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경제포럼(WEF)은 경제 위기와 환경 위기, 지리상 위기, 사회 위기, 기술 위기가 모두 이어져 있다고 분석했다. 표에서 파랑은 경제 위기, 초록은 환경 위기, 주황은 지리상 위기, 빨강은 사회 위기, 보라는 기술 위기를 나타낸다. 도형의 크기에 따라 위기의 정도도 높아진다. 출처=세계경제포럼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최근 세계 경제의 성장이 가속하면서 곧 위기가 다가올 전조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과거 전세계의 성장률이 동시에 높아지면 곧이어 거품붕괴가 뒤따랐다는 점에서 최근 전세계 경기가 호전되고 있고 경기과열이 인플레이션 붐에 이은 새로운 붕괴를 가져오는 게 아니냐고 정책당국자와 투자자들이 궁금해 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15일(미국 현지시각) 전했다. 

블룸버그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2011년 이후 가장 광범위하고 강한 성경제 호전 속에 다음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회동한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올해와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3.9%로 상향조정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치 3.7%와 3.6%에 비해 높아진 것이다.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은 당초 2.5%에서 2.9%로 상향됐고 유로존은 2.1%에서 2.3%로 올라갔다. 미국의 감세 등 경기부양책은 올해와 내년 세계경제를 0.75%포인트 높일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정책당국자들과 투자자들은 세계 경제가 얼마나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한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1990년 이후 세계 성장이 3.9% 나 그 이상을 이룬 것은 단 8번밖에 없었다면서 이후 동시에 경제가 호전될 때마다 갑작스런 충격이 뒤따랐다고 홍콩의 HSBC은행을 인용해 꼬집었다. 2007년 성장률 5.6%로 정점을 찍은뒤 다음해 금융위기가 뒤따랐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HSBC의 선임 경제고문인 스티븐 킹은 블룸버그에 "다수 국가가 강하게 성장하고 있을 때 세계 경제는 고금리와 금융리스크 확대로 제일로 취약한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달 발간한 50개국 연구보고서에서 세계 수요가 활발하다 1990년 신용경색에 따른 경기침체가 1994년는 성장 질주 후 채권시장 붕괴가 왔으며 1997년 붐에 이어 아시아금융위기 등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미국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Fed)와 다른 중앙은행들이 긴축정책4을 펴고 중국이 차입을 억제하며 트럼프 행정부과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볼 때 이런 활동이 고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올해 각국의 경제 성장률을 상향조정했다. 출처=OECD, 블룸버그

미국의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주요국 경제지표들은 9월 이후 대부분 예상을 조금 미치지 못하고 제조업 신뢰도 비록 높은 수준이긴 하나 최고조에 도달하고 있는 듯다하고 계산했다.

이에 따라 경기과열을 지적하는 경고음이 여러 곳에서 나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G20 정책입안자들에게 보낸 블로그 포스트에서 “세계 경제에서 태양은 여전히 빛나지만 수평선에는 구름이 많이 끼어있다”면서 “증가하는 무역 긴장과 금융 시장의 변동성 급등, 더욱더 불확실한 지정학을 고려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무역전쟁에 대한 공포가 G20 회의 의젠다 상위에 올라 있을 것이라면서 블룸버그이코노믹비스는 전면적인 무역전쟁이 벌어진다면 2020년 세계경제는 4700억달러의 비용을 치러야 할 것으로 예측했다고 전했다.

지금은 투자자들이 침착하지만 지난 1월에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중앙은행이 대응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세계 증시가 요동을 쳤다. 이후 나온 후속 통계는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고 있음에도 물가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 결과였다.

로빈 브룩스 국제금융협회(IIF) 수석 분석가는 블룸버그통신에 “미국의 경기과열은 물가급등의 형태로,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의 노무라증권의 앤드류 케이츠 이코노미스트도 "노동시장 긴축과 수요증가는 기업투자와 생산성 향상을 촉진해 세계경제 성장을 지속하게 하는 만큼 이런 사이클이 계속 발달할 충분한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골치거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의 감세와 정부지출 확대는 수요를 늘리고 이것이 Fed가 금리를 더 공격적으로 올리도록 해서 금융시장이 다시 하강하도록 할 수도 있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4.1%로 18년 사이에 가장 낮은 완전고용 상태지만 호황에 따른 기업의 채용 증가로 더 낮아질 수 있다.

 경기과열을 진정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워싱턴의 글로벌 금융자문회사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Fed는 향후 2~3년 내에 경기과열 위험을 막으려면 향후 2~3년 사이에 금리를 상당히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상 중앙은행의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도 높아져, 사람들이 대출을 받아 집을 사거나 할부로 소비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도 대출을 통해 투자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경기 과열을 진정할 수 있다.

물론 래리 커틀로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지명자는 CNBC에서 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과도하게 하지 말라”면서 “성장이 곧 인플레이션은 아니다”며 공세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반대했다.

그러나 경기과열 위험이 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는 단견이라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총선에서 포퓰리즘 정당이 승리하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협상이 계속 늘어지고 있고, 스페인의 분리독립 움직임은 계속 들끓고 있는 등 유럽의 정치적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런 이유에서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최근 1분기 유로지역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5%에서 2.5%로 낮췄다. 

세계 제2의 경제대국 중국은 최근 제13차 인민대표회의에서 무리하게 재정정책을 펴지않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지난해 3%에서 올해 2.6%로 낮추기로 한 것이다. 정부의 대출 억제로 성장률은 지난해 6.9%에서 올해 6.5%로 완만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고 대출을 늘려왔다. 

프랑스의 투자은행인 BNP파리바의 수석 시장분석가 폴 모티머 리는 이에 대해 "성장 리스크는 단기로는 균형을 잡은 것처럼 보이지만 긴축 정책과 자산 가격 조정으로 점차 하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는  좋을 것기 때문에 올해가 좋을 것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세계경제가 언제, 어떤 조건하에서 둔화될 것이냐가 문제"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