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강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무역전쟁이 본격화할 경우 달러 약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오는 21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미국은 지난 2015년까지 7년동안 ‘제로금리(0.0%~0.25%)’를 유지하다가 지난해엔 3차례 금리를 인상, 현재 1.25~1.5%까지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올해 최대 4번까지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고 전망해왔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강세가 예상되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이 무역전쟁이 발발할 경우 달러약세로 서서히 접어들 수 있을 것으로 지적했다고 미국의 경제전문 CNBC가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금리가 인상되면 달러수요가 늘어나면서 달러강세가 나타난다는게 정설이다. 그러나 무역전쟁으로 미국이 무역보복을 받을 경우 경제가 불안해지면서 달러 수요가 떨어져 달러화 가치가 서서히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즉, 올해 3~4차례 예상되는 기준 금리 인상에 의한 달러강세와 무역보복에 의한 달러약세가 서로 충돌하다가, 결국은 달러 약세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인 것.

현재 세계 각국은 미국의 세이프가드, 관세 폭탄 등에 대해 '무역보복'을 다짐하고 있다.  EU는 미국의 위스키, 청바지, 오토바이에 25% 관세를 부과할 것을 검토하고 있고 중국은 농산물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미 국채를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복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덴마크 최대은행 단스케방크(Danske Bank)의 앨런 폰 메흐렌(Allan von Mehren) 수석 애널리스트는 “미국 대두의 약 60%를 수입하고 있는 중국은 무역보복이 발생하면 브라질 등 남미에서 수입할 수도 있다”면서 “또 먼저 고려하는 사항은 아니겠지만, 엄청난 양의 미 국채를 매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 말했다고 미국 경제전문지 마켓워치(Marketwatch)가 보도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도 지난 1월 중국이 농산물 무역보복, 중국 내 미국기업 규제 강화, 위안화 평가절하, 미 국채 매각 등으로 보복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고 CNBC는 전했다.

▲ 지난 1년간 하락세를 보여온 미국 달러인덱스(U.S. Dollar Index) 추이. 달러인덱스는 미 달러의 가치를 보여준다. 출처=CNBC

달러약세가 지속되면 상대적으로 엔화가 강세를 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데이터 분석업체 엑스안트 데이타(Exante Data)의 얀스 노드빅(Jens Nordvig) 최고경영자(CEO)는 “미 연준의 금리정책으로 달러가 일시 반등할 것이지만, 이후 무역보복 등으로 관세가 오른다면 달러는 엔화에 비해 약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BK자산운용의 보리스 스크로스버그(Boris Schlossberg) 운용디럭터는 “미국의 정치적 리스크를 염려하는 투자자들에게 엔화가 안전하다”며 “아베 총리의 스캔들 때문에 (엔 투자자는) 더 안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올해 9월 연임에 실패하면 양적완화 등으로 엔화가치를 낮추는 ‘아베노믹스’가 중단될 수 있고, 따라서 엔화가치가 지금보다 상승해 달러약세-엔화강세 현상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베는 부인 아키에(昭惠)가 명예교장으로 있는 '모리토모(森友) 학원'이 국유지를 시세의 약 8분의 1 가격에 매입할 수 있도록 도왔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일본 재무성의 공문서를 조작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또 트럼프 미 대통령이 10명 넘게 핵심 인사를 교체하는 등 내각을 전면 개편하는 바람에  정치의 불안함이 달러약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트럼프는 지난 13일(현지시각) 렉스 틸러슨(Rex Tillerson) 국무장관을 통보 없이 ‘깜짝’ 경질했고, 심지어 경질 소식을 트위터에 먼저 올렸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또 트럼프는 일명 ‘경제 책사’로 불리는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의 위원장도 래리 커들로(Larry Kudlow)로 교체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무역전쟁이 달러약세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최대 증권회사 메릴린치은행(Bank of America Merrill Lynch)은 세계 66명의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미국의 무역긴장이 증시하락과 달러약세에 주는 반응을 물은 결과, 응답자중 11%만이 ‘무역전쟁이 달러약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대답했다. 반면 42%는 ‘미Fed의 금리정책이 달러를 좌우할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CNBC는 보도했다.

또 조사에 응한 펀드매니저들은 ‘미국 무역긴장의 단계적 확대가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라는 물음에는 19%만 달러가치 하락이라고 대답했다.

메릴린치 은행의 벤 랜돌(Ben Randol) 통화전략 담당은 “미국이 무역보복을 받는다면 더 나빠질 수 있고, 더 복잡한 상황도 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무역은 불분명하고 예측도 어렵기 때문에 일반화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무역전쟁이 달러화 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와 정치가 서로 ‘모순적’인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연준이 금리를 올려 달러강세를 꾀하는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전쟁으로 달러약세를 초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Fed가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인상을 서두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무역전쟁으로 달러약세가 되면 달러가치가 떨어지는 반면, 물가·유가등이 상승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어 Fed와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가 더욱 충돌한다는 분석이다.

BK자산운용의 스크로스버그 디렉터는 트럼프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극단적인 상황이 됐을 때까지 통화(通貨)의 힘을 경시하는 정치인들이 달러정책을 주도했다”면서 트럼프의 무역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