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전자 상거래, 모바일 결제, 소셜 미디어 분야를 각각 장악하고 있는 중국 기술 대기업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이제 자동차 산업에까지 손을 뻗치며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를 위협하고 있다.

소위 BAT(Baidu, Alibaba, Tencent의 머리 글자를 딴 약자)라고 불리는 이 세 회사가 자율주행차량의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온라인 자동차 판매, 전기 자동차 스타트업, 차량 공유 서비스 등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기술 기업, 특히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도 자율주행차량 사업부를 통해 자동차 사업에 진출하고 있지만, 이 BAT 삼총사의 경우, 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가 엄격해 외국 기업이 이들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큰 장점을 하나 더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회사가 아닌 회사는 자율 주행에 필요한 디지털 지도 제작 시스템의 운영이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이로 인해 포드자동차, BMW, 상하이자동차(SAIC), 지리자동차 등과 같은 국내외 자동차들은 모두 BAT 중 하나와 파트너십을 맺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르노 자동차도 이 달에, 알리바바의 온라인 소매 플랫폼에서 자동차 판매 계약을 체결해 2023년까지 중국 판매량을 5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르노는 또 알리바바의 커넥티비티 소프트웨어를 중국 내 자동차에 적용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리자동차의 리수푸 회장이 지난 달 메르세데즈 벤츠의 모회사 다임러 AG의 지분 9.7%를 90억 달러에 사들일 것이라고 발표했을 때 리 회장이 중국의 인터넷 거물의 위협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리 회장은 성명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21세기에 세계 자동차 업계에 기술적으로 도전하는 경쟁자는 오늘날의 자동차 업계가 아닙니다. 현재의 자동차 업계는 외부에서 독립적으로 들어온 침입자와의 전투에서 이길 수 없을 것입니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는 자동차 산업이 하드웨어 판매에서 서비스 판매로 전환 할 것이며, 수익도 자율주행차량 공유나 고속 모바일 인터넷 같은 기능에 연결되는 수수료를 통해 창출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상하이의 컨설팅 회사 오토모빌리티(Automobility)를 운영하는 전 크라이슬러 중역을 지낸 빌 러소는 이렇게 말했다.

"BAT는 차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온라인 서비스를 사용하기를 바라겠지요. 그들은 이동성을 사람들이 그들의 생태계에 진입할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그것이 그들이 모두 이동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이유이지요. 이것은 중국 이외의 다른 곳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게임입니다. 이런 환경이 중국 시장을 독특하게 만들었습니다.”

바이두의 로빈 리 최고 경영자(CEO)는 발전하는 자율주행차량을 검색 및 지도 검색 회사의 최우선 순위 타깃으로 삼았다.

"미래의 통근 시간에는 더 이상 운전에 집중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 전기 냄비에 요리를 하거나 가라오케에 맞춰 노래를 부를 수도 있으니까요.”

중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상하이자동차의 첸 홍 회장은 기술 대기업의 위협을 인정하면서도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운전자와 그들의 필요를 이해하는데 있어 우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파트너가 필요하다. 상하이자동차도 알리바바의 차량용 운영 체제인 ‘알리오에스’(AliOS)를 탑재한 커넥티드 카를 선보였다.

대형 국유기업인 베이징자동차와 광저우 자동차도 바이두, 텐센트와 각각 손잡고 이른바 스마트카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포드와 BMW도 알리바바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스마트카 출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중국 기술 대기업들은 올 하반기 중국 시장 출시를 목표로 스마트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에도 풍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후원을 받고 있는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Xpeng Motor)이 대표적 예다. 샤오펑은 지도와 음악 앱, 음성 인식 기능은 물론 소셜 미디어에 여행 글을 올리고 싶어하는 고객들을 위해 카메라도 장착한 신형전기차 모델 G3 SUV를 공개했다.

바이두와 텐센트의 지원을 받고 있는 전기차 스타트업 WM 모터의 창업자 프리먼 선은 자동차 회사들이 시장환경의 급변으로 기술 대기업들의 전략적 통찰력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과 협력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바이두와 텐센트는 상하이의 전기차 스타트업 NIO에도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NIO는 음성 명령 개인비서와 자동 주차 기능을 포함, 두 IT 기업이 제공하는 각종 앱을 탑재한 전기차 1호 모델을 선보였다.

NIO의 창업자 윌리엄 리는 "자동차는 바야흐로 모바일 생활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량에 탄 사람들은 온라인 쇼핑과 비디오 게임, 모바일 TV를 포함한 각종 인터넷 서비스에 여지 없이 사로잡힌 청중이라는 것이다.

바이두와 알리바바, 텐센트는 중국 최대의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인 디디추싱에도 나란히 투자하고 있다. 텐센트는 중국 밖으로 눈길을 돌려 지난해 미국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의 지분 5%를 17억8천만 달러에 사들였다.

알리오에스 사업부 대표인 사이먼 후는 자동차 회사들과 기술 대기업들이 자동차 생산 경험과 소프트웨어 혁신을 접목하면서 공존할 수 있다며 "이 둘이 결합되면 대단한 화학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대기업들이 다방면으로 자동차 산업에 침투하면서 이들이 과연 어느 정도의 매출을 창출할 수 있을지도 지대한 관심사다.

홍콩의 자동차 컨설턴트인 마이를 던은 이런 질문에 대해 "이들은 게임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자격을 갖고 있고, 돈을 버는 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시장에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