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이트 골드 데이토나 Ref. 6265. 출처=필립스

[이코노믹리뷰=김수진 기자] 지난해 필립스 경매에서 폴 뉴먼 데이토나가 약 200억원에 낙찰됐다. 그 여파로 빈티지 시계 시장에서 롤렉스 데이토나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여세를 몰아 세계 3대 경매 회사 필립스가 매력적인 데이토나 경매를 연다. 오는 5월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데이토나 얼티메이텀(The Daytona Ultimatum)’ 경매가 그것인데, 각종 희귀한 데이토나가 출품돼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중 가장 주목할 만한 시계는 화이트 골드 케이스를 장착한 데이토나 Ref. 6265다. 예상 경매가가 무려 33억원을 웃도는 이 시계의 정체는 무엇일까?

8년 전 시계 수집가 존 골드버거(John Goldberger)는 독특한 데이토나를 발견했다. 레퍼런스 넘버 6265 모델이었는데 시계를 집어 든 순간 그는 이 시계가 매우 특별한 롤렉스임을 직감했다. 시계는 묵직했다. 스테인리스 스틸이 아니었다. 화이트 골드 모델이었다. 존은 평생 별별 데이토나를 사고팔아봤지만 화이트 골드 케이스의 롤렉스 데이토나 Ref. 6265를 발견한 건 처음이었다.

1963년 출시된 롤렉스 데이토나는 견고한 크로노그래프 시계로 대부분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졌다. 1970년대엔 보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18K 옐로 골드 버전과 오직 미국 시장만을 위해 제작했던 14K 옐로 골드 모델이 있긴 했지만 화이트 골드 데이토나 Ref. 6265는 지금껏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런데 여기, 지금 우리 눈앞에 18K 화이트 골드로 만든 롤렉스 데이토나 Ref. 6265가 있다. 1970년에 제작돼 1971년 독일 소매상에게 팔린 화이트 골드 데이토나 Ref. 6265는 당시 롤렉스 VVIP의 특별 주문으로 제작됐을 거라 추측된다. 스테인리스 스틸과 옐로 골드로만 데이토나 Ref. 6265를 만들던 롤렉스의 운영 방침을 거스를 정도면 아마도 영향력이 엄청난 사람이었을 것이다.

 

▲ 러그 안쪽에 'REGISTERED DESIGN, 6265'가 새겨져 있다. 출처=필립스

화이트 골드 데이토나 Ref. 6265가 경매에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다. 시계의 면면을 살펴보면, 화이트 골드 케이스와 같은 소재의 인덱스, 블랙 & 화이트 대비가 돋보이는 다이얼이 특징이다. 러그 안쪽엔 레퍼런스 넘버가 꽤 선명히 새겨져 있다. 나무껍질을 연상케 하는 화이트 골드 브레이슬릿은 존 골드버거가 매치한 것이다. 롤렉스 오이스터 데이트 1507에서 차용했다. 비교할 수 있는 모델이 없어 1970년 당시 화이트 골드 데이토나 Ref. 6265에 어떤 스트랩이 제공됐는지 알 수 없지만 존이 매치한 브레이슬릿도 꽤 잘 어울린다. 예리한 시계 애호가라면 눈치챘겠지만 2시, 4시 방향에 장착된 화이트 골드 소재 푸시 버튼과 달리 3시 방향 크라운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졌다.

 

▲ 솔리드 백 케이스를 열면 매뉴얼 와인딩 무브먼트가 드러난다. 출처=필립스

사실 화이트 골드 데이토나 Ref. 6265가 대중에게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존 골드버거는 뉴욕 시계 전문 웹진 호딩키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소장 시계 중 하나인 화이트 골드 데이토나 Ref. 6265를 보여준 적이 있다. 인터뷰 당시 그는 이 시계를 절대 팔지 않을 거라 했지만, 어느 날 아침 생각이 바뀌었다. 자신에게 큰 기쁨인 이 시계가 세상에 나가면 훨씬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겠다는 깨달음이 뇌리를 스친 것이다. 그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시계를 경매에 내놓기로 결심했고 경매 수익금 전액은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사용된다. 앞서 말했지만 화이트 골드 데이토나 Ref. 6265의 예상 경매가는 33억원이다. 그러나 200억원에 낙찰된 폴 뉴먼 데이토나의 예상 경매가가 11억원이었던 걸 생각하면 화이트 골드 데이토나 Ref. 6265도 예상 경매가를 훨씬 웃도는 금액에 낙찰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수익금이 좋은 일에 쓰인다니 사람들의 마음이 더 후해지지 않을까? 제2의 폴 뉴먼 데이토나가 탄생할 것을 조심스레 예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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