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사자성어 중 파죽지세(破竹之勢)라는 말이 있다. ‘세력이 강대해 적들을 거침없이 물리치고 쳐들어가는 기세’라는 뜻이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아마존의 행보에 딱 맞는 말이 아닐까.

각 산업을 구분하는 장벽은 아마존 앞에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다. 주 업종인 전자상거래(이커머스), IT, 물류 그리고 온라인 서버(클라우드 서비스) 영역까지 아마존의 줄기가 뻗어 있지 않은 곳이 없다. 미국에서는 ‘아마존이 판매하는 물건을 헤아리는 것보다 판매하지 않는 물건을 헤아리는 게 낫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오죽했으면 아마존 ‘포비아(Phobia, 공포증)’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현재 우리나라 전자상거래, 그와 연결된 유통업계는 ‘아마존이 우리나라에 진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다. 물론, 현재 호주·동남아·인도 등 다른 해외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정황을 고려할 때 지금 당장은 아마존이 우리나라에 이커머스 업체로 들어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아마존의 행보를 정확하게 예측한 이는 아무도 없다. 모든 것은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의 판단으로 결정됐다. 그가 결정한 내용 대부분은 모두의 허를 찔렀다. 다시 말해, 아마존이 우리나라에 직접 진출할 가능성은 ‘0퍼센트’가 결코 아니다.

국내 전자상거래 업계에는 이런 말이 있다. “아마존이 인공지능 음성인식 스피커를 회원 가입 조건으로 무료 배포하거나 반값에 판매하면서 우리나라에 진출을 선언하면, 그 순간 국내 전자상거래 업계뿐만 아니라 국내 유통업계가 평정되면서 게임은 끝난다.” 가정에 가정을 더한 것으로 과장된 말이긴 하지만 아마존이 절대 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다. 아마존은 우리나라에 못 들어오는 게 아니라 안 들어오는 것이라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이커머스와 유통업계는 아마존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가정을 지나치게 과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첨단 기술과 전자상거래를 연결하는 일부 업체들의 작은 시도가 있었지만 5년 전이나 지금이나 국내 유통시장의 구조가 변한 것이라곤 거의 없다. 전자상거래 시장 진출을 선언한 한 대형 유통기업이 이후의 정확한 플랜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나, 전자상거래 업체들 중 기술과 전자상거래의 연결에 확실한 투자의사를 밝힌 곳이 없는 게 우리나라 전자상거래 업계의 민낯이다.

방심은 패망의 지름길이라 했다. 아마존이 두려우면 마땅히 대비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시행착오 반복. 이제는 좀 그만 할 때도 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