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한국의 대미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한국의 무역수지 축소 압박에 한국이 알아서 수출과 무역수지를 줄여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미FTA 발효 6주년을 맞아 14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 감소요인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는 2016년부터 규모가 감소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200억달러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의 대미교역동향을 보면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686억달러로 전년 대비 3.2%증가했고, 수입액은 507억달러로 전년 대비 17.4%나 증가했다.

▲ 최근 8년간 대미 무역수지 동향. 출처=무역협회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178억7000만달러로 2013년 205억4000만달러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200억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한미FTA발효 전인 2011년에 대미 수출액은 562억달러였고 대미 수입액은 446억달러였다. 무역 수지는 2013년 200억달러대의 흑자를 기록한 후 꾸준히 200억달러대를 2016년까지 이어오다 지난해 179억달러로 내려갔다.

한국의 대미 수출은 한미FTA 이후 전년 대비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 오다가 2015년과 2016년에는 전년 대비 감소했다가 지난해 전년대비 증가세로 돌아섰다. 수입도 2015년 2016년에는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이다가 역시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2015년과 비교해보면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어났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2015년보다 12억 2000만달러가 줄어든 반면, 수입은 67억 2000만달러가 늘어나 무역흑자액이 79억 5000만달러 감소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해 한국은 미국의 무역적자 상위 10개국 중 흑자액이 가장 많이 감소한 나라가 됐다.

 

미국통계 기준으로도 한국이 미국 전체 무역적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의 3.8%에서 2017년에는 2.9%로 0.9%포인트 하락했다. 2017년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는 229억달러로 전년 대비 48억달러나 감소했다.

무역협회는 "최근 2년간 대미 무역수지 흑자 폭이 크게 감소한 것은 수입은 급증한 반면, 수출은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품목별로는 자동차 및 부품, 무선통신기기, 철강판 등의 수출이 부진한 반면, 반도체 제조용 장비, LPG, 육류 등을 중심으로 대미 수입이 크게 증가했다.

미국내  자동차 판매 부진으로 우리나라 대미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자동차와 부품이 최근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철강제품은 미국의 수입규제 조치 조사 개시 이후 송유관, 유정용 강관, 열연강판 순으로 수출이 타격을 입었다.

반면 미국산 쇠고기는 최근 수입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호주산을 제치고 국내 수입시장 점유율 1위로 부상했다. 또 2016년 하반기 이후 에너지 수입선을 다변화하면서 미국산 수입이 증가한 가운데 미국산 액화석유가스(LPG)는 2016년부터 중동산을 제치고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국내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증가함에 따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생산설비의 대미 수입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강내영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연구원은 “반도체 경기 호황,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 한·미 FTA 효과 등에 따른 대미 수입 증가와 미국의 수입규제로 인한 대미 수출 부진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지난 2년간의 대미 무역흑자 감소세를 FTA 개정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