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름 아닌 인면조였다. 고구려 덕흥리 고분벽화와 백제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인면조’가 공식행사에서 처음으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도 신화와 불교에서 불사조로 표현하는 가릉빈가라는 설도 있었다. 인터넷에는 인면조의 충격적인 외모와 성공적인 평창올림픽 개막식 분위기에 걸맞은 수많은 2차 창작물이 올라왔고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다. 조선시대에 국한된 대부분의 전통 아이콘을 고구려 시대까지 폭을 넓힌 매우 의미 있는 시도였다. 함께 등장한 무용총 무용수들은 벽화에서 튀어 나온 것처럼 입은 물방울(점) 무늬 복식은 좌임의 포(왼쪽으로 여미는 방식의 겉옷), 군(주름치마), 고(바지)를 갖추고 대열에 합류했다.

이번 올림픽 마스코트였던 수호랑 개발과정도 흥미롭다. 초기 디자인은 까치호랑이 민화 속 호랑이의 부리부리한 눈매를 닮았다. 당시에는 전통 형태가 그대로 살아 있어 좋은 반응도 있었지만 여기에 단순함, 친밀감을 강조해 지금의 수호랑이 탄생했다. 평창동계올림픽위원회가 밝힌 내용 중 수호랑이 호돌이의 친척이라는 설정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한 가지 이유였다. 그러고 보면 수호랑 탈을 쓰고 활동한 자원 봉사자들의 창의성도 한몫했다. 식판을 들고 식당을 가로지르는 수호랑, 삐딱하게 누워 웃고 있는 수호랑, 참가한 선수들과 얼싸안고 신나하는 수호랑은 주변의 친구와 같은 이미지였다.

동계올림픽 내 금기숙 의상감독의 눈꽃의상은 개회식에서 피켓요원이 입었던 복장이다. 이는 평소 금 감독의 작업방식으로서, 반짝이는 구슬과 비닐을 흰색 철사에 꿰어 만드는 방식으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인들의 찬사를 받았다. 현대 재료로 전통 이미지를 독창적으로 해석했다. 이는 전통 모티브를 살리면서도 지금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전통의 영역을 확산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하지만 행사 초, 의상에 대해 좋은 평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진행 초기에 요원들이 입은 의상이 북유럽이나 몽골의 복장 같고, 머리에 쓴 남바위가 콘헤드나 몽골 모자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전통에서 출발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OSMU방식의 전개는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었지만, 어떤 행사에서도 한복을 다시 디자인하거나 콘셉트를 차용해 제작한 의상은 항상 구설수에 올랐다. 일상에서 입기 편하도록 새롭게 디자인해 출시한 의상을, 전통 파괴 주범이라며 비난하는 의견들은 이제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이제껏 접하지 못한(않은) 낯선 형태이기 때문에 전통이 아닌 것은 아니다. 문화의 전파성과 확산성을 생각했을 때 넓은 시각으로 전통의 산물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것, 우리로부터 파생된 것을 넓게 포용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은 문화 자체를 즐기려는 마음만큼이나 중요하다. 전통과 전통 콘텐츠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계기는 계속 필요하다. 단지 전통 이미지를 소비하는 형태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더욱 친숙하고, 새롭게 다가갈 수 있는 이미지 개발과 새로운 시도는 계속되어야 한다. 물론 당장 돈이 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김만석(2010). <전통문화원형의 문화콘텐츠와 전략>. 서울: 북코리아.
김효숙, 강인애(2012). 고구려 시대 무용총 여자무용수 복식의 재현. <한국디자인포럼>. pp.247-253.

출처: KOCCA 문화콘텐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