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 리프레시> 사티아 나델라 지음, 최윤희 옮김, 흐름출판.

펩시코의 핵심경쟁력은 무엇인가. 1990년대 중반 펩시코의 구조조정을 맡았던 인드라 누이(현 펩시코 회장, 2018년 10월 CEO 사임)는 펩시코의 본질을 ‘음료 생산’이라고 판단했다. 이 본질에 부합되지 않는 사업부문은 정리하기로 결심했다. 예를 들어, 타코벨·피자헛·KFC 등 외식업의 핵심은 '고객응대'이므로 제조업체 펩시코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1997년 모두 매각했다.

이어 인드라 누이는 본질을 확대하는 전략을 세웠다. 그는 “아침에 깨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마실 수 있는 모든 음료를 팔겠다”는 전략하에 주스업체 트로피카(Tropicana)를 인수했고, 이온음료 ‘게토레이’ 제조업체인 퀘이커오츠(Quaker Oats)를 사들였다. 안드라 누이의 펩시코는 2001년 마침내 시가총액에서 코카콜라를 앞지르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레고의 본질은 무엇인가. 레고는 1990년대말 레고블록의 특허권이 만료되고 닌텐도 등 전자장난감이 세계를 휩쓸면서 몰락 위기를 맞았다. 외부 혁신전문가들의 조언은 오히려 독이 되었다. 이어 등장한 구조조정 책임자 예르겐 비그 크누스토르프는 '본질' 파악부터 했다. 그는 레고의 핵심경쟁력은 무엇인지, 레고회사가 사라졌을 때 사람들이 무엇을 가장 아쉬워 할지 생각해봤다. 당연히 레고 '블록'이었다.

그는 나아갈 방향이 결정된 뒤 레고그룹 전체 임직원에게 “회사가 공유해야 하는 정체성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정답은 목수 출신의 창업주 크리스티얀센의 신조인 “최고만이 최선”이었다. 당시 레고는 전자장난감·레고를 이용한 교육사업 등 다양한 부문에 진출하면서 ‘완벽성’은 한켠에 미뤄두고 있었다. 완벽을 추구하다간 디자인 작업이 힘들어지고 개발 절차도 늘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레고의 부활은 회사의 본질을 되찾고 외면받던 창업주의 철학을 모토로 되살리면서 가능했다.

사티아 나델라 역시 비슷한 고민을 했다. 2010년대 들어 MS는 최대의 암흑기를 맞고 있었다. MS의 주력사업 컴퓨터 운영체제(OS)가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모바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PC 시장은 급격히 위축됐다.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이 석권했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장악했다. MS가 최초로 개발한 태블릿도 애플과 삼성에 밀려난 상태였다. 한때 700조원이 넘었던 MS의 시가총액은 2010년 250조원까지 급감했다.

2014년초 MS의 CEO로 취임한 사티아 나델라는 MS의 본질이 ‘윈도’라는 운영체제 사업이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MS초기의 비전에 있다고 봤다. 그가 정의하는 MS의 핵심경쟁력은 “세상의 변화를 위해 플랫폼과 생산성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는 이 최초의 목표로 되돌아가는 데 방해가 되는 모든 장벽을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나델라는 먼저 MS의 독점과 권위의식을 벗어 던졌다. 제로섬 게임 논리에 갇히지 않고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자 경계 없는 파트너십을 추구했다. 초대 CEO 빌 게이츠와 2대 CEO 스티브 발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사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려 했던 것으로 악명 높았다.

하지만 나델라는 취임 직후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용 MS 오피스 앱을 발표했고, 2016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는 리눅스를 사랑합니다(Microsoft Love Linux)”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MS의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모든 리눅스와 오픈소스를 지원했다.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폐쇄적으로 운영되던 MS가 개방과 연결의 기치를 내세우면서 나델라의 비전인 ‘모바일 퍼스트(우선), 클라우드 퍼스트!’는 현실로 다가올 수 있었다. MS는 단기간 내에 '모바일 클라우드' 기업으로 변신했다.

이어 나델라는 MS의 모든 구성원에게 물었다. 질문 내용은 비용절감책이나 매출확대 방안이 아니라 “MS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업의 구성원은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였다.

그는 이런 화두를 통해 MS 내부의 관료화된 조직문화의 틀을 깨고 관성에 물들고 패배주의에 빠진 구성원들을 변화시키고자 했다. 나델라는 ‘공감(Empathy)’이라는 가치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술을 연결함으로써 모두가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게 된다면, MS가 다시 열정과 새로움으로 춤출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의 판단은 옳았다.

사티아 나델라가 취임한 2014년 이후 MS의 주가는 60% 이상 상승했다. 2018년 1분기 시가총액은 7300억달러를 돌파했다. MS는 인프라, 플랫폼, 소프트웨어 등 모든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합 집계한 부문에서 세계 1위에 등극했고, 향후 2년 내 MS의 시가총액이 1조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컴퓨터 화면에 네이버를 띄운 뒤 F5 버튼을 눌러보라. 플랫폼인 웹사이트는 그대로 남지만 그 안의 콘텐츠는 새 것으로 바뀐다. F5는 새로고침, 리프레시(Refresh) 기능이다. 정체나 위기에 빠진 기업을 향해 사티아 나델라는 “히트 리프레시(새로고침 버튼을 눌러라)’라고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