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계약을 어기고 다량으로 전기를 쓴 가상화폐 채굴업체 38곳을 적발해 위약금을 청구했지만 위약금을 제대로 걷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위약금 징수가 강제성이 없는데다 가상화폐 채굴업체들이 야반도주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한전이  전기공급 약관을 어기고 가상화폐채굴장을 운영한 업체 38곳을 적발한 지 한 달 이상이 지났지만 위약금 징수에 허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 국회의원은 가상화폐 채굴장 의심 사용자에 현장 조사를 분기별로 하고 채굴장 계약종별 적정성을 상시확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시 한전은 산업단지 폐공장 건물과 농어촌 창고 등에서 일반 전기요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농사용과 산업용 전기를 이용해 가상화폐 채굴을 24시간 한 업체를 적발했다.  한전은 지난해 12월 26일~올해 1월 12일까지 3주간 산업용․농사용으로 월평균 사용량 450시간 이상 사용량이 급증한 고객 1045호를 대상으로 가상화폐채굴장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여부는 조사해 이들 업체들을 골라냈다.

▲ 전기 용도에 따라 달라지는 전기사용요금체계. 출처=한국전력공사,김정훈의원실

이들  가상화폐 채굴업체가 약관을 위반하고 사용한 전력량만 1117만 9935kWh에 이른다.

가상화폐 채굴장 운영자들이 산업단지 폐공장 건물과 농어촌 창고 등으로 파고들어 전기공급약관을 위반한 채 채굴장을 24시간 운영하는 것은 산업용과 농사용 전기요금이 일반용 전기요금보다 월등히 저렴하기 때문이었다. 24시간 가동하는 가상화폐채굴장 운영 시간을 기준으로 동절기 한 달간 전기를 사용(계약전력 200kW)했을 때, 산업용은 일반용의 65.9%, 농사용은 31.7% 수준의 전기요금밖에 나오지 않는다.

계약전력을 300kW 이상으로 하면  산업용과 일반용의 요금단가가 동일해 위약금이 생기지 않는다.

200kW를  일반용으로 계약하면  전기요금은 월 사용 요금은 기본요금 164만6000원에, 사용량 요금 1815만7200원을 합쳐, 1980만3200원을 내야 한다. 그러나 이들 업체들은 산업용 폐공장과 농어촌 창고 등에 들어간 탓에 전기요금을 일반용의 65.1%인 1304만4000원이나 31.7%인 627만5000원만 냈다.  최소 600여만원에서 최대 1300여만원의 요금을 도둑질한 것이나 다름없다.

한전은 이들 업체에 5억 992만원의 위약금을 청구했다.한전은 경기도 안산시에 주소지를 둔 가상업체 두 곳에 각각 5981만4000원과 5730만1000원을 위약금을 부과하고  경기도 화성시에 주소지를 둔 업체에 5717만9000원을 부과하는 등 총  5억9992만7000원의위약금을 부과했다.  계약을 위한반 가상업체는 경기도가 13곳으로 가장 많았다.

한전이 위약금을 부과했으나 회수는 거의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회수금 회수는 원칙으로는 청구일로 7일 이내로 하되, 고객의 요청이 있고 사업소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분할로 수납할 수 있고, 전기요금에 합산할 수 있다.

▲ 위약 전기 사용으로 적발된 가상화폐 채굴장 위치와 면탈 전력량, 위약금. 출처=한국전력공사,김정훈의원실

290만원의 위약금이 부과된 경남 창원시의 한 채굴업체는 밤새 채굴장비를 챙겨 도망을 치는 등 허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6만3843kWh를  계약을 위반하고 사용했다.

한전 관계자는 “요금은 징수했지만 위약금만 받지 못했다"면서 "채굴업체가 사용하는 설비가 무겁지 않고 쉽게 옮길 수 있다보니 밤사이에 도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감안하면 야반도주 업체들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한전 측은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입을 다물고 있다.

다른 한전 관계자는 “전기 사용 용도는 고객이나 사업주 본인이 확인해야 한다”면서 “5700여만원 위약금을 부과받은 업체는 불만이 있었지만 위약금을 납부하고 있다”며 위약금 징수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전력공사 기본공급약관에 따르면 위약금을 내지 않은 고객에 대해서 제약할 방법은 전력 공급을 중지하는 것뿐이다. 위약금을 내지 않고 도망간 채굴업체가 다른 명의로 다시 전기를 사용하면 확인할 방법이 없다.

한전의 위약금 청구는 원천징수 등 강제성이 없어 위약금 회수는 결국 고객의 납부 의지에 달려있다.

시민단체 등 민간은 얌체 전력 사용자들의 전기 위약금 납부 여부에 대해 감시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얌체 가상화폐 채굴장의 전기 사용은 한전과 고객 사이에 계약으로 발생한 일이므로 한전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시민단체 등 민간에 알려줄 수 없어 정부가 아니면 전기 위약금 회수 문제를 적발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다른 한전 관계자는 "한전과 해당 업체는 기업과 고객 관계이고, 위약금 회수 여부는 고객 개인정보기 때문에 알려주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은 이에 대해 "전기공급약관을 위반한 채 24시간 가동하는 가상화폐 채굴장은 전기판매수익 감소와 전력설비 안정성 저해 및 안전사고를 유발시키며, 전기사용계약 전반에 대한 불신을 초래시킬 수 있다”면서 "가상화폐 채굴장 의심 사용자에 대한 현장조사를 분기별로 하고, 또한 가상화폐 채굴장 계약종별 적정성을 상시 확인하도록 정례화 하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