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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룡의 본질을 꿰뚫는 마케팅] 관점을 바꾸면 문제의 본질이 보인다

얼마 전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스타트업 관계자 몇 명을 만났다. 그들이 사업을 고민하면서 그동안 사업 아이템에 대해 얼마나 깊이 생각했는지 경청했지만 안타깝게도 필자는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다. 문제의 본질에 대한 생각의 차이다. 사업 아이템을 고민할 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경우에 따라 다양한 접근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핵심은 고객의 고충 혹은 불편한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다. 그런데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창업가 혹은 예비창업가들은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 나머지, 고객의 문제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자의 관점이 아닌 고객의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면 해결해야 할 본질이 쉽게 보인다.

고객은 집에서 영양이 풍부하고 맛있는 식사를 하고 싶다. 1인 가구든 결혼을 했든 다르지 않다. 사회활동으로 바쁜 현대인들에게 집에서 요리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식재료를 구입하고 다듬고 조리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기에는 현실이 고단하다. 이런 요구를 대변하는 시장이 바로 가정간편식 시장이다. 이미 오래 전에 식품회사들이 이 시장에 진출했고 현재 3조원대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만약 이 시장에 후발자로, 스타트업으로, 그것도 굴 양식업자가 뛰어든다면 먼저 어떤 고민을 해야 할까? 굴 양식업자 입장에서는 생물인 굴의 유통과정에서 오는 수요와 공급 불일치의 고충이 크다. 그러나 고객 입장에서는 이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고객은 식재료로써 굴이 지닌 영양을 섭취하고 싶지만 조리하는 과정의 불편함 때문에 선뜻 굴을 선택하지 못한다. 석류에 항산화물질이 많다는 것을 알지만 고객이 직접 섭취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껍질이 있는 사과나 귤과 비교하면 고객은 석류를 먹고 싶어도 껍질을 까서 먹기가 힘들다. 이 문제를 해결한 제품이 100% 석류주스다. ‘폼원더풀’은 바로 석류를 까서 먹는 불편을 주스로 제공해 고객의 고충을 해결해주었다. 집에서 편하게 조리하는 굴 제품으로 제안한다면 고객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화장품이 K-뷰티로 각광받고 있다. 부산 기반의 자연주의 화장품을 콘셉트로 하는 스타트업 역시 이 시장에 관심이 크다. 시장 확대를 하고자 고민이 많다고 한다. 화장품과 자연, 그리고 부산이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사업을 하는 데 원산지의 이미지와 사업의 이미지가 잘 맞는다면 훨씬 힘을 들이지 않고도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 특히 지역의 특징적인 산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경우라면 매우 중요한 문제다. 국내 생수 1위 브랜드인 ‘삼다수’는 제주의 청정 자원을 기반으로 했다. 제주는 생물 자원의 보고다. 자연스럽게 자연을 테마로 하는 브랜드가 제주와 잘 맞기 때문에 원산지 이미지의 덕을 볼 수 있다. 과연 부산은 자연주의 화장품과 잘 맞을까? 필자와 상담한 화장품 회사는 부산 지역의 지원을 받고 있기에 부산을 떠날 수 없다고 했다. 고객 관점이 아니라 사업자 관점에서 시장을 보고 있는 것이다. 고객이 자연주의 화장품에 그것도 생물에서 원료를 채취해 특화된 제품을 기대한다면 원산지 이미지를 가질 수 있는 지역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제천에서 큰 화재가 났다. 화재의 규모는 크지 않았으나 인명피해가 컸기에 유사 화재에 대한 두려움이 많아졌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방관이 직접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인 경우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방법으로 드론을 생각한 개발자가 있었다. 수년간 드론 관련 기술개발에 몰두해 소화액을 직접 투하해 화재를 진압하는 드론 기술로 특허를 받았다고 했다. 개발자나 엔지니어 관점에서는 기술이 중요하다. 개발자는 그동안 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겪었던 자신의 고통과 기술이 우수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투자자나 지원기관이나 실제 고객이 될 소방서의 구매담당자는 실상 기술이나 개발자의 고통에 대해 관심이 없다. 이들은 기술자가 아니다. 익히 잘 알고 있다시피 애플은 ‘아이팟’을 MP3 기술이 아니라 바지 주머니 속에 쏙 들어가는 편리성을, ‘맥북에어’를 노트북 기술이 아니라 대봉투에 들어갈 정도의 크기와 무게로 이동성을 강조해 고객들이 그동안 표현하기 어려웠던 고충을 해결해 주었다. 만약 화재진압용 드론을 소개한다면 실제 화재진압에 성공했거나, 실험 결과가 있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러한 과정에서 고객에게 어떤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지, 고객의 어떤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지 설명하는 내용이 사업계획서의 핵심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다시 사업 아이템에 대해 생각해보자. 우리 제품이 과연 고객의 어떤 고충을 해결하고자 했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지, 그리고 제품의 핵심가치를 어떻게 고객에게 제안할 것인가에 대해 고객관점에서 다시 고민해 봐야 한다. 구매 결정은 기술이 수준 이상이 되고 실제 원하는 결과가 확인될 때 이루어진다. 고객 관점에서 문제의 본질은 그동안 받았던 고통을 이 제품으로 해소할 수 있는가다.

구자룡 (주)밸류바인 대표, 경영학박사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8.03.23  08: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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