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락황제는 명나라 태조 주원장의 넷째 아들이다. 그는 황제로 즉위하기 전부터 관상에 심취해 관상가의 조언을 받았다. 명대의 관상가로서 원공 부자(父子)가 유명했는데, 이들은 황제가 태자일 때, 그가 40세 이후에 황제가 될 것을 예언했다.

후일 황제가 된 그는 원공 부자를 신임해 정사의 자문을 받았다. 원공의 아들 원충철은 <명사(明史)> ‘원충철전’에 나오는 관상가다.

영락황제는 관상의 신봉자였으며 자신 또한 관상에 조예가 깊었다. 영락황제와 유장선생의 관상토론 문답은 <유장상법(柳莊相法)> ‘영락백문(永樂百聞)’에 실려 있다.

황제가 묻고 관상가가 답했다.

“짐이 예전에 왕후를 총애했지만, 지금은 예전처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데 왜 그러한가?”

관상가는 황후의 상이 좋지 않아서 황제의 총애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황제의 관상이 그 이유라고 답한다. 자식이 생길 기운이 나타나지 않아서 황후에 대한 사랑이 식었다고 풀이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관상가는 황제가 3년 후에 자식을 얻을 관상이라고 예언했는데, 그 후로 다시 왕비와 사이가 좋아져서 태자를 낳았다고 한다.

자식을 얻을 운이면 부부 금슬이 좋아진다는 뜻이다. 애정도 싫증도 상대방 탓이 아니라 자기의 관상 탓이다. 자기 마음이 바뀌었고, 그 징조가 관상에 나타나게 된 것이리라.

“왕후를 간택할 때 솜옷을 두텁게 입혀서 땀을 내게 해 간택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여인의 몸에서 나는 냄새가 향기로우면 길한 관상이다. 일부러 땀을 내게 해 몸의 향기를 맡아보아서 황후를 간택한다. 귀한 사람은 몸에서 은은한 먹 향과 난초 향을 풍긴다.

의학적으로 몸 안의 노폐물이 쌓이면 악취가 난다. 땀 냄새는 피지 속의 지방산이 산화되면서 나온다. 대체로 오장육부가 건강하고 신진대사가 원활한 사람은 노폐물이 잘 배출되므로 시큼한 땀 냄새가 적게 난다.

몸에서 풍기는 냄새로 무병장수하고 건강한 왕후를 선택했던 것이다. 땀 냄새는 일종의 초간단 건강검진인 셈이다.

그래서 가끔은 연인과 격렬한 스포츠 데이트를 해보라. 그녀의 땀 냄새가 향기롭다면 평생을 해로하며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다.

“짐은 전쟁터는 두렵지 않은데, 지금은 밤에 황후의 침실에 들어가는 것이 두렵소. 이는 무엇 때문인가?”

송나라 태조는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이 짝짝이로 부인을 무서워했고, 장상서라는 사람은 수염이 좌우 짝짝이로 생겨서 일생 동안 부인에게 기를 펴지 못했다. 관상가는 황제의 관상이 눈가 주변에 검은 점이 있어서, 그 때문에 부인을 두려워한다고 답했다.

공처가 관상은 눈가 주변에 점이 있는 경우, 수염이 가지런하지 않고 좌우로 치우친 경우, 자웅안(雌雄眼)으로 짝눈인 경우다. 이러한 관상은 대체로 부부관계가 나빠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벼슬이 높으면 당연히 귀한 관상일 것이다. 그런데 후일 감옥살이를 하거나 형벌에 처해지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귀한 관상으로 높은 지위를 누렸어도, 목 위에 붉은 실핏줄(실금)이 있으면 흉상으로 변한다. 또 이마와 귀에 검붉은 기운이 보이면 관청의 형벌이 있거나 망신수가 있게 된다. 이들의 관상을 잘 살피면 이러한 기미가 있을 것이다.

목에 있는 붉은 실금은 목숨이 경각에 달렸고 직위해제된다는 징조다. 이마는 관록궁으로 관운(官運)의 자리를 뜻하는데, 이곳에 검붉은 기운이 돈다면 필시 관직의 구설수를 의미한다.

귀가 검붉다면 수명이 다 되었고 주변에서 도와주는 이가 없게 되므로 귀인이 나서지 않아서 관운이 불리하다고 할 수 있다.

요즘 연일 공인들의 망신수와 관재수가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부귀를 누렸다면 반드시 관상이 좋고 훌륭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상은 변한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으랴. 주름 한 줄, 얼굴의 때깔도 날마다 바뀌는 법이다.

시절이 하 수상하면 겸손하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 목주름이 어지럽고 목 피부가 늘어지고 기색이 좋지 않다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목의 관상이 좋지 않은데 빳빳이 들고 있다면 한 방에 갈 수도 있다. 목 단추는 단정히 여미고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몸은 최대한 낮춰야 한다. 살아남으려면 목 관리가 최우선이다.

여자와 돈은 바람처럼 돌고 돈다. 과거의 바람기가 돌고 돌아서 온다. 대한민국에 불어 닥친 꽃샘바람이 매섭다. 꺾이지 않으려면 튼튼하고 굵은 목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