보전·운영한다.

둘째, ‘대한제국의 길’ 활성화 거점으로 활용해 덕수궁 돌담길, 고종의 길, 등록 문화재인 양이재로 등 정동의 역사문화 탐방도 유도한다. 옥상 공간은 서울시가 휴게 공간으로 조성해 시민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성공회 성당이 공간을 제공하고 시가 조성하는 민·관 협력 사업이다.

시 관계자는 “세실극장 옥상에서 바라보면 정면엔 세종대로와 서울시청, 우측으로는 덕수궁, 좌측으로는 성공회성당의 이색적인 건축물까지 모두 볼 수 있다”면서 “정동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셋째, 정동 역사재생활성화사업의 주체인 ‘정동 지역협의체’의 활동 중심 공간으로 활용한다. 연극공연뿐만 아니라 워크숍, 전시 등 각종 지역 행사를 개최하고 대한제국과 정동 역사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한편, 서울시는 21일부터 내달 5일까지 세실극장 운영자를 공개모집한다. 본래 연극문화를 유지하는 연극공연과 공공적 공간으로서의 세실극장을 운영할 기관을 최종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대상은 서울시에 주 사무소를 둔 연극관련 사업 경력 5년 이상의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다. 세실극장의 연극사적 가치를 살리고 정동의 문화재생을 위한 사업제안서 심의를 거쳐 선정한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정동은 역사문화 유산과 더불어 근현대의 시대를 소통하고 향유하던 곳이며 그 안에서 세실극장은 민주화와 시대정신의 공간이다. 세실극장의 문화재생은 이러한 시대정신이 확장되고 시대와 공존해 나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도시재생은 물리적인 도시환경만을 개선하는 것이 아닌 삶에서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들을 지키면서 그 시대에 맞는 모습으로 재생해 영유하는데 의의가 있다. 이번 세실극장의 문화재생은 본래의 가치에만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는 방안과 함께 재생된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