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국내 시장에 스포츠유틸리티(SUV)차량 열풍이 수입차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형 모델을 내놓으면서 시장 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가솔린 모델 수요가 올라가면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솔린 SUV 라인업을 추가 구성하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19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판매된 중형 SUV 18만845대 중 2만822대는 수입차다. 전체 판매량서 점유율은 8.7%다.

▲ 메르세데스-벤츠 2018년형 'GLC'.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수입차 업체들은 앞다퉈 중형 SUV 신차를 내놓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중형 SUV GLC 신형 모델을 지난해 9월 선보였다. GLC 시리즈는 2016년 처음 출시해 3332대가 팔리면서 중형 SUV 시장에서 17.9% 점유율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4497대가 팔리며 시장 점유율은 21.6%에 달했다. 올해는 3월까지 1305대가 팔리면서 초반부터 강세를 보인다.

볼보는 지난해 9월 더 뉴 XC60을 선보이며 중형 SUV 시장 점유율 확대에 팔을 걷었다. 더 뉴 XC60은 출시 이후 올해 2월까지 677대가 팔렸다. 볼보 전체 SUV 판매량의 21.3%다. BMW는 뉴 X3를 지난해 투입했다. 뉴 X3는 출시 이후 올해 2월까지 442대가 팔려 BMW SUV 총판매량 중 13.6%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BMW는 올해 하반기 중형 SUV X5의 완전변경 모델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이 중형 SUV를 연달아 출시하는 것은 국내 시장에서 SUV 선호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서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SUV 판매 점유율은 2012년 처음으로 20%대를 돌파 이후, 가파른 성장과 함께 2016년 30%까지 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완성차업체들의 SUV 라인업을 구성하며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35%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차 업체 한 관계자는 “국내 SUV 시장은 해외 트렌드와 발맞춰 성장하고 있는 시기”라면서 “수입 자동차 업체는 프리미엄 SUV를 내세우며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갑자기 등장한 가솔린 모델 SUV, 왜?

중형 SUV시장 활성화와 더불어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SUV 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는 가솔린 모델의 판매량 상승에 발맞춘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각국 배출가스 규제 강화로 디젤차 입지가 좁아지면서 가솔린차 제품군 생산이 완성차 업체에 필수 불가결한 사항이 됐다.

▲ 볼보 '더 뉴 크로스컨트리 T5'.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는 지난해 3월 출시한 ‘더 뉴 크로스컨트리’의 가솔린 모델 T5를 이날 선보였다. 볼보는 신차 발표와 함께 “SUV와 레저용차량(RV)의 가솔린 모델 비중이 높아지는 국내 트렌드를 반영해 크로스컨트리에 가솔린 모델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크로스컨트리 T5는 가솔린 엔진을 기반으로 세단의 주행감과 사륜구동 SUV의 퍼포먼스를 갖춘 차다.

같은날 출시한 토요타 '뉴 시에나' 역시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다. 뉴 시에나는 최고출력 301마력의 6기통 3.5ℓ 가솔린 엔진, 8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미니밴 최고 수준의 동력성능을 확보했다.

수입차 가솔린 SUV 등장은 디젤 차량 수요 감소에서 비롯된다. 2015년 이전까지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 승용차 점유율은 꾸준히 늘어왔다. 2009년 22.4%에서 2011년 35.2%, 2012년 50.9%, 2015년 68.8%까지 늘었다. 수입차 세대 중 두 대가 디젤 승용차인 시대였다. 디젤차의 강세는 국내 디젤 승용차 배출가스 기준이 낮아지면서 수입차 디젤 승용차 모델이 국내 대거 투입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반면 같은 기간 가솔린 차량 점유율은 줄었다. 2011년 61.1%에서 2012년 44.2%로, 2015년은 26.9%까지 급격하게 점유율이 감소한다. 가솔린 차량 수요가 줄어든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비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마침 국제 유가도 크게 올랐다.

▲ 수입 승용차 연료별 등록 비율. 자료=한국수입차협회

그러나 이른바 ‘디젤 게이트’가 2015년 말에 터지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당시 디젤 엔진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소비자에게 각인되면서 판매 양상이 바뀌었다. 국내 가솔린 수입차 점유율은 2016년 33.9%에서 2017년 43%까지 회복한다. 같은 기간 디젤모델은 58.7%에서 47.2%로 추락한다. 올해 들어서는 가솔린(48.8%)이 디젤 모델(42.8%)을 5%포인트 앞질렀다. 다시 가솔린 모델이 주목받는 시대가 왔다. 여기에 SUV가 인기를 누리면서 가솔린 SUV가 최근 출시되고 있다.

최근 가솔린 엔진을 갖춘 SUV를 출시하는 것은 수입차뿐만이 아니다. 기아자동차도 소형 SUV 스토닉 가솔린 모델을 1600만원이란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했다. 쌍용차는 가솔린 터보엔진을 장착한 G4렉스턴을 출시할 예정이다. 쌍용차는 올 하반기에 가솔린 터보 엔진 양산에 돌입한다. 르노삼성도 가솔린 SUV ‘QM6 GDe’를 선보이며 주가를 올리고 있다.

박재용 자동차미래연구소 소장은 “자동차 시장이 글로벌화 되면서 국제 규제와 시장 트렌드에 맞는 차를 출시하는 것이 완성차 업체의 고민”이라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의 경우 가솔린 SUV 비중이 디젤과 비교해 2%에 불과하다. 이에 국내 완성차업계는 배출가스 규제를 맞추기 위해 배기량이 낮은 소형 가솔린 SUV를 먼저 출시하고, 소비 트렌드와 맞는 중형 SUV의 가솔린 엔진 비중을 늘려나가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