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칼럼은 대학생활 중 겪은 다양한 경험으로 좀 더 경쟁력 있는 입사지원서를 만드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우연한 만남과 이력서 작성 검토 부탁

3년 전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인의 소개로 필자를 찾아와 입사지원서를 쓰는 데 도움을 청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대학교의 간호학과 1기 졸업생이라고 한다. 학교 역사도 짧고 지역적으로 워낙 외진 곳에 있는 학교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의료계의 대기업인 연세세브란스병원에 취직하고 싶다고 한다. 뭘로 보아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나름대로 써 가지고 온 입사지원서는 뭐 하나 변변한 것이 없었다.

“그동안 특별히 준비한 자격증 같은 것은 없나요? 동아리 활동은요?”

“예, 하나도 없습니다.”

“아니? 대학 4년 동안 뭐하고 지냈어요. 외부활동도 없네요. 지역이 외져서 이해는 하지만 정말 없어요?”

“딱 하나 있습니다. 한자자격증 2급입니다.”

“그건 왜 땄어요?”

“엄마가 시켜서요.” 점차 가관이다.

“그러면, 실습이나 아르바이트 같은 것은 경험이 없어요? 방학 때는 뭐했나요?”

“학교가 있는 곳이 외진 곳이라 그런 기회가 쉽지 않았습니다. 방학 때 그냥 용돈이라도 벌려고 인형 만드는 아르바이트를 잠시 했습니다.” “그게 뭔데요?”

“인형에 눈알 붙이는 작업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주면 좋겠네요.”

“봉제(헝겊)인형에 눈알을 바느질해서 붙이는 작업을 했습니다. 조금이라도 경제적 도움이 될까 해서요.”

이 정도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답하다.

간호사의 인력수급 상황을 감안해 작은 중소병원에 취직하면 무난할 것 같은데, 지원자가 극도로 몰리는 대형병원 취업을 도전하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입사지원서류 작성 방법의 핵심

대개의 취업준비생들이 무엇을 쓸까? 어떻게 쓸까?를 고민하다 숨이 턱 막히며 방향을 잃어버린다. 그러다가, 취업 전문 카페를 찾아 성공 사례를 찾다가 ‘다른 사람은 안 보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중 일부를 베끼기 시작한다. 그렇게 베끼기를 시작하면 다음 문장도 막히고 또 다른 사례에서 베끼기를 한다. 순식간에 전체를 베껴 쓰는 방식으로 마감을 한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위안으로 던지는 두 가지 생각!

‘설마 구석구석 읽어 보겠어? 내가 베낀 것을 모르겠지?’

그런데, 지원자 서류 전체를 받아 든 인사담당자는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예리하게 읽어 나간다. 그러면 금방 비슷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문장 단위로, 단락 단위로, 문맥으로….

이런 답답함의 가장 큰 이유는 본인이 해온 활동(동아리, 학과, 봉사, 아르바이트, 인턴, 해외여행, 독서, 취미 등)에서 있었던 수많은 경험과 에피소드를 취업하고자 하는 것과 연결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모르고 본인이 한 과거 활동의 의미를 헤아리지 못한다.

 

직무역량과 나의 에피소드

이때 등장하는 개념이 ‘직무역량’이다. 그 일을 잘 하려면 어떤 역량(‘능력’이 아니다)을 갖추었는가? 하는 것이다. 특히 지원하는 분야, 회사나 직무에 딱 맞는 유니크한 능력을 의미한다.

이 사례에서 ‘간호사’란 일을 잘 하려면 어떤 역량을 갖추어야 할까? 사람의 신체·처방·약제 등외 의료 관련 지식과 손끝이나 사람을 대하는 기술, 그리고 병든 사람에 대한 연민, 사랑 등이 될 것이다.

그러면, 이 간호사의 경우는 대학과정 자체가 전문화된 데다 국가자격증의 통과만으로 웬만한 것은 다 갖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상보다는 좀 더 좋은 병원에 취업하고 싶다면 남다르게 어떤 역량을 보여주면 좋을까? 미리 생각을 해서 대학생활 동안 유사한 활동을 준비해 가면 좋겠지만, 이 학생의 경우는 워낙 외진 곳에 있는 학교라 그런 경험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자면 본인의 경험에 알맞은 명분과 이유를 달아 보는 것이다.

 

한자자격증과 봉제인형 눈알 꿰매기의 경험의 명분과 이유

“한자자격증을 딴 것은 미래의 고객이 될 것으로 보이는 중국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미리 준비한 것입니다. 본격적으로 중국어 공부하기가 여의치 않아 우선 한자라도 해두면 필담(筆談)을 나누거나 메일이나 글자로도 소통이 가능할 것입니다. 혹은 병원이 중국으로 갈 경우가 생겨 중국어를 배워두면 빠를 것이라 생각해서 한자자격증이라도 따 두었습니다.”

“봉제인형 바느질은 주사를 놓는 것과 비슷합니다. 눈알을 꿰매면서 환자의 핏줄을 찾아 주사를 놓고 있는 경우를 상상했습니다. 정확하게 그리고 빠르게… 그러다 보니 훨씬 덜 지루하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남들보다 실적이 좋아 아르바이트비도 조금 더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필자의 조언을 듣고 무릎을 치면서 돌아갔다. 그리고는 몇 달 지나서 궁금해졌다. 어떻게 되었는지?

연세세브란스병원은 떨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 후 백병원에 합격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 학교에서 유일하게 대형병원에 취업한 사례가 되었다고 한다.

두 가지 사례를 말하지만, 다행히 본인이 이러한 지도 내용의 의미를 알고 갔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응용이 가능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