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OTT(오버더탑) 시장이 심상치않다. 넷플릭스의 존재감은 여전한 가운데 아마존 프라임비디오의 추격이 거세지고 21세기폭스를 인수한 디즈니도 전열을 정비하며 신발끈을 조이고 있다. 글로벌 OTT 시장에서의 넷플릭스 강세는 단순한 영상 스트리밍 패러다임이 아닌, 파생 플랫폼 전체를 아우르는 중이다.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넷플릭스의 인기 오리지널 콘텐츠 나르코스 포스터. 출처=넷플릭스

최강의 넷플릭스...구독형 주목하라
넷플릭스는 명실상부 글로벌 OTT 시장의 큰 손으로 성장했다. 1997년 DVD 배달에서 출발해 2007년 미국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고, 2008년 캐나다에 진출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시작했다. 2013년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했으며 2016년 1월 세계 130개 나라에 동시진출해 현재 1억1700만회원, 190개 나라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외연도 확장되고 있다. 14일(이하 현지시각) 씨넷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주간 뉴스TV쇼 제작을 고려하고 있으며, 조만간 성과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올해 콘텐츠 제작을 위해 80억달러를 준비한 상태에서 드라마와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시사 콘텐츠 제작까지 넘본다는 뜻이다.

넷플릭스의 정체성은 '폭식시청'으로 대표되는 특유의 사용자 경험, 오리지널로 대표되는 콘텐츠 경쟁력에 큐레이션 기능과 인공지능 기술력 등이 혼재되어 있다. 개인 맞춤형 콘텐츠 시장을 선도하는 한편 지역 콘텐츠를 발굴해 플랫폼을 키우는 전략도 나서고 있다.

올해 초 국내 간담회에서 나이젤 뱁티스트 디렉터는 넷플릭스의 폭식시청을 가능하게 만드는 시즌별 전체 공개를 두고 “내가 원하는 시간, 원하는 방식에 개인화된 시청자 경험을 제공하려는 뜻”이라면서 “콘텐츠를 동시에 전 세계에 출시하는 것도 넷플릭스의 중요한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롭 로이 넷플릭스 콘텐츠 수급 담당 부사장은 구체적인 콘텐츠 수급, 이와 관련된 넷플릭스의 전략을 소개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구독자들과 만나려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케이틀린 스몰우드 넷플릭스 사이언스 및 애널리틱스 담당 부사장은 넷플릭스가 자랑하는 콘텐츠 큐레이션에 대해 소개하며  “콘텐츠 큐레이션 기능의 가장 중요한 강점은 새로운 콘텐츠 발굴 가능성에 있다”면서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콘텐츠를 발견하도록 하는 것이 넷플릭스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 롭 로이 넷플릭스 콘텐츠 수급 담당 부사장이 넷플릭스의 콘텐츠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최고의 무기는 넷플릭스의 '방식'에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바로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이다. 월정액을 기반으로 구동되는 넷플릭스는 광고 마케팅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콘텐츠로 승부, 그 연장선에서 구독형 비즈니스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최근 애플이 온라인 잡지 플랫폼 텍스쳐를 인수한 것도 가짜뉴스를 걷어내고 애플뉴스 강화에 나서려는 정지작업이지만, 그 이면에는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새로운 콘텐츠 전략 수립이라는 전제도 깔려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최근 미국의 온디맨드 차량쉐어 플랫폼 리프트는 구글 알파벳 등의 지원에 힘입어 월정액을 내면 무제한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구독형이 철저한 개인화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넷플릭스가 이를 택한 것은 '신의 한 수'라는 말이 나온다. DVD 배달업 자체가 일종의 개인화 플랫폼 전략의 원형으로 해석된다. 넷플릭스가 글로벌 OTT 플랫폼 시장을 변화시킨 것은 스트리밍 동영상 콘텐츠를 중심에 둔 다양한 전략이 일등공신이지만, 구독형 비즈니스의 매력이 개인화 플랫폼 전략과 연결된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 밥 아이거 디즈니 CEO. 출처=픽사베이

경쟁자 꿈틀...넷플릭스 아성 넘보나
넷플릭스가 글로벌 OTT 시장을 호령하고 있지만 경쟁자도 만만치않다. 로이터는 15일 아마존이 운영하는 스트리밍 플랫폼인 프라임 비디오 가입자가 미국 내 시청자 기준 2600만명을 넘겼다고 보도했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강화와 큐레이션 기능을 통해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넷플릭스를 추격하는 셈이다.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가 이커머스 플랫폼과 연계되는 점은 넷플릭스가 가지지 못한 장점이다. 프라임 비디오 가입자 중 약 500만명이 아마존의 이커머스 패키지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으로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인공지능과 스마트홈, 사물인터넷 전반에 강력한 시장 장악력을 가진 업체다.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플랫폼을 중심에 두고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을 가동하는데 그쳤다면, 아마존은 스트리밍 플랫폼과 구독형 비즈니스를 넘어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연계를 성공시키고 있다.

지난해 12월 21세기폭스 영화부문을 인수한 디즈니도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미국 CNBC는 14일 디즈니가 소비자 직접 제공(direct-to-consumer) 및 인터내셔널이라는 새로운 사업부분을 구성하고 스트리밍 플랫폼 강화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콘텐츠 스트리밍을 총괄하는 한편 플랫폼 운영도 맡는다는 설명이다.

디즈니는 21세기폭스 영화부문을 인수하며 훌루의 지분도 추가 확보했다. 인도 미디어 스타트업인 인디아까지 합병한 후 스트리밍 플랫폼 전략 전체를 가다듬는 분위기다. 지난해 8월 글로벌 스트리밍 기술 업체인 BAM테크를 인수한 디즈니가 기술기반 플랫폼을 중심으로 미디어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는 뜻이다.

디즈니의 최대 강점은 역시 콘텐츠다. 넷플릭스와 콘텐츠 제휴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디즈니는 이미 확보한 지식재산권 경쟁력을 자신들이 구축한 플랫폼으로 녹여내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 비중이 '의외로' 낮은 넷플릭스와 한판대결을 펼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