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통신 박람회인 MWC 2018이 종료된 후, 세계는 5G를 중심으로 새로운 미래에 대한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그런데  최근 기술만능주의에서 시작된 유토피아의 꿈을 막무가내로 받아들일 경우 인류의 역사는 진보가 아닌 퇴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같은 날 불거진 우버와 페이스북 논란과, 제2의 스티브 잡스로 여겨지던 엘리자베스 홈즈의 몰락이 대표적이다.

먼저 우버다. 지난해 불거진 초유의 성추행 스캔들로 트래비스 칼라닉 창업주가 떠난 후 소프트뱅크와 협력해 전열을 가다듬던 우버가 ICT 미래기술의 큰 전략인 자율주행차에서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냈기 때문이다.

▲ 우버의 자율주행차가 보행자를 충격하는 사고를 냈다. 출처=우버

1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우버는 미국 피닉스 인근 도시 템페에서 자율주행 모드로 운행되던 차량이 횡단보도 밖을 건너던 보행자를 치는 사고를 냈다. 보행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2016년 테슬라의 자율주행차가 도로에서 트럭과 충돌했던 사고를 내기는 했으나, 당시 사고는 차량과 차량의 인지상황을 비롯해 자율주행차에 탑승한 관리인의 부주의가 있었기에 벌어진 사고다. 우버의 사고가 더욱 심각한 이유다.

우버의 자율주행차 사고는 많은 점을 시사한다. 자율주행차를 둘러싼 오래된 논쟁인 사고 대처가 눈길을 끈다. 만약 자율주행차로 운행하던 중 사고가 벌어질 수 밖에 없는 피치못할 사정이 발생할 경우 인공지능은 운전자를 보호해야 하는가? 아니면 외부의 차량이나 보행자를 보호해야 하는가? 전자일 경우 자율주행차량은 스마트 시티 플랫폼의 불안요소가 되며, 후자가 되면 누구도 자율주행차를 선뜻 구입하지 않을 전망이다. 우버의 사고를 통해 냉정하게 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보행자가 특정되지 않은 지역에 있을 경우 자율주행차가 어디까지 인지해야 하는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인공지능은 어떻게 보호조치를 취해야 하는가도 관건이다. 세밀하게 들어가면 눈이나 비가 올 경우 자율주행차의 외부 센서가 먹통이 되는 현상, 자동세차기를 이용할 경우 약품에 의한 오염으로 자율주행기능이 망가지는 등의 문제도 고민해야할 대목이다. 도시교통 인프라와의 연동, 콘트롤 타워의 역할도 따져야 한다. 단순히 자동으로 차량이 이동한다는 것 이상의 고민이 필요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자율주행차 그 자체에 있다. 기술의 발전에 따른 근원적인 부작용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이다. 모든 ICT 기업들이 자율주행차를 미래의 플랫폼으로 규정하고 활발한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기존 인프라와의 연동부터 새로운 기술의 발전에 대한 모든 논의는 이제 안전을 포함한 다양한 토론이 필수가 됐다. ICT 기술로 인류의 진화가 보장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극단적인 말도 나온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공교롭게도 우버와 동일한 19일 초유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알려졌다. 2014년 케임브리지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알렉산드르 코건이 '디스 이즈 유어 디지털 라이프(this is your digital life)'라는 앱을 통해 사용자의 성향을 수집했고, 이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라는 데이터 회사에 보냈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5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을 통한 개인정보 수집은 불법이 아니지만, 확보된 개인정보를 다른 목적으로 유용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 페이스북의 초유의 개인정보 침해 사고를 냈다. 출처=페이스북

여기서 생각해야 하는 점은, ICT 기술이 없었다면 코건 교수는 5000만명의 개인정보를 임의로 유출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SNS를 통해 모두가 연결된 초연결 사회를 만끽하고 있지만, 초연결 자체에 사생활 침해와 같은 치명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도 엄연한 사실이다. 인공지능 스피커와 드론, 이커머스는 물론 ICT 플랫폼 전체에 해당되는 일이다.

우버와 페이스북의 사례가 ICT 기술의 발전이 야기시키는 어두운 그림자를 보여줬다면, 테라노스의 엘리자베스 홈즈 몰락은 ICT 마케팅의 그림자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한때 제2의 스티븐 잡스라는 칭송을 받은 그녀는 2012년 한 방울의 피로 200개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에디슨을 개발, 7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으나 결국 희대의 사기꾼으로 몰락했다.

에디슨은 제대로 된 기능을 보여주지 못했고 홈즈는 범죄자가 될 처지가 됐다. 1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홈즈와 테라노스의 전 대표이던 서니 발와니를 대규모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 테라노스의 엘리자베스 홈즈가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출처=갈무리

홈즈의 몰락은 ICT 기술에 대한 대책없는 낙관론이 얼마나 심각한 피해를 불러오는지 잘 보여준다. 사람들은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에 현혹되었고, 그녀가 말하는 ICT 기술의 장밋빛 전망만 맹신하며 추종했다. 홈즈의 몰락은 대책없는 ICT 낙관론의 몰락이기도 하다.

초연결 시대가 도래하며 모든 것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지만, 냉정하게 현재를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술의 발전도 좋지만 기술이 가져올 긍정론과 부정론을 모두 따져보고, 혹시 모를 '사기'를 걸러낼 수 있는 안전판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글로벌 ICT 업계가 14일 타계한 스티븐 호킹 박사의 일갈을 되새겨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타계하기 직전까지 공식석상에서 인공지능 예찬론을 경계했다. 그는 인공지능을 두고 "인간 역사에서 최악의 사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기후변화와 함께 ICT 기술의 그림자를 경계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함께 인공지능 연구소를 설립해 공공의 시각으로 인공지능을 연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가 타계하기 직전 데일리메일에 보낸 마지막 메시지가 의미심장하다. 데일리메일은 14일 그의 타계 소식을 알리며 "인류 멸망을 원하지 않는다면 200년 안에 지구를 떠나라"는 그의 마지막 메시지를 보도했다. 다소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그의 타계 직후 벌어진 ICT 그림자의 흔적을 고려할 때 제법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