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는 한성숙 대표 체제로 들어서며 스몰 비즈니스를 통한 생태계 전략을 구사했다. 두 가지 포석이 깔려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스몰 비즈니스는 상생을 무기로 소상공인과 함께 플랫폼에 쏟아지는 일각의 비판을 걷어내는 한편, 네이버 자체 생태계의 풍성한 볼륨을 끌어낼 수 있다.

다만 소상공인과의 기계적인 연합을 통해 네이버 본연의 플랫폼 경쟁력만 강조한다면, 파급력이나 생태계 구축 측면에서 2% 부족할 수밖에 없다. 네이버는 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인공지능을 비롯한 ICT 기술을 전면에 걸었다.

▲ 한성숙 대표가 인공지능을 통한 소상공인 상생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네이버

네이버의 선물

지난 2월 열린 네이버 커넥트 데이에서 발표된 다양한 소상공인 협력방안은 사실상 ‘ICT 기술로 소상공인의 사업을 돕는다’로 요약될 수 있다. 이 자리에서 한성숙 대표는 “기술로 스몰비즈니스와 창작자가 성공하는 것을 돕는 ‘프로젝트 꽃’과 ‘기술플랫폼’이 네이버의 지향점”이라면서 스몰 비즈니스와 창작자와의 약속을 실행해나가는 네이버의 의지를 강조했다.

지난해 성과로는 스토어팜의 기능을 대폭 강화한 후 리브랜딩한 스마트스토어를 비롯해 증강현실(AR)과 360도 파노라마 기술을 접목한 웹툰 ‘마주쳤다’의 창작 기술, 빅데이터를 사업자를 위한 분석 툴로 바꿔낸 비즈어드바이저와 볼륨 노멀라이저 등이 소개됐다. 올해는 판매자가 올린 상품 이미지의 적절성을 판단하고 태그까지 추천하는 이미지 분석 기술과 코디 콘텐츠를 자동 생성하는 딥러닝 분석 기술, 연관상품 추천 기술, 음성기반 간편결제 기술 등이 주인공이다.

▲ 한성숙 대표가 인공지능을 통한 소상공인 상생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네이버

최인혁 네이버 비즈니스 총괄은 인공지능 기술력으로 소상공인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이미지 분석 기술을 활용해 상품 등록할 경우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추천 태그를 제안하고 코디 연관 상품 및 함께 구매할 상품도 자동으로 추천, 생성하는 기능이다. 스토어에 방문하는 사용자 분석을 통해 사용자 클릭이 많은 영역에서는 상품 노출 개수를 늘리고, 적은 영역에서는 마케팅 배너를 제외하는 등의 사이트 노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검색 결과 노출을 늘릴 수 있도록 상품의 소재 및 색상 등과 같은 상품의 속성을 입력할 수 있는 툴도 제공한다. 단골관리를 위한 다양한 정책도 추진하며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한 판매 전략도 가다듬는다.

앞으로 사용자 의견을 파악하고 판매에 반영할 수 있도록 텍스트 분석기술을 통해 사용자 리뷰의 키워드를 자동 추출해 리뷰를 Good/Bad로 자동 분류함은 물론, 사이즈, 착용감 등의 주요 주제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응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분석 기능도 제공할 예정이다. 판매자 경험의 고도화로 보인다.

▲ 네이버의 자동추천태그 제안 기술이 가동되고 있다. 출처=네이버

김유원 리더는 데이터 활용이라는 선물을 준비했다. 상품을 구매한 고객의 성별, 나이대와 같은 기본 정보는 물론 네이버의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추정된 값인 고객의 결혼유무, 가구인원, 직업, 자녀의 나이 등 고객의 라이프 스테이지 정보까지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구매 패턴을 예측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큐레이션 서비스다. 인공지능이 네이버 플랫폼에서 발생한 광고비 대비 매출액(ROAS: Return On Ad Spend)을 분석해 최적의 광고를 집행하도록 지원하는 기능도 추가된다.

네이버의 소상공인 판매지원 전략이 단순한 판매부터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까지 진출하는 순간이다.

김 리더는 “네이버가 갖고 있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모두 제공해 스몰비즈니스들이 작지만 강한 비즈니스로 성장하도록 최대한 지원할 것” 이라면서 “이를 위해 ‘Biz Advisor’가 단순한 어낼리틱스 툴을 넘어 이름 그대로 판매자를 위한 ‘어드바이저’가 될 수 있도록 기능들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로컬 스몰비즈니스의 온오프라인 창업 인큐베이터로 진화하고 있는 파트너스퀘어의 등장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네이버 파트너스퀘어는 누적 27만명의 스몰비즈니스와 창작자를 대상으로 교육프로그램과 인프라를 지원하며,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창업과 성장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왔다. 앞으로 지역별 특화된 업종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지역에서 활동하는 로컬 스몰비즈니스들이 온라인 창업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비즈니스 창업과 성장 경험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맞춤 교육프로그램, 멘토링 등을 강화할 예정이다.

네이버 창업성장지원TF의 추영민 리더는 “온라인을 통해서는 인공지능을 접목한 진화된 기술플랫폼을 기반으로 스몰비즈니스와 창작자를 돕는다면, 오프라인에서는 전국 4곳의 파트너스퀘어가 스몰비즈니스와 창작자의 성장 거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부산 파트너스퀘어 전경. 출처=네이버

상생에 ICT가 연결되는 순간

네이버의 스몰 비즈니스는 시장의 판을 흔드는 최고의 카드다. 네이버 플랫폼의 강점을 이해하고,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기 위해 진입하는 소상공인에게는 최소한의 성공 가능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100% 성공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네이버가 상품 아이템이나 판매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최대한 돕고 있으며, 이는 소상공인에게 강력한 무기가 된다.

소상공인에 대한 네이버의 지원은 두 번째 단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첫 단계는 말 그대로 플랫폼 경쟁력으로 돕는 방식이다. 스몰 비즈니스 초기로 볼 수 있는 첫 단계는 오로지 네이버라는 플랫폼 파괴력만 믿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두 번째 단계는 인공지능을 비롯한 ICT 기술의 도입으로 운용의 수준이 달라졌다. 인공지능을 통한 검색, 상품 추천, 빅데이터를 통한 마케팅 전략 수립까지 ‘꼼꼼한 전략’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강력한 플랫폼은 물론, 기술기반 플랫폼 회사를 지향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네이버의 기술력이 플랫폼과 만나 생태계의 구심력을 책임지고 이를 중심으로 폭발력이 일어나는 선순환이다. 다양한 객체들이 모이면 영향력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네이버의 스몰 비즈니스가 인공지능을 비롯한 ICT 기술과 만나는 장면이 의미 있는 이유다. 상생은 이제 과학이며,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