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통신3사의 정기 주주총회(주총) 시즌이 예정된 가운데, 각 통신사의 미래 먹을거리 제시와 분위기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주총은 지난 1년간 경영활동을 평가받는 한편 미래 먹거리 비전을 제시하고 올해 사업의 큰 그림을 주주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중요한 자리다. 올해 통신3사 주총은 5G 개발부터 CEO(최고경영자)와 관련된 논란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올 전망이다.

가장 먼저 주총을 여는 곳은 16일 LG유플러스다. 대체로 무난한 주총이 점쳐진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스마트홈 가입자 100만명 돌파, 사물인터넷 사업 진출 등 주주와의 약속을 대부분 지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매출 12조2794억원, 영업이익 8263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려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주당 400원을 배당할 예정이며 이사 보수한도는 전년과 동일한 50억원이다.

주총 목적사업에 드론과 관련된 사업을 추가한 점이 눈길을 끈다. 드론의 구입과 제조, 판매 및 대여업, 정비, 수리 또는 개조 서비스를 비롯해 무인비행장치사업 등을 정관에 추가한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자신감을 바탕으로 거침없이 신사업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최성준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과 통화한 후 법인 단말기 불법 보조금 조사를 늦추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등 도덕성과 관련된 일부 주주의 문제제기가 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SK텔레콤은 21일 주총을 연다. SK그룹이 전자투표제를 채택함에 따라 통신3사 중 유일하게 전자투표제로 주총을 치른다. SK텔레콤의 지난해 매출은 17조5200억원, 영업이익은 1조5366억원이다. 1위 사업자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기 때문에 무난한 주총이 예상된다.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부여 승인이 눈길을 끈다. 이상호 서비스플랫폼사업부장에게 총 5707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할 예정이다. SK텔레콤 조직개편 사업부장으로 올라선 이 사업부장을 독려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인공지능을 중심에 두고 SK텔레콤의 전략을 짜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설립에 대한 ‘힌트가 나올 것인가’도 관건이다. SK텔레콤을 쪼개어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나누는 것이 골자며, 박정호 사장은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나눠진 투자회사를 SK(주)와 합병시켜 SK(주)가 SK하이닉스까지 자회사로 품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보안회사 ADT캡스 인수 시도에 대한 주주들의 질문에도 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KT 주총은 23일 열리는 가운데, 벌써부터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정관변경을 통해 이사회 권한 강화와 사업확대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특히 이사히 권한 강화에 회장 추천 권한을 CEO추천위원회가 아닌, 이사회가 맡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KT는 부정하고 있지만 KT의 회장은 항상 정권의 입맛에 따라 부침이 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CEO추천위원회의 회장 추천 권한을 이사회가 가져온다면 KT는 지배구조체제 측면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셈이다. 그러나 KT 새노조 등은 CEO추천위원회의 권한이 이사회에 넘어가는 것 이상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이사회와 CEO의 유착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주총에서 사측과 한 판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다.

최근 불거진 황창규 회장의 불법 정치자금 논란도 주총에서 이야기 될 가능성이 높다. 경찰은 KT가 황 회장의 국회 국정감사 출석을 회피하기 위해 소위 ‘상품권 깡’으로 일부 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의심하는 중이다. 이와 관련해 KT본사와 KT커머스는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경찰은 4월까지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KT가 주총에서 스마트에너지와 미디어를 각각 전기안전관리대행업(종합건설)과 전문디자인업으로 목적사업에 추가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스마트에너지와 미디어는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한 황 회장이 5대 성장 플랫폼으로 지목한 것 중 현재 성과가 나고있는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