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Future of Life Institut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엘런 머스크는 최근 미국 남서부 종합음악축제(South by southwest Festival, SXSW)에서 참석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요즘 밤에도 잠을 못 이룰 만큼 걱정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인공 지능으로 인한 종말론적인 미래이고 또 하나는 모델 3의 생산 지연입니다.”

머스크가 테슬라에 대해 걱정하는 데에는 그 만한 이유가 있다. 이 회사는 지금 창사 이래 가장 중요한 단계에 직면해 있다. 테슬라가 ‘모델 3’의 생산을 늘릴 수 있느냐 아니면 심각한 재정적 결과에 직면하느냐 하는 성패의 기로에 서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테슬라는 오는 4월에는 ‘모델 3’를 주 당 5000대를 생산한다는 야심 찬 목표를 2분기에는 달성할 수 있는지 여부를 밝혀야 한다. 이 목표는 이미 두 번이나 지연됐다. ‘모델 3’는 그 동안 테슬라가 생산했던 고가 모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된 테슬라 전기 자동차의 주력 품목이며 회사의 본격적 매출을 확대하려는 머스크의 핵심 전략이다.

6월 말까지 주당 5000대의 생산 목표 달성은 회사가 추가 자금을 들이지 않고도 운영을 유지할 수 있는 현금을 창출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테슬라는 작년에 분기당 평균 10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는 주로 ‘모델 3’의 생산을 가동하기 위한 막대한 투자 때문이었다. 결국 테슬라는 지난 해 말에 34억 달러의 현금을 조달했지만, 현재의 상황이라면 추가로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하거나 생산을 늘릴 수 없다면 올해 말에는 이 현금도 다 없어 질 것임을 의미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의 콜린 랑건 어낼리스트는 테슬라가 분기 변곡점인 주당 5000대에 도달하지 못하면 계속해서 현금을 소모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래야만이 단기적 운영 자금 10억달러를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테슬라가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면 부채 또는 주식 시장에서 또 추가 자금을 모아야 하는 더 큰 압력에 부딪힐 것이다. 이 경우 투자자들이 자신감을 잃으면 상황은 어려워 질 수 있다. 테슬라는 아직 사용하지 않은(앞으로 쓸 수 있는) 은행 융자와 자금이 20억 달러에 이른다고 말하지만, 자본의 일부는 특정 사용 조건에 국한되어 있다. 테슬라가 직면한 또 하나의 문제는 기존 100억 달러에 달하는 채무로 인해 발생하는 높은 이자 지불과 생산 확대와 관련된 비용 증가 부문이다.

글로벌 자산관리 회사 번스타인(Bernstein)의 토니 사코나히 애널리스트는 테슬라가 2010년 상장이후 무려 100억 달러(10조 7천억원)의 현금을 소비했는데, 이는 테슬라 정도 규모의 상장 회사로는 비정상적으로 많은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테슬라의 시가 총액은 약 570억 달러다.

바클레이의 브라이언 존슨 애널리스트는 테슬라가 일반 자동차 회사처럼 주당 5000대, 즉 연간 25만 대의 ‘모델 3’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3분기에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머스크는 SXSW에서 ‘모델 3’ 생산에 "진전을 이루고있다"고 말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테슬라가 이런 문제에 시달리기 전에 몇 명의 재무 담당 임원이 회사를 떠났다. 최근에 테슬라의 회계 최고책임자(CAO)와 회계 담당자가 회사를 떠났고, 앞서 지난 달에는 영업담당 임원이, 지난 해에는 재무담당임원이 사임했다.

그러나 회사측은 지난 해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다시 복귀한 디팍 아후자에 대해 언급하기를 거부했다.

