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티 경매소의 직원들이 리먼브라더스 은행의 간판을 내리고 있다.    출처= Business Insider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 베어 스턴스(Bear Stearns)가 모기지 투자와 관련하여 큰 손실을 입은 후 JP 모건이 10년 전 3월 16일 주당 2달러 가격으로 이 투자은행을 구제하기로 하는 충격적인 결정을 하면서, 위기는 비공식적으로 시작됐다. 베어 스턴스는 실패한 첫 번째 메이저 투자 은행이었지만 불행하게도 그것이 마지막이 아니었다.

이제 미국 경제가 다시 호황을 누리며 미국의 가장 침체된 부문까지 되살아나고 있는 가운데, CNN은 전세계를 강타한 금융 붕괴 이후 10년을 되돌아 보면서 비슷한 상황이 다시 나타날 조짐이 있음을 조심스레 지적했다. 의회와 규제 당국이 당시의 문제들을 바로잡고 예방하기 위해 취했던 일부 규정들을 다시 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존 테일러는 금융 위기로 이어진 몇 년 간을 기억하면 다시금 분노가 치솟는다.

그는 비영리 단체인 미국 지역사회 재투자 연합회(National Community Reinvestment Coalition)의 회장으로서, 주택 거품을 촉발시킨 약탈적인 사기성 대출에 대해 2000년 초반부터 의회에 경고했었다. 국회의원들은 연준에게 그런 최악의 관행을 막을 법안을 만들라고 말했지만 법을 만들기도 전에 충돌이 먼저 발생했다.

"지금 그 일을 생각해 보면, 나 자신이 그에 대해 매우 분노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우리가 투쟁을 했기 때문에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의 관심을 끌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이 뭔가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기도 전에 국가 경제는 이미 무너지기 시작했지요.”

이제 미국 경제가 다시 호황을 누리며 미국의 가장 침체된 부문까지 되살아나고 있는 가운데, CNN은 전세계를 강타한 금융 붕괴 이후 10년을 되돌아 보면서 비슷한 상황이 다시 나타날 조짐이 있음을 조심스레 지적했다. 의회와 규제 당국이 당시의 문제들을 바로잡고 예방하기 위해 취했던 일부 규정들을 다시 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일러는 "10년이 지난 후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그런 혼란 속에 빠졌는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단기 기억 상실증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그런 혼란에 빠진 것은 (약탈적인 사기성 대출을 관행으로 일삼아 온) 은행에 대한 규제가 없었기 때문인데도, 이제 다시 은행의 책임을 완화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다우지수는 지난 10년간 4배나 올랐다.    출처= CNN 캡처

아직도 남은 상처

물론 미국은, 정부가 은행 시스템이 도산하지 않도록 구제 조치를 취한 이후 먼 길을 왔다. 기업 이익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실업률은 1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주식 시장은 2009년 경기 침체 이후 4배나 올랐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예전과 같지 않다. 여러 측정 지표에 따르면, 수 백 만명의 미국인이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주택 보유율을 보자.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수십만 채의 근저당 주택을 사들였다가 이전 집주인들에게 임대한 이후, 2017년까지도 주택 보유율의 긴 하락은 멈추지 않았다. 그들 중 대부분은 신용이 악화돼 다시 집을 살 수 없는 처지다.

또 당시 블루 칼라 직업(생산현장 노동자)이 특히 큰 타격을 입었고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탓에 남성 노동 참여율은 여전히 사상 최저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 남성 노동 참여율은 여전히 사상 최저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출처= CNN 캡처

회복 과정은 또 다른 방식으로 분열을 심화 시켰다. 지리적으로, 천연자원이 풍부한 대단지 기술 허브와 도시들은 흥하고 북동부 5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장 지대와 압류된 지역들은 더 낙후된 것이다. 또 대부분의 소득 상승은 상위 10% 임금 수급자에게만 국한되었다.

연준의 자료에 따르면, 많은 가계가 이전보다 더 많은 부채를 짊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계 순자산의 중간값은 1998년 수준 이하를 기록하고 있고, 적정 가격의 주택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는 최악의 경기 침체 시기가 지난 이후에도 모기지와 건설 대출이 오래 동안 말라버린 결과다.

그러나 우리가 처음에 어떻게 그런 상황에 빠졌는지에 대해 배웠던 교훈이 사라지면서 어려운 시절의 추억은 대중 의식에서 퇴색한 것처럼 보인다.

의회는 금융위기 조사위원회를 설립했을 때 이 질문에 답하려고 노력했고, 2011년 채택한 붕괴에 대한 부검 보고서는 오늘날에도 훌륭한 읽을 거리로 남아 있다. 보고서의 기본적 결론은, 금융 위기는 일부 은행가와 규제 당국이 주장한 것처럼 갑작스럽게 닥친 이상 기온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오히려 인재에 가깝고 예측 가능했으며 따라서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은행을 규모가 좀 더 작고 비교적 덜 복잡한 조직으로 유지케 했던 1990년대의 법적 보호 장치를 의원들이 없애 버리지만 않았더라면, 은행 CEO들이 그들이 생각 없이 아무렇게나 만든 복잡한 증권이 위험한 것이라는 생각을 조금만 했더라면, 연준이 미국의 대형 금융 기관의 중추를 썩게 만든 유독성 모기지의 흐름을 막기 위해 조치를 취했더라면, 세계 경제를 재앙으로부터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위원회는 밝혔다.

