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최저임금 인상은 서비스업과 같은 비교역재부문 종사자들에게 비교적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바람직한 정책이다. 그러나 생산성 향상이라는 근본적인 변화 없이 임금을 조정하는 것은 단기적 효과밖에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일형 금융통화위원은 19일 서울시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글로벌 경제 시스템아래에서 한국 경제의 상황을 진단하면서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이 위원은 생산성 없이 임금만 올라가게 된다면 경쟁력은 더 떨어질 수 있고, 실질 및 명목환율이 점차 하락(원화 절상)하면서 GDP와 수출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이일형 금융통화위원이 19일 서울시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이 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임금 대비 생산성이 사실상 상실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우리나라의 임금인상률을 생산성으로 반영하는 유닛 레이버 코스트(unit labor cost)를 보면 90년대만 해도 OECD 평균보다 더 낮았다. 즉 그때는 우리나라가 OECD 평균보다 임금도 더 높았고 생산성도 더 높아서 경쟁력이 꽤 있었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임금은 OECD 평균보다 높지만 생산성은 훨씬 더 떨어져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제조업과 비제조업 부문의 임금 격차도 지적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펼쳤을 때 주로 제조업 쪽의 임금을 기준으로 잡게 된다. 생산성이 수반된다면 당연히 임금 올리는 게 좋겠으나 생산성이 수반되지 않고 임금만 올라가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미 제조업과 비제조업 임금 격차가 나 있는데 제조업 임금만 무조건 올려야 한다고 하면 이러한 격차는 더 벌어질 뿐 아니라 경쟁력도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이 위원은 구조개혁과 부가가치 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생산성의 문제는 굉장히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노동시장의 문제도 있고 구조적으로 개혁도 필요한 점도 있다”면서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서 확대되지 못하는 서비스 산업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상품 개발의 필요성도 있다. 근본적인 구조조정은 그런 차원에서 생각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가계부채 증가세, 경기 성장 동반한다면 우려할 부분 아냐”

145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에 대해서 이일형 위원은 경제 성장이 함께 동반된다면 크게 우려할 부분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경기 변동성에 있어서 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부채가 증가하는 현상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만약 정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늘어난 부채가 중기적으로 더 높은 성장을 견인한다면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부채를 동반한 정책 실현의 경우 그에 따른 자원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령 경기반등이 일시적이고 지속가능하지 않다면 오히려 경제 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무리하게 부채를 늘리는 통화정책의 결과로 경기가 회복된다 해도 늘어난 부채를 줄이는 정상화(normalization)가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면 정책의 효율성을 재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위원은 “예를 들어 주택시장의 활성화와 이에 따른 관련 사업자 수가 빠르게 늘어난다면 이게 주택 과잉 공급과 폐업자 수의 증가로 이어지는 지를 살펴봐야 한다”면서 “만약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다면 결국 사회적 손실로 이어지게 되므로 일시적 경기 개선에 따른 대가 치고는 과도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