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미국이 '대만여행법'과 관세폭탄 등으로 중국에게 ‘돌직구’를 던지는 반면 중국은 미 국채와 사모펀드 지분 매각 등의 ‘변화구’로 응수, 2018년 세계 2강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을 정면에서 압박했다. 미국은  세이프가드, 관세폭탄 등의 조처 이후에도 중국의 가전제품, IT장비 등에 최대 600억달러의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중국에게 대미 무역흑자를 1000억달러 줄이라고 공식 전달하는 등 통상압력을 멈추지 않았다.

급기야 미국은 지난 15일(현지시각) ‘대만여행법’에 최종 서명했다. ‘대만여행법’은 미국과 대만 공직자들의 교류를 허가하는 법안으로, 미국이 대만을 중국의 일부가 아닌 하나의 독립국으로 인정하는 상징성이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979년 대만과의 공식 외교관계를 단절, 중국 지도부가 유지해온 `하나의 중국`원칙을 인정해왔다. 이날 `대만여행법'이 통과된 것은 미-중 갈등이 이전과는 다른 차원으로 넘어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대만, 홍콩, 마카오 등과는 분리되지 않고, 자신들만이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One China)’ 원칙을 유지했다. 중국은 지난 15일 폐막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 대만의 독립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결의한 바 있다.

중국은 미국의 통상압박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만여행법’으로 중국이 마침내 강경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 국채 매각 등으로 미국의 통상압박에 대응할지도 모른다는 예측을 내놨다.

덴마크 최대은행 단스케방크(Danske Bank)의 앨런 폰 메흐렌(Allan von Mehren)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무역보복으로 엄청난 양의 미 국채를 매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 말했다.

비자이 파텔(Viraj Patel) ING증권 애널리스트도 “중국이 미 국채 매입을 줄이는 식으로 간접보복을 할 수 있다”고 미국 경제전문지 마켓워치(Marketwatch)가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이 실제로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중국이 그동안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처럼 미국을 간접 압박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 1월 미국 국채 보유액은 단기·중기·장기 모두 포함해 전월 대비 167억달러 감소한 1조1682억달러로,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국의 미 국채 보유량이 같은 기간 245억달러 감소한 가운데, 중국 매각 비중이 약 70%를 차지한 셈이다. 반면 미 국채 2위 보유국인 일본은 같은 기간 미 국채를 43억달러 매입해 중국과 대비를 이뤘다.

중국이 미 국채 보유량을 줄이면, 국채 가격은 크게 영향을 받게된다.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은 외국인 보유량(지난 1월 기준 6조2604억달러)의 약 19%를 차지하고 있다. 2위인 일본보다 1024억달러 많고, 3위인 아일랜드보다 무려 8407억달러 많다.

국채 가격이 하락하면 국채 금리는 상승한다. 미 트럼프 대통령이 1조5000억달러의 인프라 투자계획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국채를 새로 발행해야 하는데,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발행비용이 높아지므로 미국의 재정적자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21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국채금리 상승분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2월 약 2.94%를 기록하며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대 4%까지도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고 미국의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보도했다.

 

게다가 중국 국부펀드 ‘중국투자공사(CIC)’가 미국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Blackstone)’의 지분을 11년만에 전량 매각했다는 내용이 지난 13일(현지시각)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을 탔다. 중국이 우회적으로 보복하고 있었다는 분석은 더욱 신빙성을 얻고 있다. 

CIC는 지난 2007년 블랙스톤이 상장하기 직전에 지분을 9.9% 매입했고, 이후 12.5%까지 늘렸다. CIC가 당시 안전자산이 아닌 사모펀드에 투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조처로, 당시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중국은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시도했던 방법을 반대로 적용해 미-중 관계악화에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