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마운틴무브먼트스토리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잘 생기고 연기 잘 하는 남자 배우’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거기에 자기를 싫어하는 안티 팬들을 경찰에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데려와서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개념’을 가진 남자배우라면 어떨까. 이 정도면 거의 ‘상상 속 인물’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실제로 이렇게 살아가는 배우가 있다. 바로 영화배우 박해진(36)이다. 요즘 TV나 영화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그를 보면 짧은 시간에 많은 주목을 받은 배우인 것 같지만 의외로 배우 박해진은 전형적 ‘대기만성(大器晩成)’형 배우다. 2006년 KBS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로 데뷔해 <별에서 온 그대>, <맨투맨>, <나쁜녀석들> 등 다양한 작품에서 차곡차곡 경력을 쌓았다. 올해로 연기경력 12년째를 맞은 중견 배우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동명의 인기 웹툰을 영화로 만든 작품 <치즈 인 더 트랩>으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그것도 역대 웹툰을 영화로 만든 작품 역사상 가장 원작 등장인물과 영화 주인공의 '싱크로율이 높은(똑같이 생긴)' 것으로 화제가 된 그 작품으로 말이다.

남녀 대학생들의 풋풋하면서도 아름다운 연애 이야기를 다룬 <치즈 인 더 트랩>은 연인들의 로맨틱한 분위기와 따뜻한 봄날씨가 잘 어울린 14일 화이트데이에 개봉했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박해진을 만나 그의 영화와 연기 이야기를 들어봤다. 

▲ 드라마와 영화 <치즈 인 더 트랩>에서 배우 박해진은 남자 주인공 '유정' 역할을 맡았다. 출처= CJ E&M, 마운틴무브먼트스토리

- 화이트데이 이자 <치즈 인 더 트랩> 영화 개봉일입니다. 기분이 어떤가요? 

▲ 정신이 없네요. 오늘 인터뷰 이후까지 영화 홍보 일정이 계속 잡혀있어서요. 그러면서도 꽤 긴장이 되네요. 관객 여러분들이 재미있게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제 모 인터넷 방송에서 영화를 보신 제 팬 여러분들하고 이번 영화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제가 “영화 재미있게 보셨나요”라고 물으니 감사하게도 다들 “재미있게 봤다”고 하시더라고요. 다른 관객 여러분들도 그렇게 느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앞서 웹툰이 드라마로 만들어진 <치즈 인 더 트랩>에서도 남자 주인공 ‘유정’을 연기했습니다. 영화 시나리오와 배역을 처음 받았을 때 연기에 자신감이 있었을 것 같은데.
  
▲ 솔직히 처음 배역을 맡는 다른 작품들처럼 ‘어렵지는 않겠다’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이전에 16부작 드라마에서 연기해 봤던 캐릭터이니, 감정선도 비슷하게 유지하면 될 것 같았고요. 그런데 영화 시나리오를 제대로 읽으니 느낌이 완전 다르더라고요. 우선 기본 시나리오 구성이 드라마와 달랐습니다. 그리고 16편이라는 긴 호흡으로 연기할 수 있는 드라마와 2시간 안팎에 모든 것을 다 표현해야하는 영화는 ‘시간’이라는 조건도 달랐고요. 거기다가 두 시간 안팎의 영화에 만화의 중요한 내용을 녹여내기 위해서는 주인공의 역할이 중요했는데 이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연기를 잠시나마 안일하게 생각했던 스스로를 반성하면서 정말 열심히 연기했습니다. 가능하면 드라마와 다른 느낌의 ‘유정’을 표현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 영화 <치즈 인 더 트랩>의 배우 박해진(유정). 출처= 네이버 영화

- 주인공 ‘유정’은 그를 적대하는 이들에게는 한없이 차가우면서도, 반대로 자기 사람에게는 한없이 따뜻한 캐릭터였습니다. 이런 감정의 간극이 어렵지는 않았는지. 

▲ 만화 원작에서도 그랬고 유정은 미스터리한 캐릭터죠. 그런데 연기를 하다 보니 의외로 저의 평소 모습과 많은 부분이 닮아 있어서 놀라기도 했어요. 차분히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차이가 심한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영화 내용에서 어린 시절 가족들에게 받은 상처로 아픈 기억이 있는 유정을 생각하니 한 편으로는 조금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이렇게 유정에게 공감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의 흐름을 타는 연기를 했습니다. 아마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상당히 연기가 어려웠을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저는 유정을 쉽사리 마음을 읽을 수 없는 캐릭터로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영화에서 그렇게 보이셨나요? 

- 그런 점을 염두해둬서 그런지 연기가 훌륭했어요. 복잡 미묘한 매력이 있더라고요. 

▲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 박해진이라는 배우라고 하면 ‘관리를 잘 하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 붙습니다. 실제로도 아침에 굉장히 일찍 일어나고 매일 몸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고 들었어요. 

▲ 제가 좀 늘어지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요. 사실 그렇게 특별할 것은 없는데요. 언제 무슨 배역을 맡을지 모르니 항상 배역에 맞는 몸을 빠른 시간에 만들 수 있는 여건을 갖춰놓는 거라고 할까요. 아마 다른 선배 후배 배우들도 그 정도 노력은 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번 영화에서 유정을 연기하기 위해서 살도 많이 찌웠어요. 

- 대체 어디를 어떻게 살찌웠다는 말인지...

▲ 아, 물론 체중이 늘어나는 만큼 근육도 같이 늘도록 운동으로 조절을 한 거죠(웃음) 

- 봉사활동을 자주 하는 연예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 제가 조카 두 명이 있거든요. 그 친구들하고 자주 시간을 보내고요. 맑게 웃는 아이들을 보면 힘이 나요. 그런데 우연한 계기로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어린 친구들에 대해 알게 됐고그 친구들의 상처에 공감하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계속 돕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봉사활동 시간으로 보이지만 저는 ‘놀러’ 가요. 아이들하고 먹을 것을 나누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다 보면 힐링이 되기도 하고요. 

▲사진제공: 마운틴무브먼트스토리 

- 연기자로서 본인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아직 앞으로 한참 일을 많이 해야 할 사람이라...좀 말씀드리기 민망하지만, 그래도 꾸준함을 잃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 같아요. 그게 저의 목표이기도 하고요. 그게 큰 장점일까요?

- 그것도 그런데요...무엇보다 ‘외모’ 아닐까요.

▲ 하하하하. 뭐 그렇게 봐 주신다면 감사할 일이지만 그 쪽으로는 생각해 보지 않아서...

- 끝으로, 어떤 연기자로 기억되기를 바라나요?

▲ 다른 건 없고요. ‘배우’ 박해진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어떤 작품의 배역을 ‘박해진’이라는 배우가 맡는다고 할 때 사람들이 처음에는 “왜?”라고 의문을 가지다가도 작품을 보고 나면 “아~그래서 박해진이 맡았구나”라는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 영화 <치즈 인 더 트랩. 대박 나시길 바랍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