▲ 금융기관의 압류 신청 건수는 크게 떨어졌다.        출처= CNN 캡처

시스템을 바꿀 기회를 놓쳤다

위원회의 보고서가 작성돼서 그렇게 준비되고 있었지만 한편에서는 경기 침체의 다음 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7870억 달러를 푸는 경기 부양책을 추진하고, 압류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모기지 대출 수정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1년 후, 2010년 제정된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Dodd-Frank Wall Street Reform and Consumer Protection Act)에 따라 금융 기관들에 대한 규제 및 감독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감독 기관이 설립되었다. 또 대출 기관에 의한 불법 행위를 감시하는 소비자금융보호국(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도 만들었다. 금융 감독 당국은 금융 기관들에게 파생 상품, 신용조사기관, 모기지 평가, 경영진 보상, 기업지배구조 및 경제 파탄에 영향을 미치는 기타 요인에 대한 새로운 규칙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현재의 금융 시스템이 위기 이전보다 안전하다는 데 대부분 동의하지만 그런 대답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비판의 소지가 적지 않다.

더 많은 압류 상황을 피하고 우리 이웃들을 좀 더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주택 보유자에 대한 구제 금융이 훨씬 더 관대해야 했으며, 은행들은 새로운 안전 장치가 도입된 이후에는 돈을 빌리려는 신용자들에게는 자금을 대출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무분별한 대출을 감행한 금융 기관의 경영진을 처벌하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금융 기관들이(결국 주주들이) 수천 억 달러의 벌금을 냈지만 그런 투자 은행이나 모기지 대출 기관을 운영하는 사람들 중 감옥에 간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금융위기 조사위원회는 법무부에 11명을 형사 고소했지만 기소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필 안젤리 데스 조사위원장은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으로써 결국 개인에 대한 처벌은 미미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월가에 보낸 것과 다름 없었다고 말한다.

"오바마 정부가 그런 잘못에 책임 있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은 중대한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편의점에서 1000 달러를 훔치고 나서, 다른 사람을 시켜 50 달러를 지불하게 하고 해결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똑 같은 짓을 다시 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그럴 것입니다.”

은행들은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에 따라 수십억 달러의 벌금을 내야 했지만, 그 법이 제정되었을 때 법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싸우느라 법의 발효를 최대한 지연시켰다. 2016년 중반 시점에서, 이 법의 의무 조항의 20%는 전혀 제청되지도 않았다.

도드-프랭크법이 임박한 위기에 대한 조기 경보 시스템의 역할을 하도록 설립한 재무부의 독립 기구로 설립한 금융연구 사무국(Office of Financial Research)은 이후 크게 축소되었다.

스탠포드 경영 대학원의 아낫 어드마티 교수는, 개혁론자들이 금융 시스템의 투명성을 높이고 부채에 대한 업계의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기회를 놓쳤으며, 결국 이로 인해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행히 그 이후 큰 위기나 구제 금융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언제든 한 번은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볼 때, 나는 변화가 너무 적었거나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금융위기 이후 줄었던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출처= CNN 캡처

그런데 이제 규제를 철폐한다고?

공화당은 지난 수년 동안 이 법의 완화를 위한 시도를 꾸준히 해 왔다. 이제 공화당은 민주당 상원의원 16명의 도움을 받아 도드프랭크법 시행 이후 가장 심각한 역행안을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주에 자산 2500억 달러 미만의 은행들은 감독에서 제외시키는 법안을 표결에 부쳤다. 이 법안은 또 은행들이 대출 데이터를 경찰에 제출하지 않아도 되며 모기지 인수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은행을 감독하는 연방 기관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책임자로 제이 클레이튼 위원장이나 소비자금융보호국 국장 대행으로 믹 멀바니 같은 사람을 발탁한 것은, 그들이 임명된 기관 내부에서도 신랄한 비판이 일었다. 그런 인물들이 도드프랭크법의 제정과 집행을 늦추거나 중단시켰고 결국 사기 금융을 추적하는 기능을 제한시킨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 시장의 활황이 겹치면서, 기업 부채의 증가에서부터 기업을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사이버 위협까지, 큰 위험이 또 다시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콜럼비아 로스쿨의 캐스린 저지 교수는, 업계에 우호적인 규제 당국은 다시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금융 기관의 실수를 다루기 위한 도구도 빈약할 뿐 아니라, 마땅한 초치를 취해야 할 때에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안전에서 성장으로 옮겨졌습니다. 그러나 성장 지향적 시스템을 원한다면 취약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 들여야 합니다. 그 취약성이 구체적으로 나타날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문제지요."

금융 위기가 미국 경제를 흔들어 놓은 지 10년이 지났다. 10년을 맞이한 올해, 우리는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 국가는 그 영향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배운 것과 여전히 배우지 못한 것은 무엇인지 계속 조사해 나갈 것이다.

* 본 기사는 미국 금융 위기 10주년 CNN 특집 기사를 전면 게재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