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페이스북의 개인정보가 데이터 회사를 통해 유출되는 일이 발생했다. 유출된 개인정보 데이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유세 기간 활용되는 한편 영국의 브렉시트 정국에서도 일부 유용된 정황이 확인됐다. 페이스북의 주가는 장중 7% 이상 떨어졌고 페이스북 최고 보안 담당자 알렉스 스타모스가 곧 사의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차기 대선 잠룡 중 하나로 평가되는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이 초유의 정치 스캔들과 맞물리는 순간이다.

▲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 개발자 회의에서 강연하고 있다. 출처=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보다 '유용'이 불법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주요외신은 19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유세 기간 활용되었다고 보도했다. 2014년 케임브리지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알렉산드르 코건이 디스 이즈 유어 디지털 라이프(this is your digital life)라는 앱을 통해 사용자의 성향을 수집했고, 이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라는 데이터 회사에 보낸 대목이 문제가 되고 있다. CA는 이 정보를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 진영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언론의 보도는 개인정보 유출에 방점이 찍혔지만, 냉정하게 말해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이 핵심은 아니다. 진짜 문제는 개인정보의 불법적인 유용이다. 심리학을 전공한 코건 교수의 앱은 일종의 성향 테스트며, 이를 이용하는 사람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보된 개인정보 데이터를 CA에 보낸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다.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는 "확보된 데이터를 다른방식으로 유용하면 않된다는 약관이 있다"면서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강조했다.

코건의 앱을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람은 최대 5000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영국 등 주로 외국 사용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한국인 피해자는 극소수일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페이스북 코리아의 설명이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받을 타격은 상상을 초월할 가능성이 높다. 페이스북 최고 정보보안 담당자인 알렉스 스타모스가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시가총액은 곤두박질 치고 있다.

이번 페이스북 스캔들은 글로벌 OTT(오버더탑) 플랫폼 기업인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한 장면과 비견된다. 주인공 프랭크 언더우드와 대선 기간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공화당 후보 콘웨이가 친구인 IT 엔지니어의 도움으로 포털에 노출된 유권자의 개인정보를 이용, 선거전략을 짜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는 논란이 불거지자 콘웨이가 '쿨'하게 사과를 하고 넘어갔지만, 현실에서는 심각한 문제로 비화될 조짐이다.

트럼프와 악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대선 기간 트럼프 당시 후보와 이민자 문제 등을 두고 공개적인 설전을 벌인 바 있다. 공화당에 대선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안전장치는 마련했지만, 표면적으로 두 사람의 갈등은 실리콘밸리에서도 큰 논란이었다. 세계 최대의 SNS 기업인 페이스북이 가진 방대한 데이터, 여론확산 능력은 예전부터 정치권의 화두이기도 했다.

페이스북의 개인정보가 CA를 통해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로 흘러들어갔다는 폭로가 민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냉정히 말해 페이스북의 잘못은 아니지만, 민감한 개인정보 데이터의 사적인 활용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미흡하다는 점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ICT 기술의 초연결 플랫폼이 정치와 결탁할 수 있다는 여지를 보여준 것 자체가 논란이다.

이 문제는 향후 ICT 플랫폼 기업 전체의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먼저 개인정보 유출에 집중할 경우다.

미국의 IT매체 쿼츠는 지난해 11월22일(현지시간) 구글이 안드로이드 사용자의 셀ID 정보를 동의없이 수집해 구글 본사로 가져갔다고 보도했다. 단말기와 기지국 사이를 이동하는 셀ID를 이용해 위치정보를 확보, 타깃 마케팅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안드로이드 사용자들도 구글에게 셀ID 정보를 탈취당했으며 방송통신위원회도 조사에 나섰다. 우버도 자유롭지 못하다. 우버는 2016년 데이터베이스 해킹을 당해 5700만명 회원 데이터가 유출됐으며,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는 조건으로 해커에게 10만달러를 지불한 사실이 밝혀졌다. 초연결 시대 방대한 데이터의 흐름을 활용해야 하는 ICT 플랫폼 기업들이 향후 사생활 침해와 관련된 이슈를 더욱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민감한 정치권에 가로막힌 ICT미래는 아닌지...    

ICT와 정치의 만남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페이스북의 개인정보가 트럼프 대선 캠프에 흘러 들어가는 순간 ICT 플랫폼 기업과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도는 크게 훼손될 전망이다. 향후 대권 잠룡으로 평가받는 마크 저커버그 CEO에게도 그리 좋은 소식이 아니다.

페이스북은 미 대선 기간 특정 뉴스를 임의로 삭제했다는 의혹도 받은 바 있다. IT매체 기즈모도가 내부 폭로자의 주장을 인용해 "페이스북 이용자들 중에서 인기있는 뉴스를 보여주는 트렌딩 토픽 운영자들이 보수적인 뉴스를 고의로 삭제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해당 서비스는 알고리즘을 통해 1차 기사 목록을 도출하고 뉴스 큐레이터가 2차 검수를 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기즈모도의 보도가 맞다면 뉴스 큐레이터가 2차 기사 목록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특정 정치적 성향의 뉴스를 배제했다는 뜻이다. 플랫폼 공공성의 문제로도 비화될 수 있는 문제다.

최악의 경우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하는 ICT 플랫폼 기업의 성장을 정치권의 '구악'이 방해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이번 페이스북 게이트를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근본적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