▲ 출처= 테슬라

머스크는 회사가 어렵다는 사실을 거듭 부인했다. 그는 SXSW에서 지난 2008년 회사가 자금이 풍부했을 때에도 거의 파산 지경에 이르렀던 점을 상기했다. 많은 투자자들이 수년 동안 주식을 공매도했지만(가격 하락을 예상해 주식이나 채권을 빌려 매도하는 것), 테슬라는 환경 운동가들의 예상을 뛰어 넘어, 열렬 애호가들이 많은 고급 전기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테슬라는 더 이상 스타트업이 아니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제조업체와 경쟁하는 종업원 3만 8000명의 대기업이다. 머스크는 영업 이익을 추구하는 대신 전기 세단 주력 제품(모델 3)을 만드는 꿈을 좇으면서 빚을 쌓았다. 그는 올해, 지난해 총생산량의 5배나 되는 50만 대의 차량을 생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장애물들이 생기면서 테슬라의 주식을 계속 압박했다. 테슬라의 주가는 2017년 초에 급상승해 GM과 대등한 시장 가치를 누렸지만 이후 계속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9개월 전 ‘모델 3’ 생산을 시작한 이후 오히려 약 14% 하락했다.

투자 회사 와이스 해링턴 어소시에이트(Weiss, Harrington & Associates LLC)의 연구 부문 자회사 유닛 이코노믹스(Unit Economics)의 나단 와이스 대표는 "일부 큰 투자자들은 인내심을 잃고 있다. 그들은 1년 전만큼 흥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테슬라의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해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또 일부 투자자들은, 1960년대 후반 뉴욕대학교의 에드워드 알트만 교수가 개발한 ‘알트만 Z 스코어’(Altman Z Score) 같은, 회사의 파산 가능성을 나타내는 가늠자로 여겨지는 신용도 지표를 지켜보고 있다.

Z 스코어 공식에 따르면, 주가, 운전 자본, 이익 잉여금 및 기타 항목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볼 때, 테슬라는 2014년 이후 분기별 가장 낮은 점수인 1.26을 기록했다. 이 점수가 1.8 이하인 회사들은 많은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고민거리로 간주되며, 1.0 이하이면 2년 이내에 파산 가능성이 있음을 나타낸다.

가장 최근에 발행된 주주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테슬라의 10대 주주 중 3명은 최근 이 회사의 지분을 매각했다. 약 10%의 지분을 갖고 있어 머스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테슬라 주주인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Fidelity Investments)는 2017년 3분기에 보유 주식의 3분의 1을 매각했다.

그러나 테슬라의 주식을 사들이는 주주도 있다. 티로프라이스 그룹(T. Rowe Price Group)은 지난 4분기에 지분을 두 배 이상 늘려 테슬라 4대 주주가 됐다.

테슬라에 대한 우려는 지난 14일 테슬라가 결함이 많은 부품을 생산했고, 재작업 때문에 '모델3'의 생산이 지연됐다는 테슬라 엔지니어의 말이 보도되면서 더욱 불거졌다.

CNBC는 테슬라의 한 엔지니어의 말을 인용해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에서 제작되거나 수령한 부품의 40%가 결함 때문에 재작업을 해야 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모델 3’ 생산이 지연되었다는 것이다.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의 또 다른 직원도 결함 비율이 너무 높아서 생산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고, 이 때문에 직원들의 사기도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가 재작업을 위해 프리몬트 공장에 기술자팀을 파견하고, 50마일 떨어진 라스롭의 재생산 시설(remanufacturing facility)로 부품을 보내야 했다는 보도가 이어졌지만, 테슬라는 CNBC의 이런 보도를 단호히 부인하면서 회사의 재생산팀은 차량 재작업에 투입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성명을 통해 과거에는 '모델 X'와 '모델 S' 차량을 대량 생산하는데 초과근무가 필요했지만, 현재는 공장 생산효율 개선으로 노동시간이 줄었다고 밝혔다. 또 재생산에 참여하는 직원들의 숫자도 전체 4만명의 직원 중 0.1%에 해당하는 40명만이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아직까지 ‘모델 3’를 주문한 4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차량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